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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만 패던 美 '최후보루' 건든다…中반도체 숨통 끊기나

중국 반도체를 읽다 ⑪ : 美 SMIC 제재 검토에 막막한 중국

지난 3월 중국 충칭시의 오포 스마트폰 공장의 모습.[신화=연합뉴스]

지난 3월 중국 충칭시의 오포 스마트폰 공장의 모습.[신화=연합뉴스]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지…."

지금 중국 반도체 업계 생각이 이렇지 않을까. 지난주 기자는 지난 8월 26~28일 장쑤성 난징에서 열린 ‘2020 세계반도체대회’ 의 목소리를 전했다. 여기서 중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파장이 업계 전체로 번질 거란 불안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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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5일 CNBC등 미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정부가 SMIC(중국명 중신궈지·中芯國際)를 거래 제한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7일 중국 상하이 SMIC 공장의 모습. [EPA=연합뉴스]

7일 중국 상하이 SMIC 공장의 모습. [EPA=연합뉴스]

SMIC.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다. 중국 정부가 공들이는 회사다.
 
미국 정부는 SMIC를 통해 미국 반도체 기술이 중국군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방한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SMIC와 중국군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SMIC가 중국군을 돕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미 국방부는 이미 중국 인민해방군이 소유 또는 지배하고 있는 중국 기업 20개 리스트를 6월 의회에 제출했다. 이제 SMIC도 그 리스트에 추가되는 셈이다.
 
만일 SMIC가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기업이 SMIC와 거래를 하기 위해선 미 정부의 사전승인(라이선스 발급)을 받아야 한다. 이러면 SMIC는 손발이 묶인다. 반도체를 만들고 싶어도 장비가 대부분 미국산이라서다. 미 기업이 수출하고 싶어도 미국 정부가 허가를 안 내주면 그만이다. 
7일 중국 상하이 SMIC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 [EPA=연합뉴스]

7일 중국 상하이 SMIC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 [EPA=연합뉴스]

SMIC는 재빨리 해명했다. SNS로 “(중국)군과 관련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성실하고 투명한 태도로 미 정부와 소통해 편견과 오해를 풀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국은 묵묵부답이다. 시장이 반응했다. SMIC 주가는 7일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서 폭락했다.
 
중국 외교부는 흥분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7일 “미국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국력을 남용해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데 이는 적나라한 패권주의적 행태”라고 말했다. 아직 SMIC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유가 있다.

SMIC가 중국 반도체 최후의 보루라서다.

7일 중국 상하이 SMIC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 [EPA=연합뉴스]

7일 중국 상하이 SMIC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 [EPA=연합뉴스]

스마트폰, 5G로 세계시장을 주도하려는 중국이다. 약점은 반도체다. 자체생산이 안 된다. 그래도 업계 맏형 화웨이가 나서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 성공했다. 하지만 5월 미국 제재로 제품을 대신 만들어주던 대만 TSMC가 발을 뺐다.
 
화웨이가 대안으로 택한 게 SMIC였다. 기술력은 TSMC나 삼성전자에 못하지만, 중국 기업이다. 중국 정부도 힘들어도 돈을 쏟아부어 SMIC 기술력을 키우려 했다. 7월 SMIC가 증시에 상장돼 한국 돈 약 9조원을 거머쥐고, 5월 중국 정부가 약 2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이유다.
 
그런 SMIC가 제재로 못 움직이면 화웨이엔 큰 타격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8월 기준 SMIC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 최대 고객사다.

화웨이만이 아니다. 중국 반도체 업계 전체 문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SMIC는 점유율이 높진 않지만 세계 4~5위 업체다. 물론 중국(매출 34%)시장 덕분이다. 화웨이 말고 중국 내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가 SMIC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SMIC가 멈추면 이들이 힘들고, 여기서 반도체를 공급받던 중국 중소 스마트폰, 통신업체도 힘들어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미 제재는 SMIC 공급망을 교란해 중국 스마트폰은 물론 5G 이동 통신 기지, 미사일 유도장치 개발 등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전망한 이유다. 중국 IT산업 전반이 휘청거릴 수 있는 거다. 중국 외교부의 격한 반응도 이해가 된다.
 
물론 미국이 제재하면 미국 업체도 타격이 있다. SCMP는 “미국 반도체 업체 30개 중 10개가 SMIC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 정부의 강력한 의지, 미국 내반중 정서 속에서 쉽게 SMIC와 거래를 이어가긴 쉽지 않다. 미국은 힘들더라도 이번 참에 중국 반도체 ‘싹’을 자른다는 생각인 듯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SMIC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반도체 기업도 제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우리에겐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 충남 아산시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보기 앞서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 충남 아산시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보기 앞서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당장은 순풍일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업체들은 SMIC 제재 가능성을 고려해 향후 재고 확보 차원에서 해외 파운드리 업체에 긴급주문을 넣을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싸움은 길게 봐야 한다. 천징(陳經) 중국 과학기술전략정세학회 연구원은 환구시보에 “반도체는 미·중 과학기술 냉전의 핵심 영역”이라며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독립은 원자폭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을 상대하려면 반도체는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지난 7월 중국 장쑤성 화이안시의 한 LED 칩 공장의 모습.[AFP=연합뉴스]

지난 7월 중국 장쑤성 화이안시의 한 LED 칩 공장의 모습.[AFP=연합뉴스]

지금은 미·중 반도체 전쟁의 서막에 불과하다. 중국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려 할 거다. 투자는 투자대로 하고, 미국에 동조하지 않는 국가와의 협력으로 반도체 기술을 지키려 할 거다. 이럴 수록 한국이 기댈 건 기술력밖에 없을 터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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