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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이 불러온 정리 열풍···구석구석 빛나는 '신박한 원칙'

코로나19로 다시금 정리 열풍이 불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보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집 정리를 시작했다는 박서유씨. 옷장 속 모든 옷을 꺼내 종류별로 정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코로나19로 다시금 정리 열풍이 불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보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집 정리를 시작했다는 박서유씨. 옷장 속 모든 옷을 꺼내 종류별로 정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박서유(29)씨는 지난 9일 온종일 정리 전문가와 함께 집 안을 뒤집었다. 부모님과 함께 네 명이 지내는 박씨의 집은 겉으로는 평온하다. 집 안 구석구석 숨겨진 수납장과 서랍을 열어보기 전까지 말이다. 특히 옷장은 혼돈 그 자체. 박씨는 “원하는 옷 찾기를 포기할 때가 많다”고 했다. 
정리 전문가 8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자 놀랄 만큼 많은 물건이 옷장 속에서 쏟아졌다. “이런 게 있었어?” 선물 받아 상자째 보관했던 스카프,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셔츠, 20년 연식의 스킨스쿠버 수트까지 발굴했다. 주방에선 어릴 때 사용하던 제빙기, 오래된 소스와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 언제 구매했는지 모를 영양제와 변색한 도시락통이 나왔다. 
곧이어 정리 전문가들의 분류 작업이 시작됐다. 소유할 것, 버릴 것, 나눌 것. 기준은 명확했다. 쓸 것만 골라내고, 버리기 아까운 것은 나누자. 분류가 어느 정도 되면 이제 수납 전문가의 솜씨가 빛나는 시간이다. 물건들은 사용자의 동선·계절·용도·종류별로 자리를 찾았다. 오전 9시부터 이어진 작업은 오후 6시가 돼서야 끝났다. 정리 끝에 나온 쓰레기는 작은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박씨는 “이걸 다 끼고 살았다는 게 놀랍다”며 “이제 버렸으니 다시 채우지 않도록, 정리된 게 흐트러지지 않도록 반드시 노력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정리를 완료한 옷장. 계절별, 종류별 정리가 기본이다. 모든 옷은 가능한 접어 두기보다 옷걸이를 통일해 걸어두는 것이 정리하기에 수월하다. 김상선 기자

정리를 완료한 옷장. 계절별, 종류별 정리가 기본이다. 모든 옷은 가능한 접어 두기보다 옷걸이를 통일해 걸어두는 것이 정리하기에 수월하다. 김상선 기자

 
#2인 가족인 박인선(42)씨의 방 세 개짜리 89㎡(27평) 아파트 중 작은 방 하나는 창고가 된 지 오래다. 사용하지 않는 테이블과 의자, 각종 가구가 어지럽게 놓여있어 잘 드나들지도 않는다. 이사 올 때만 해도 넓고 쾌적했던 베란다는 어느새 캠핑용품으로 가득 찼다. 커다란 소파와 업무용 책상이 혼재된 거실은 정체성을 잃었다. 코로나 19로 아내와 함께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발디딜 틈 없이 쌓인 짐 정리 생각이 더 절실해졌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지난 3일 드디어 대대적인 정리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의 정리·수납 핵심은 “보이게 수납하라”는 것. 안쪽에 넣고 쌓다 보면 물건이 보이지 않아 계속 사게 되고, 계속 물건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100L 쓰레기 봉투로 두 개, 50L 봉투 한 개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다. 분리수거한 것과 소파 등 대형 쓰레기는 포함하지 않은 양이다. 상태가 좋은 것들은 따로 선별해 중고거래 앱에 팔기로 했다. 박씨는 “짐을 정리하고 나니 거실에서 목소리가 울렸다”며 “이사 온 첫날처럼 상쾌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캠핑용품으로 어지러웠던 베란다 공간이 정리를 통해 휴식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사진 박인선

캠핑용품으로 어지러웠던 베란다 공간이 정리를 통해 휴식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사진 박인선

 

코로나 19로 강제 집콕, 정리에 눈뜨다

사람들이 다시 '정리'에 몰두하고 있다. 한때 불었던 '미니멀 라이프' 열풍의 재현이다. 코로나 19의 영향이 크다. '집콕' 하게 된 김에 보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집 정리에 나선 것. 인기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tvN)’도 한몫했다. 정리만 했을 뿐인데 인테리어를 새로 한 것처럼 공간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정리 한 번 해볼까’ 생각이 절로 든다. 요즘 맘 카페 등 온라인상에선 “아이들과 집콕 놀이로 레고 정리하기 한다” “집콕하니 정리할 게 눈에 보인다” 등의 글이 많이 올라온다. 특정 검색어의 검색량을 분석하는 네이버 트렌드에서 ‘집콕’과 ‘정리’ 두 키워드를 검색한 결과 올해 1월과 8월의 검색량은 집콕 6→80, 정리 50→80으로 증가했다(*해당 검색어가 검색된 횟수를 월별로 합산해 조회 기간 내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의 수치다).  
정리만 잘 해도 인테리어 효과를 볼 수 있다. 잘 사용하지 않는 소파를 처분하고 책상과 간단한 의자로 심플한 거실을 꾸몄다. 사진 박인선

