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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계로 낙인 찍힌다? 여당서 쏙 들어간 기본소득 논의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임현동 기자. 2020.9.11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임현동 기자. 2020.9.11

지난 6월 김종인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발(發) 기본소득 논쟁에 앞다퉈 참전했던 여권의 기본소득 논의가 주저앉는 분위기다. 분위기 변화에는 이낙연 대표의 선별지급론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보편지급론으로 대립했던 2차 재난지원금 논란의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본소득법 발의 0건…민주당 안팎 모두 주춤

 
스스로를 ‘기본소득 확신범’이라 소개했던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부터 준비해 온 '기본소득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아직 발의하지 못하고 있다. 민관이 참여하는 국가기본소득위원회부터 만들어 도입 가능한 기본소득의 액수와 지급방식을 논의하자는 수준의 내용이지만 제출 시점도 정하지 못했다. 소 의원은 “어떤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방향을 정하지 못해 국회 입법조사처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일반회계로 할지 특별회계로 해 각 세목별 단독법안을 따로 만들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이 대표 상품인 1석 정당 시대전환의 조정훈 대표 역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제정법안을 마련해 지난 4일부터 공동발의 협조요청을 하고 있지만 함께 하겠다는 의원이 아직 4명뿐이다. 법안 발의를 위해선 의원 10명이 필요하다. 
 
소 의원이 대표를 맡고 여야 의원 31명이 참여하는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도 개점휴업 상태다. 이 포럼은 지난 7월30일 창립총회를 연 이후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두번의 세미나가 잡혔었지만 수혜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됐다. 소 의원 측 관계자는 “포럼이 활성화 돼야 법안 발의 방향도 가닥을 잡을텐데 모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럼 회원인 한 의원은 “모임도 어렵지만 카톡방 등 의견교류할 다른 창구도 없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 31명이 참여하는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대표 소병훈)창립총회 및 세미나가 지난 7월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 창립총회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석했다. 이재명 계로 분류되는 정성호, 김병욱, 이규민 의원도 포럼 회원으로 이날 자리했다. [뉴스1]

여야 의원 31명이 참여하는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대표 소병훈)창립총회 및 세미나가 지난 7월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 창립총회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석했다. 이재명 계로 분류되는 정성호, 김병욱, 이규민 의원도 포럼 회원으로 이날 자리했다. [뉴스1]

 

이낙연 효과…"보편복지 자체 다시 생각해야" 주장도

  
소 의원 측은 코로나와 재원 마련 방법론을 이유로 들었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기본소득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당 분위기가 반영됐다고 본다”며 “기본소득은 '이재명표', 선별지원은 '이낙연표'라는 딱지가 붙어 기본소득 법안에 서명하면 이재명계로 오해받기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포럼에 참여해 온 한 의원은 “기본소득 논의를 키우기엔 적절치 않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8.2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나섰던 소 의원은 이 지사가 공개지지하면서 친문 지지층에 '이재명계'로 낙인찍히면서 탈락했다.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이 대표의 선별지급론은 당내에서 '기본소득 반대'로 확대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더 급한 분들께 더 빨리, 더 두텁게 도움을 드리는 것이 이론상 맞다. 저의 신념이다”이라고 말한 이후 선별지급을 당·정·청의 결론으로 밀어붙였다. 민주당 한 의원은 “사실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은 다른 문제인데 이 지사가 자기 브랜드를 어필하기 위해 두 가지를 연결하면서 이 대표와의 전선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측 관계자는 “최근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결정이 영향으로 여당 의원들이 도장 찍어주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이 대표가 기본소득에 관해 냈던 유보적 입장이 확대해석의 뿌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6월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는 "기본소득에 관한 찬반의 논의도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우리가 추진해온 복지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그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썼다. 김종인 위원장이 기본소득을 화두로 띄운 직후 계파를 불문하고 “여·야·정 추진위원회를 만들자”(이원욱 의원), “기본소득은 빅데이터 시대 국민에 정당한 배당”(우원식 의원) 등의 반응이 쏟아지던 때였다. 하지만 이 대표 취임 후엔 보편적 복지론과 맞닿아 있는 기본소득론에 근본적 회의를 드러내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기본 소득론은 허구"라며 "진보진영의 보편복지론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고립된 이재명 나홀로 GO…"복지 이슈 전반서 주류와 대립" 전망

10일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온라인 방식으로 개막한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 정책의 전국화를 모색하기 위해 제안한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 출범식이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영상회의 방식으로 개최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온라인 방식으로 개막한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 정책의 전국화를 모색하기 위해 제안한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 출범식이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영상회의 방식으로 개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는 선별 재난지원에 대해 수용 입장을 밝힌 뒤에도 나홀로 '기본소득 드라이브'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10~11일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를 개최한 이 지사는 개회사에서 “기본소득은 새 시대의 대안이자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다. 코로나 위기는 역설적으로 기본소득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금으로 경기지역 화폐를 충전할 때 10~15% 정도를 추가 지급하는 경기 지역화페 인센티브제도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의 선별지급 방침에서 소외되는 도민들을 위한 조치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복지제도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곧 화두가 될 것”이라며 “재난지원에서 보여준 이 대표의 '신념'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과 큰 틀에서 대립해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친문 진영에 속한 한 재선 의원도 “기본소득론은 대선 때까지 밀고 갈 이 지사의 어젠다”라며 “당 주류와의 마찰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해리·정진우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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