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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타갔으면 사용처 분명히 밝혀야"…정의연이 남긴 숙제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4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업무상 횡령 등 6개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정의연관련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4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업무상 횡령 등 6개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정의연관련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에 손가락질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제도 전반을 되돌아봐야 해요. 그래야 제2의 정의연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한국회계학회 회장을 지낸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16일 "제 2의 정의연 사태를 막기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준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정의연 같은 비영리단체의 보조금 부정 수급 등을 막을 장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검찰 수사결과 정의연은 부실 공시, 후원금 지출 보고 누락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법적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리됐기 때문이다. 혐의가 적용된 보조금 부정수급은 다른 비영리 단체들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①국내 부정수급 보조금, 한해에만 860억원

검찰이 기소한 윤미향 의원 혐의와 액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검찰이 기소한 윤미향 의원 혐의와 액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검찰은 윤 의원이 2013년부터 지난 4월까지 서울시·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에서 받은 보조금 약 3억 6000만원을 부정 수급했다고 판단했다. 윤 의원이 부정수령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유다. 김경률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는 “문체부 등 각 부처엔 보조금 부정 수급을 막을 내부 매뉴얼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정의연 사례에선 매뉴얼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보조금 부정수급 문제는 만연해 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부정수급으로 환수된 국고보조금은 총 863억원이다. 현행법상 보조금 부정수급을 막을 법적 제재가 강력하지 않은 탓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이런 부정수급을 막고자 지난 11일 ‘보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부정수급자 보조사업 수행 배제 및 2년간 교부 제한을 골자로 한다. 김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국고보조금 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일각에서는 부정수급 문제도 심각하다”며 “법 개정을 통해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을 근절하고 사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②보고 누락했지만 법 미비해 불기소…감독 강화필요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입구.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입구. 연합뉴스

 
검찰수사 결과 정의연은 주무관청에 후원금 수입·지출을 일부 누락해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특정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정의연은 ‘공익법인법’상 공익법인이 아니라 주무관청에 보고를 누락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 없기 때문이다. 정의연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공익법인 등’에 속한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고를 누락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건 명백한 법적인 미비”라며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공익법인·비영리 단체들이 숱하게 많이 있을 것이다.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만우 교수는 “정의연의 주무관청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만 해도 회계전문가가 단 한명도 없다”며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전문기구를 신설해야 해야 한다”고 했다.
 

③공시누락해도 재공시하면 끝…처벌규정 없어

국세청 홈택스에 공개된 정의기억연대 공시자료. 검찰은 "허위 공시 및 누락에 대하여 처벌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 국세청 홈택스]

국세청 홈택스에 공개된 정의기억연대 공시자료. 검찰은 "허위 공시 및 누락에 대하여 처벌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 국세청 홈택스]

 
정의연은 국세청 홈택스에 맥줏집에서 3339만원을 지출했다고 공시하는 등 부실 공시를 했지만, 이 역시 불기소처리 됐다.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검찰도 “(정의연 수사결과) 공시 누락 등 부실공시가 상당히 있었다”면서도 “국세청 홈택스 허위공시 및 누락에 대하여 현행법상 처벌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5월 정의연에 회계 오류를 확인하고 재공시 명령을 했을 뿐이다.
 
김 회계사는 “검찰이 불기소한 이유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미일 뿐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공시누락에 대한 처벌 규정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만우 교수도 “공시 누락을 해도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는 건 오히려 부실공시를 하는 단체들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 교수는 “현실적으로 규모가 작은 단체들에서 완벽하게 공시를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공시를 누락한 단체들에 벌칙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들이 제대로 된 공시를 할 수 있도록 국세청 등에서 교육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연 수사를 맡은 서부지검 역시 “부실공시에 대한 제재 강화 등 관련 법제도 개선을 법무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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