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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시사음식] 송편은 교자일까?

박정배 음식평론가

박정배 음식평론가

추석이 코앞이다. 추석은 한국인 고유의 추수 감사제다. 그해 첫 수확한 쌀로 술과 떡을 빚어 조상께 올리고 이웃과 나눠 먹는다. 햅쌀로 빚은 송편은 추석의 상징이다. 추석에 송편을 먹은 기록은 19세기 초반에 처음 나타난다. 정학유의 ‘농가월령가’(1816)에 ‘신도주(新稻酒), 오려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란 구절이 나온다. 오려송편은 추석 전에 추수하는 조생종(올벼) 벼로 만든 송편이다. 조선시대에 송편은 봄에 먹거나(『도문대작』·1611년) 사월 초파일(『택당집』·1674년)이나 유두일(『상촌고』·1630년)에 즐긴 음식이었다. 송편에 관한 가장 오랜 기록은 김수온(1409~1481)의 시에 나오는데, 진관사에서 저녁에 두부구이와 함께 먹던 술안주였다.
 
송편이 왜 일 년 내내 먹던 음식에서 추석의 시식(時食)으로 자리 잡았는지는 불확실하다. 19세기 이후 한강 이남에서 추석 음식으로 시작됐고, 1970년대 이후 쌀의 자급이 이뤄지면서 추석상 대표 음식이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진 박정배]

[사진 박정배]

송편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중국의 영향이 있었다. 첫째, 곡물가루를 나뭇잎으로 감싸 찌는 각서(角黍), 혹은 주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주장이 있다. 각서는 지금 중국의 종쯔(粽子)다. 종쯔는 찹쌀 반죽 안에 대추·고기·팥 등을 넣고 싸서 삶아 먹는 음식이다. 옛날에는 조를 소로 싸서 먹었기 때문에 서(黍)라는 글자가 들어갔고, 찹쌀로 바뀌면서 종쯔로 이름이 변했다. 주악은 찹쌀가루를 송편처럼 빚어 소를 넣고 기름에 지져 먹는 음식이다. 중국과 일본이 찹쌀로 떡을 빚는 것과 달리 한국은 주로 멥쌀로 떡을 만든다.
 
둘째, 만주족의 교자(餃子)인 자발발(煮餑餑)의 영향이다. 조선 후기에 송편을 표기하는 한자 표기는 송병(松餠)과 함께 송편(松䭏)·엽불(葉餑)·엽자불(葉子餑)·엽자불불(葉子餑餑)이 쓰였다. 발발(불불·餑餑)은 만주족 고유의 말로 분식을 총칭하는데 교자를 뜻하기도 한다. 몽골족이나 여진족은 교자를 편식(匾食)으로 불렀다. 지금 옌볜에서는 송편을 편식의 중국 발음인 ‘벤세’로 부른다. 송편은 교자와 흡사한 반달 모양이다. 밀로 만든 중국 북방의 교자가 멥쌀 문화권인 한국에 넘어오면서 모양은 남고 피가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송편은 한국인의 창작물인 게 분명하다. 조선 순조 때 중국 연경(현재 베이징)에 다녀온 기록인 『계산기정』(1803)에 “고려병(高麗餠)은 즉 송병(松餠)이다. 고려보(高麗堡)에서 파는 것인데, 우리나라 떡을 본떠서 만들었기 때문에 고려병이라 부른다”는 구절이 나온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 끌려간 유민들이 끈질기게 놓지 못한 고향 고려의 떡이 바로 송편이다. 송편은 멥쌀을 먹고 살아온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뼈와 살이다.
 
박정배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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