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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사과나무가 한 그루도 없는 사과 테마공원

기자
김성주 사진 김성주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78)

충남 서산으로 귀농을 준비하는 임태기(52) 부장은 대학 시절 어린이 농장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어 자신의 농장을 체험 농장으로 꾸미려 하고 있다. 임 부장과 상담하면서 농촌관광이 귀농·귀촌 농가가 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추천했다. 오랜 지인이라 친절하고 유쾌한 그의 장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조언을 했다. 우선 농장의 테마를 선정하고, 프로그램과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그에 합당한 시설을 구축하고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교과서와 같은 이야기를 하니 알았다고 한다. 그 정도는 안다고 웃었다.
 
그가 농촌관광 경영에서 핵심 역량은 무엇이냐고 질문을 했다. 그냥 되는대로 하는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을 짚어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세 가지의 공통된 능력이 있었다. 콘텐트 기획 능력, 마케팅 능력, 안정된 운영 능력이다.
 
잘하는 농장을 가 보면 콘텐트가 끊임없이 개발, 생산된다. 같은 수확 체험이라도 의미와 재미가 더했고, 고객을 끌어모으는 마케팅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사진 pixabay]

잘하는 농장을 가 보면 콘텐트가 끊임없이 개발, 생산된다. 같은 수확 체험이라도 의미와 재미가 더했고, 고객을 끌어모으는 마케팅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사진 pixabay]

 
확실히 잘하는 농장을 가 보면 콘텐트가 끊임없이 개발, 생산되고 있었다. 같은 수확 체험이라도 의미와 재미가 더했다. 1년 365일 운영이 가능한 콘텐트를 만드는 곳도 있다. 그리고 고객을 끌어모으는 마케팅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입소문을 내는 능력이다. 고객이 많은 농장은 SNS를 통해 자체 홍보에 열 올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문자와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며 소통하고 있다. 도시인은 SNS가 취미이지만 농촌에서는 SNS가 생계를 위한 마케팅 활동이다. 
 
운영 능력이란 어쩌면 멀티태스킹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경영 지표와 시설, 인력을 관리하는 일이다. 임 부장은 늘 웃으면서 고객을 맞이하는 것이 여느 테마파크보다도 낫다. 잦은 태풍에 피해를 본 시설을 고치기도 바쁠 텐데, 걸려 오는 예약 전화를 환한 목소리로 응대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낀다. 혼자 많은 일을 한다. 그래서 운영 능력을 높이 산다. 
 
임 부장은 귀농지 밭에 심을 작물을 아직 못 정했지만 사과가 마음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면서 사과 과수원 일도 힘든데 농촌 관광은 무리가 아니냐고 물었다. 맞다. 농작물 재배와 판매만 주력해도 된다. 그래도 농촌 관광을 추천하는 이유는 농촌관광은 ‘고객과 즐기는 체험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관광을 통해 나의 농산물의 가치를 체험하도록 하고, 충성 고객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 ‘가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농장’을 만든다면 그 농장의 농산물은 판매를 전혀 걱정하지 않고 높은 가격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사과 농장을 하겠다고 결정했다면 테마는 사과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과는 농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농장 안에 메인 테마를 만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경북 청송군의 사과 테마공원은 청송의 특산물인 사과를 테마로 만든 공원이지만 막상 가보면 사과나무 한그루를 볼 수 없다. 
 
체험 농장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이 많다. 그 이유는 생산자 중심으로 동선이 마련돼 있어서다. 그리고 재미가 없으니 내내 지루하고 불편한 것이다. 재미가 중요하다. 그리고 농장 입구에서 체험장과 재배지까지 가는 길목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동선이 아무리 길어도 지루하지 않게 하면 된다. 사과 농장이라면 농장 입구에서 걸어 오면서 ‘과수원길’이라는 동요를 함께 부르면 될 것이다. 경기도 포천의 한 사과 농장은 입구에 선글라스를 낀 사과를 조형물로 만들어 놓았다. 그걸 본 고객은 모두 선글라스를 낀 깡패 같은 사과를 생각하느라 진입로가 긴지 몰랐다고 한다.
 
많은 농장이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고민을 한다. 특히 체험 농장은 수확 체험을 하는 수확기를 제외하면 고객이 없다고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수확기를 제외한 나머지 시즌에는 유인 요인이 없어 수익이 안 나는 것이다. 농장에서 돈을 소비하는 관광 상품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음료, 음식, 농산물을 팔아야 한다. 그리고 농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경험을 팔아야 한다. 한 달 전 태어난 송아지를 보러 사람들은 목장으로 온다. 소를 관람하는 것은 무료지만 우유 젖병은 유료로 수입이 생긴다. 무조건 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농장 입구에서 체험장과 재배지까지 가는 길목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사과 농장이라면 농장 입구에서 걸어 오면서 ‘과수원길’이라는 동요를 함께 부르면 될 것이다. [사진 pxhere]

농장 입구에서 체험장과 재배지까지 가는 길목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사과 농장이라면 농장 입구에서 걸어 오면서 ‘과수원길’이라는 동요를 함께 부르면 될 것이다. [사진 pxhere]

 
역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온다. 일반적인 체험 행사로는 이제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평택에 가면 쌀겨를 모아 발효를 시키고, 발효하는 과정에서 뜨끈하게 데워진 쌀겨 찜질방을 운영하는 농장이 있다. 이곳은 일 인당 요금이 30분에 2만원이어도 늘 북적거린다. 무농약 쌀겨와 찜질이 만나 건강 관광 상품을 만든 것이다. 농촌에서는 매우 흔한 모습이 도시에서는 드물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몇 해 전 ‘워낭 소리’라는 영화가 히트한 이유는 소가 일을 하고 주인과 교감하는 모습을 도시에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하는 소를 이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들다. 지극히 농촌다운 것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다.
 
귀농을 준비하는 임 부장에게 마지막으로 조언한 것은 경영학과 출신답게 농장을 경영하라는 것이었다. 경영이라는 것은 지표 관리다. 원하는 목표를 정하고 지표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다. 농촌 관광의 대표적인 지표에는 방문객 수, 매출, 객단가가 있다. 농장을 방문하는 방문객 수를 매일 체크해야 한다. 방문객도 어린이, 학생, 회사원, 가족, 노인 등으로 계층을 구분해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개인 고객과 단체 고객으로 구분하고, 연령대와 성별을 구분한다. 매출 지표를 관리한다. 매출은 판매금액이다. 그리고 매출 금액을 방문객 수로 나누면 1인당 사용금액인 객단가가 나온다. 
 
우리 농장 방문객이 평균 얼마를 쓰는지 알게 되면 상품의 가격과 서비스의 요금을 분석할 수 있다. 무료 고객이 있고 단체 고객 할인이 있으니 객단가는 평균 판매 가격보다 더 낮다. 객단가를 체험, 음식, 숙박, 농산물 판매 등으로 구분해 분석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온종일 농촌 관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니 임 부장의 표정이 야릇해진다. 쉬운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라나. 그래도 먼저 시설을 예쁘게 지어 놓고 농촌 체험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반대로 하기로 했다니 조언해 준 보람이 있다.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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