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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정부 부채의 미래 세대 부담 줄이려면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아 정부 지출과 부채를 늘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6월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정부부채가 총생산(GDP) 대비 평균 19%포인트 증가하여 100%를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은 올해 연방정부 부채가 GDP의 14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위기에 재정·통화 확대 필요하지만
정부 빚 증가로 미래 세대 부담 커져
경제 정책의 거버넌스 강화하고
인프라와 젊은 세대 투자 늘려야

한국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 정부 부채의 GDP 비율이 IMF 추계로 올해 8%포인트 오르지만 50%에 그친다. 당장 정부부채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중장기 재정건전성이다. 한국 경제는 저출산·고령화로 성장 잠재력은 하락하고 복지지출은 빠르게 늘어나 정부부채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미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장기재정전망’에서 정부부채 비율이 2045년에 10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4대 공적 연금(국민·공무원·사학·군인 연금)도 모두 적자가 되어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축적될 공공부채의 상당 부분은 지금 10대, 20대와 앞으로 태어날 세대가 짊어진다. 당장은 국채 수익률이 낮아 이자 부담이 적지만, 미래에 정부의 채무 상환능력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정부채권을 구매하지 않으면 이자율이 올라서 채무 부담이 커진다. 만일 정부가 신규 채권 발행으로 부채를 상환하기가 힘들어지면 국가부도 위험도 커진다. 과거 세계 이자율이 상승하는 시기에 정부부채가 많았던 중남미 국가들이 여러 번 재정위기를 겪었다. 한국도 미래에 비슷한 위기를 겪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어느 정도면 위험한가는 의견이 분분하다. 과거 사례를 분석하여 90%를 기준으로 제시한 연구가 있지만, 국가마다 시기마다 기준이 다르다. 부채비율이 높은 경제도 명목 GDP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다. 2차 대전 직후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GDP의 119%에 달했지만 이후 경제성장률이 높아서 1960년대 초에 40%로 하락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과거와 달리 경제 회복이 불확실하다. 코로나19를 극복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물가가 고착화한 경제 상황을 대부분 선진국이 쉽게 벗어나기는 힘들다.
 
일부 학자와 정치인은 중앙은행이 국채를 계속 사들이면 부채비율이 높아도 문제없이 정부부채를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은행은 지난 25년간 국채를 계속 매입하여 정부 재정을 지원했다. 경기 불황과 디플레이션 상황 속에서는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의 위험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채권 보유 증가가 영구적인 통화 증발로 이어져 높은 인플레이션이나 자산 거품을 유발할 위험이 존재한다. 환율이 폭락하여 외환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화폐를 마구 발행했던 베네수엘라는 2018년 물가상승률이 93만%로 치솟고 생필품이 모자라 경제 대혼란을 겪은 바 있다.
 
미래 세대가 짊어질 빚 부담을 줄이려면 정부지출을 늘리더라도 생산적인 지출로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민간 경제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 정부가 올해 네 차례 추경을 집행하고 한국판 뉴딜에 5년간 16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재정이 낭비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지출해야 한다. 공공투자가 민간투자를 유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에 많은 부담을 떠맡을 젊은 세대를 위한 교육, 직업훈련, 육아, 주거 지원을 늘려야 한다. 대규모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평가를 엄밀히 해야 한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공공 인프라 투자의 3분의 1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공공 인프라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체계가 약하고 정치와 결탁하여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인프라 투자가 잘 된 나라의 예로 들었지만, 최근 들어 대규모 인프라 사업 결정에 정치적 압력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경제정책의 ‘거버넌스(governance)’, 즉 ‘최고 수준에서 관리하는 방식과 이를 수행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경제 부처와 중앙은행이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재정과 통화를 관리해야 한다. 문제는 정치의 개입이다. 정치인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경제적 효율이 낮은 정책을 종종 추진하려 한다. 선심성 지출로 인기를 얻은 포퓰리즘 정권이 과도한 재정 지출과 통화 팽창으로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간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많은 국가가 재정준칙으로 과도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를 제한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법으로 보장한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재정준칙이 없다. 한국은행은 정부채권 매입을 늘리고 재정을 직접 지원하라는 압력을 종종 받는다.
 
한 세기 만에 찾아온 팬데믹 위기에 당장의 경제 회복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빚 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과 통화 확대정책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경제정책의 거버넌스를 강화하여 정책의 효율성과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높이려는 노력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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