정리만 잘 해도 인테리어 효과를 볼 수 있다. 잘 사용하지 않는 소파를 처분하고 책상과 간단한 의자로 심플한 거실을 꾸몄다. 사진 박인선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 따르면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이전인 올해 1월과 확산한 후인 8월을 비교했을 때 수납‧정리 카테고리의 거래액은 약 250% 증가했다. 8월 기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4배 가까운 상승이다. 오늘의집 앱에서 공간‧수납을 키워드로 한 사진 및 콘텐츠 수도 이전보다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도 올해 5월 1일부터 9월 14일까지 지난해 동기 대비 일반 수납장은 44%, 공간 박스는 34%, 접시 정리대는 53%, 압축 선반은 53% 판매량이 상승했다.  
수납의 기본은 각각의 물건의 '집'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수납 바구니를 활용하면 좋다. 김상선 기자

수납의 기본은 각각의 물건의 '집'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수납 바구니를 활용하면 좋다. 김상선 기자

 
정리한 물건을 처리할 수 있는 중고거래 앱도 상승세다.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8월 기준 거래 건수는 지난해 동기대비 25%, 거래액은 21% 증가했다. 특히 8월 기준 가입자 수는 전월 대비 52.7% 증가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코로나 19 장기화로 ‘집콕 족’이 늘면서 홈트, 정리, 집 꾸미기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거래 건수도 늘었다”고 했다. 가구‧인테리어 소품 거래는 올해 1월~8월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박서유씨가 번개장터에 올린 중고 거래 물품. 모두 정리를 통해 '발굴'한 물품들이다. 사진 번개장터 캡처

박서유씨가 번개장터에 올린 중고 거래 물품. 모두 정리를 통해 '발굴'한 물품들이다. 사진 번개장터 캡처

 

정리의 기술, ‘생각 상자’ 만들어라

홈정리컨설팅의 최희숙 대표는 “일상이 바쁘고 우울감이 높아지면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그러다 보면 집은 순식간에 물건에 점령당한다”며 “정리가 안 되면 물건이 부족해서 못 쓰는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못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리하면 물건을 한 번에 찾기 쉽고, 가족 간에 물건의 행방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도 줄어든다. 최 대표가 정리를 ‘멘탈 케어’라 부르는 이유다. 물론 경제적이기도 하다. 같은 물건을 반복해 사면서 무심코 쓰는 돈을 줄일 수 있다.
정리는 경제적 효과도 있다. 같은 용도의 물건을 찾지 못해 반복해 사는 일을 막아준다. 김상선 기자

정리는 경제적 효과도 있다. 같은 용도의 물건을 찾지 못해 반복해 사는 일을 막아준다. 김상선 기자

 
정리의 순서는 간단하다. 집안의 모든 물건을 다 꺼낸 뒤 ‘버릴 것, 취할 것, 나눌 것’으로 분리하고 동선에 맞춰 종류별로 재배치하면 된다. 한 번에 온 집안을 정리하기 어렵다면 구역을 나눠 오늘은 침실, 내일은 베란다 등 순서를 정해 정리한다. 
정리에 도움되는 몇 가지 원칙도 유념하자. 첫째, 목적이 비슷한 물건끼리 모아 놓고 동선과 사용 빈도를 고려할 것. 예를 들어 속옷은 샤워실 가까이 모아 두고, 이불처럼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옷장 위나 아래쪽에 보관한다. 둘째, 가능하면 눈에 보이도록 진열할 것. 이럴 때 좋은 수납의 기술이 바로 세워서 보관하기다. 특히 자질구레한 주방 소품은 세워서 보관하면 한 눈에 보여 사용 및 보관이 편해진다. 사용 후에는 빼낸 자리에 다시 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셋째, 물건에 ‘집’을 만들어 줄 것. 옷은 접어서 쌓아 보관하기보다 얇고 튼튼한 옷걸이로 통일해 걸면 훨씬 많은 옷을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다. 작은 바구니와 상자 등을 활용해 모든 물건을 담아두는 요령도 필요하다. 넷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버리기다. 쓰지 않는 물건만 정리해도 공간에 한결 여유가 생긴다. 최 대표는 “잘 사용하지 않는데 버리기 아까운 물건은 ‘생각 상자’에 넣어 두고 2~3주간 고민해보라”고 권했다. 2~3주가 지난 후에도 잘 사용하지 않을 것 같으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수납할 때는 물건을 가능한 세워서 보관하는 게 좋다. 모든 물건이 눈에 보이는 상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김상선 기자

수납할 때는 물건을 가능한 세워서 보관하는 게 좋다. 모든 물건이 눈에 보이는 상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김상선 기자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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