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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베리가 한국인이면 사이비 된다, 기후위기 외친 청년 좌절

'9·12 전국동시다발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로 7017 만리동광장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둘러싼 대응을 촉구하는 '우리는 살고 싶다 - 기후위기를 넘는 행진'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시스

'9·12 전국동시다발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로 7017 만리동광장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둘러싼 대응을 촉구하는 '우리는 살고 싶다 - 기후위기를 넘는 행진'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시스

"'너 운동권이냐'는 프레임이 저희에게 딱 적용되는 것 같아요."

4일 밀실팀이 만난 기후변화 운동가 김지윤(29)씨의 말입니다. “환경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받아본 적 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하더군요. 환경운동은 운동권에 몸담은 사람들끼리 한다는 '벽'에 부딪힌다는 거죠.
 

[밀실] <46화>
기후변화 운동과 청년 세대

청년 기후변화단체 GEYK의 공동대표를 맡은 김지윤(29)씨가 지난 4일 밀실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김현정 인턴

청년 기후변화단체 GEYK의 공동대표를 맡은 김지윤(29)씨가 지난 4일 밀실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김현정 인턴

지윤씨는 대학생 시절부터 직장인인 지금까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햇수로 7년 차인데요. 현재는 청년 환경운동단체 '긱(GEYKㆍGreen Environment Youth Korea)'의 공동대표를 맡을 정도로 '잔뼈'가 굵은 축에 속합니다.
 
그런 그조차 밀실팀에 "무력감을 많이 느낀다"고 털어놨습니다. 오랫동안 환경 운동을 해왔지만, 이렇다 할 변화가 보이지 않아서랍니다. 지윤씨는 "청년 세대가 (기후변화 문제의) 당사자라고 이야기해도 공감을 얻지 못해 아쉽다"며 "반대로 기성세대가 기후변화 운동을 '스펙 쌓기'로 치부하거나, 남 일 보듯 '기특하다'고만 얘기할 때 화가 난다"고 하더군요.
 
척박한 들에도 봄은 올까요. 밀실팀이 지난 4~7일 청년 환경단체 4곳에서 소속된 11명의 활동가의 속마음을 들여다봤습니다.
 
#청년 기후변화 활동가들의 호소,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한국엔 툰베리 없다?…국내·외 현실 '온도 차'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가 연설을 하고 있습니다. EPA=연합뉴스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가 연설을 하고 있습니다. EPA=연합뉴스

기후변화 운동은 밀레니얼(1980~2000년대생)에게 일종의 상징과 같습니다. 환경문제로 인한 피해가 계속 될 전망이고, 이를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되기 때문이죠. 실제로 올 여름 한반도를 찾아온 54일간의 긴 장마, 연이어 발생하는 초강력 태풍도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해외 청년, 청소년들은 각국 정부와 정책 결정권자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곤 합니다. 스웨덴의 17살 고등학생 그레타 툰베리가 '대표 주자'죠. 지난해 9월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상들에게 기후변화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게 계기였죠. 그는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환상만 늘어놓는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느냐"고 호소하는 연설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한국에 툰베리는 없을까요. 안타깝게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편입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청소년(15~18세) 554명을 대상으로 ‘평소 관심 사안’을 물었더니, ‘기후변화’라는 응답은 4위(32.7%)에 그쳤습니다. 인공지능(1위ㆍ45.3%), 빈부 격차(2위ㆍ·34.5%), 국가 간 관계(3위ㆍ·33.8%)보다 관심이 낮았죠.
 
한층 암울한 조사 결과도 있어요. 세계 주요국 여론조사 기관 모임인 WIN이 지난해 10~12월 40개국 성인 2만 9368명에게 기후변화 관련 설문조사를 했더니, 우리나라 응답자 67%가 "기후변화를 막기엔 늦었다"고 했습니다. 기후위기에 자포자기한 듯한 반응이 많다는 뜻인데, 20대 응답자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요. 이는 설문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율(전체 평균 46%)이랍니다. 반면 미국은 29%, 영국은 37%에 그쳤어요.
 

