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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유선종의 고령사회 부동산 담론

과거엔 ‘깡통주택’ 지금은 ‘패닉 바잉’... 정책 불신도 왜곡 부추기는 불쏘시개

2009년 보금자리주택 분양을 신청하기 위해 토지주택공사(LH) 서울본부에 몰려든 청약자들.

2009년 보금자리주택 분양을 신청하기 위해 토지주택공사(LH) 서울본부에 몰려든 청약자들.

서울의 주택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 강남권의 집값이 평당 억대를 넘어섰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에서도 전용면적 84㎡가 10억원대를 웃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단언컨대 정부의 섣부른 부동산시장 개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보금자리주택,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개입한 ‘흑역사’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지만, 현재 상황과 비슷했던 2008년으로 가보자. 노무현 정부에서도 22번에 이르는 주택시장 개입으로 주택가격은 국지적으로 급락을 거듭하고 있었고,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2007년에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2008년 리먼 사태(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비롯된 국제 금융위기)를 계기로 주택시장은 급락했다. 이와 같은 모습을 돌아보면 부동산시장의 안정은 정부의 개입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장기능이 작동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B정부 보금자리주택 땐 ‘깡통주택’ 촉발

MB정부는 부동산가격 상승을 막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했다. 무주택 서민과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의 공급량을 늘리고 인근 주택가격의 80% 수준으로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2008년 9월 그린벨트를 해제해 만든 보금자리주택 지구의 분양 아파트는 인근 시장가격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 공급됐다. 입지가 동탄 등 2기 신도시보다 서울에서 가깝고, 급등하던 시장가격과 비교해보면 ‘반값’ 아파트로 불릴 정도의 분양가였기에 무주택자에게 환영을 받았다. 보금자리주택은 2009년 사전청약, 2010년 말 본청약을 시작하면서 본 궤도에 올랐다. 기존에 공급된 서민주택과 달리, 청약저축에 가입한 무주택 서민·근로자·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공공이 직접 건설했다. 분양가를 시장가격보다 15%~30% 저렴하게 공급했으며, 사전예약제를 통해 공급하자 무주택자와 신혼부부와 청년 세대 등은 격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대로 된 것은 여기까지였다. 리먼 사태로 거시경제가 침체에 빠져드는 시점에 주택시장마저 거래가 실종되고, 내 집 마련에 나섰던 무주택자들이 보금자리주택을 염두에 두면서 매매가 줄었다.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 대신에 임대주택으로 스며들면서 주택시장은 더욱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이때 ‘깡통주택’ ‘깡통전세’ 등의 신조어가 신문 지면을 덮었다.
 
무주택자들에게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하게 해주려던 보금자리주택이 결과적으로 깡통주택의 단초가 됐다는 점은 아이러니컬하다. MB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지구의 대표적인 사업지는 강남 서초권이다. 첫 공급지였던 강남지구(세곡)와 서초지구를 비롯해 2차로 지정된 내곡지구, 세곡2지구의 분양가는 당시 주변 시세의 70% 미만으로 ‘10년 전매제한 및 5년 거주의무’라는 제한요건이 있었다.
 

文정부 시장개입·공급확대엔 사재기 열풍

시계를 다시 오늘날로 돌려보자. 보금자리주택의 실거래가는 얼마일까? 서울 도심권 보금자리주택지구인 강남지구는 그린벨트를 개발한 것이었기에 친환경적인 주거환경과 강남권 생활 기반시설을 공유할 수 있어 강남권에 준하는 가격이 형성됐다. 시범지구로 공급됐던 A2블록(세곡푸르지오)과 2차 공급된 A1블록(강남LH1단지e편한세상)는 각각 2010년 12월, 2011년 7월 본청약시 분양가가 3.3㎡당 평균 1000만원 내외로, 1블록 전용 59㎡가 2억3170만원, 84㎡가 3억5770만원으로 책정됐다.
 
현재 이들 지역의 실거래가는 분양가 대비 5배에 육박한다. 무주택자로 내 집 마련을 미루면서 MB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을 분양 받은 사람들은 오늘날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돼있다. 주변 아파트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공급한 강남 서초권역의 보금자리주택이 ‘로또’가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23번에 걸친 부동산정책을 발표했고, 127만 가구라는 엄청난 양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지속적인 부동산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무주택자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과 ‘패닉 바잉(가격에 상관없이 사재기)’으로 대응하고 있다.
 
MB정부가 추진했던 보금자리주택의 결과 무주택자들은 70만 가구라는 ‘로또 분양주택’에 청약하기 위해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임대주택시장에 남으면서 깡통주택이라는 양태가 되기까지 주택시장을 왜곡시켰다. 그 시절에는 로또였던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위해 내 집 마련을 미뤘던 무주택자들이, 오늘날에는 내 집 마련에 필사적이다.
 
무주택자들에게 어떠한 변화가 생긴 것일까? MB정부와 文정부의 주택정책의 차이가 무엇이기에 반응이 이처럼 다른 것일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일까? 아니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일까? 당시 보금자리주택을 총괄하던 주무국장이 오늘날의 주택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제1차관이다. 같은 사람이 펴내는 정책이 같은 색깔이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은 왜일까?
 
그 저변에는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절감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있다. 대출규제로 재원 조달의 어려움도 있고, 전세값의 고공행진과 반전세 증가로 월세 등 주거비가 늘자 ‘지금 아니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다는 공포감’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 이렇게 놓고 보면 지금의 주택시장의 문제는 수급만의 문제도 아니다. 다분히 부동산정책을 불신하는 심리적인 이유도 크다.
 

※ 필자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글로벌 프롭테크 전공 주임교수로 고령화와 관련한 사회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정책위원회, 행정안전부 지방세 과세포럼,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서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노인주택 파노라마], [지방소멸 어디까지 왔나], [생활 속의 부동산 13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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