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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0년된 낡은 빌라 문 여니, 핀란드가 있었다

북유럽에서는 해가 짧아 우리나라와 달리 창가에 가구를 배치한다. 가로수길의 북향집에서도 이 법칙이 재현됐다. 우상조 기자

북유럽에서는 해가 짧아 우리나라와 달리 창가에 가구를 배치한다. 가로수길의 북향집에서도 이 법칙이 재현됐다. 우상조 기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뒷골목. 30년 된 낡은 다세대 주택 맨 위층 301호 문을 열자 별세계가 나타난다. 창밖의 빌라 조망만 아니었다면, 이곳이 서울의 한 골목인지, 북유럽 어느 아파트인지 모를 법한 인테리어다. ‘탈로서울’의 지치구(31) 대표가 ‘서울에서 만나는 핀란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개조한 실험적 공간이다.
 

지치구 ‘탈로서울’ 대표의 공간실험
가로수길 골목 자택을 숙소 개조
빈티지 목가구에 북유럽풍 조명
SNS 입소문 타고 1박 명소로 떠
가구·침구·굿즈 상품화할 계획도

탈로(talo)는 핀란드어로 ‘주거지’라는 의미다. 광고대행업에 약 7년간 몸담았던 지치구 대표는 지난 6월 이 공간을 열었다. 하루에 한 팀만 예약받아 머물 수 있도록 운영하는 일종의 숙소 겸 렌탈 하우스다. 자신이 매입해 살던 66㎡(20평대) 이 빌라를 약 1년간 대대적으로 개보수해 숙소를 열고, 자신은 근처 다른 곳에 월세를 얻어 산다. 도전적인 공간 비즈니스다.
 
빈티지 가구와 어우러지도록 공들여 만든 나무 소재의 주방.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우상조 기자

빈티지 가구와 어우러지도록 공들여 만든 나무 소재의 주방.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우상조 기자

본업도 아니고, 인테리어나 건축을 전공하지도 않은, 30대 초반의 젊은 대표가 숙박 공간을 오픈하면서 마련한 핵심 무기는 ‘빈티지 가구’였다. 3년 전쯤부터 빈티지 가구의 매력에 빠져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 집과 사무실이 빈티지 가구로 채워졌다. 직접 빈티지 가구를 들이고 사용하다 보니 숙박하면서 빈티지 가구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지 대표는 “본업인 광고 촬영을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스튜디오가 아닌 자연스럽게 꾸며진 숙박 공간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공간이나 가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올라가고 있는 시기로 판단했다”고 했다. 또 쉽게 살 수 있는 새것이 아닌 오래된 가구가 주는 독특한 매력을 남다른 포인트로 삼고 싶었다. 지 대표는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수집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빈티지 가구로 우리만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을 만들었기에 경쟁력이 생겼다”고 했다.
 
탈로서울이 위치한 빌라는 ‘북향’이다. 해가 잘 들지 않아 어둡지만 그만큼 차분한 느낌이다. 북유럽의 집과 비슷한 조건이다. 지 대표는 “이곳에서 북유럽 주택이 적은 일조량을 공간에 풀어내는 방식을 재현해보고 싶었다”며 “북유럽 주거 문화를 테마로 조명을 강조하는 집을 기획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유사한 모델로 삼은 것이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알바 알토 하우스’다. 편안한 나무 소재가 주조를 이루는 간결한 디자인의 집이다.
 
‘서울에서 만나는 핀란드’라는 주제로 서울 가로수길에 문을 연 스테이 공간인 ‘탈로서울’. 기획자 지치구 대표는 이곳을 빈티지 가구와 브랜드 제품으로 채운 체험 공간으로 기획했다. 우상조 기자

‘서울에서 만나는 핀란드’라는 주제로 서울 가로수길에 문을 연 스테이 공간인 ‘탈로서울’. 기획자 지치구 대표는 이곳을 빈티지 가구와 브랜드 제품으로 채운 체험 공간으로 기획했다. 우상조 기자

탈로서울의 모든 공간은 대부분 디자이너 알바 알토의 손길이 담긴 빈티지 아르텍 가구로 꾸며졌다. 공간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한 후 약 1년 반 정도 시간을 들여 아르텍 빈티지를 매입했다. 손때 묻은 아르텍 빈티지 가구는 공간을 편안하게 채우고 있다. 또, 방마다 아르텍의 조명들을 섬세히 배치했다. 형광등이 아니라 간접 조명으로 공간을 은은하게 밝히는 북유럽식 조명 시스템을 구현했다. 거실에 있는 천장은 우리나라 특유의 우물천장이지만, 나무를 덧대 가구와 어우러지도록 했다. 부엌 싱크대도 나무 소재로 공들여 제작했다.
 
지난 1월 공간이 완성된 후, SNS에서 탈로서울의 공간이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조금씩 입소문이 났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오랫동안 오픈을 미루다 결국 지난 6월 정식으로 문을 열고 손님을 맞고 있다. 오픈 초기엔 예약이 어려웠을 정도로 인기였다. 하루 동안 머물며 빈티지 가구를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다는 매력 외에도,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북유럽 숙소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많이 찾는다. 지 대표는 “의외로 가구에 관심 있을 것 같지 않은 20대 초반의 대학생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며 “흔치 않은 감각적 공간을 찾는 일에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공간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방법은 단지 숙박이나 공간 대여에서 그치지 않는다. 매트리스나 수건, 공기 청정기 등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와 협업해 쇼룸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도 한 매트리스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다. 숙박객은 신제품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실사용 고객 반응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법하다. 이는 지난 2018년 글로벌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가 연남동에 이마트 제품으로 꾸민 쇼룸을 낸 것과 비슷한 시도다. 당시엔 숙박이 아니라 잠시 들러 공간을 체험하는 식으로 운영됐지만, 하루 숙박하면서 제품을 경험한다면 보다 깊이 있는 피드백도 가능하다.
 
이 공간을 통해 ‘탈로서울’이라는 브랜드를 강화해 별도 제품을 만들 계획도 있다. 탈로서울 브랜드 가치를 담은 수건이나 차(茶), 침구 등을 만들고 탈로서울에서 직접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온라인 빈티지 가구 숍이나 편집숍도 계획하고 있다. 이곳에서 경험한 빈티지 가구와 탈로서울의 굿즈 등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다. 지 대표는 “요즘은 다른 무엇보다 ‘경험’해보고 싶은 것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시대”라며 “특히 남다른 공간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잘 만든 공간 하나가 갖는 파급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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