"사이비 같은 소리"…편견 시달리는 청년들

청년 기후변화단체 '빅웨이브'에 속한 활동가들이 지난 7일 밀실팀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뒷줄 왼쪽부터 임재민(30)씨, 오지혁(20)씨. 앞줄 왼쪽부터 강은빈(23)씨, 신은섬(24)씨, 박소현(23)씨. 이시은 인턴

청년 기후변화단체 '빅웨이브'에 속한 활동가들이 지난 7일 밀실팀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뒷줄 왼쪽부터 임재민(30)씨, 오지혁(20)씨. 앞줄 왼쪽부터 강은빈(23)씨, 신은섬(24)씨, 박소현(23)씨. 이시은 인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나선 청년들도 주변 또래가 무관심하다고 느끼고 있을까요? 대체로 그랬습니다. 이들은 "우리나라 청년 세대가 해외보다 적극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편"이라며 안타까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조은혜(29)씨는 “국내 청년들의 기후변화 운동은 해외와 비교하면 대규모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평했습니다.
 
적극적 행동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부정적 시선입니다. 기후변화 운동가들을 향한 이런저런 편견이 있다는 거죠. 실제로 밀실팀이 만난 청년 활동가들도 다양한 오해를 받아왔다는데요. 신은섬(23)씨는 "저에게 ‘교회 다니냐’고 묻거나, 불교 등 종교적인 문제로 연결 짓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고다슬(27)씨는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가져오는 영향을 말하자 ‘사이비 종교 같은 이야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답니다. 김지윤씨도 “채식주의자나 환경보호를 위해 대중교통조차 타지 않는 극단적 생태주의자로 오해받는다”고 토로했습니다.
 
강성 운동권으로 오해받거나, 취업에 불이익을 두려워해 참여를 망설이는 청년들도 있답니다. 이지우(20)씨는 “학교 환경 소모임에 가입한 사람들도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있었다”며 “졸업과 취업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불안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죠.
 

기후변화 운동 늘지만, 여전히 관심 밖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국청소년기후소송단 회원들이 '524 청소년 기후행동 기후변화 대응 촉구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입니다. 청년 기후변화 활동가들은 "최근 몇 년 새 규모가 작은 청년 기후변화 단체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전했죠. 뉴스1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국청소년기후소송단 회원들이 '524 청소년 기후행동 기후변화 대응 촉구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입니다. 청년 기후변화 활동가들은 "최근 몇 년 새 규모가 작은 청년 기후변화 단체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전했죠. 뉴스1

물론 모든 청소년과 청년이 기후위기에 무관심한 건 아니랍니다. 일부 활동가는 "그래도 몇 년 새 규모가 작은 청년 기후변화 단체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한국 청년·청소년의 관심과 활동이 큰 반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건 사실입니다. 이를 두고 활동가들은 기성세대로 화살을 돌렸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도 나왔는데요. 젊은 세대 목소리를 듣는 척만 하고 정작 문제 해결엔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임재민(30)씨는 "정치인들이 기후변화 운동가를 (국회로) 부를 때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뒤로는 내가 원하는 정책과 예산을 갖다 붙이는 식으로 청년을 소비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언론이 기후변화 활동을 조명하지 않는다”는 아쉬움도 나왔습니다. 박소현(23)씨는 “언론에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시스템과 대응책에 대한 목소리를 더 많이 다뤄야 한다”며 “환경이란 주제에 국한되지 말고 다른 주제(안보·경제 등)와 기후변화를 같이 다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습니다.
 

“미래는 어른들이 책임지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청년 기후변화 활동가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청년 기후변화 활동가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AP=연합뉴스

그렇다고 청년 활동가들이 한숨만 쉬고 있지 않습니다. "청년과 청소년이 기후변화 운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강은빈(23)씨는 “지금의 어른들이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고 강조했고요. 오지혁(20)씨는 “10대와 20대는 다른 세대와 달리 급진적이고 전면적인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세대"라며 "기성세대와 다른 목소리를 더 내야 할 때”라고 주장했죠.
 
기후위기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일이 됐습니다.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죠. 두터운 편견을 뚫고 한국에도 청년 환경운동이 결실을 볼 수 있을까요.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도있는 착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윤상언ㆍ박건ㆍ최연수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영상=김현정·이시은 인턴, 백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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