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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학교는 또 유튜브 자율학습? “개학 보름, 선생님 얼굴 못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수도권 지역 학교가 원격수업을 시행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봉은중학교에서 수학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수도권 지역 학교가 원격수업을 시행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봉은중학교에서 수학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뉴스1

"개학한 지 보름이 다 되도록 아이가 선생님 목소리 한 번 못 들었어요. 쌍방향 실시간 수업이 힘들면 최소한 안부라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직장맘 김모 씨는 초등학생인 둘째의 원격수업 탓에 고민이 많다. 그나마 1주 2~3회 '줌(Zoom)' 등을 활용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는 첫째와 달리 둘째는 2학기 들어 담임교사의 얼굴을 본 적도, 음성을 들은 적도 없다. 모니터 속 영상만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니 의욕도 떨어지고 이해도도 낮다. 김 씨는 "선생님께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 지, 진도는 잘 따라가고 있는 지 전화라도 주시면 아이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건의했다"며 한숨 쉬었다. 
 

"2학기도 교사 없는 원격수업이라니" 불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유치원과 초·중학교의 원격수업이 이달 20일까지로 연장됐다. 등교 수업이 늦춰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원격수업의 부실 운영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학기에는 비대면 수업이 갑작스럽게 진행돼 어쩔 수 없었다지만 2학기마저 EBS와 유튜브 동영상만 바라보는 식의 원격수업이 반복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이런 불만은 특히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비율이 저조한 공립학교 부모들 사이에 높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립 초등학교 재학 중인 4학년 딸을 키우는 직장맘 이 모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날 아이가 다니는 학원은 바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시작하더라"며 "우수한 성적으로 교대·사범대에 입학해 임용고시까지 통과한 학교 선생님들이 왜 학원만큼 빨리 적응 못 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공립·사립학교 간 교육격차 우려 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원격수업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원격수업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학부모나 교육계에선 원격수업의 파행으로 학교 간 교육격차가 심화한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일부 사립 초·중·고교와 국제중·특목고·자사고에서는 시간표대로 전 과목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공립학교 부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교육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지난 4월 학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반고의 쌍방향 수업 비율은 5.1%에 그친 반면 특목고·자사고의 경우 쌍방향 수업 비율이 22.7%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달초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공립학교의 원격수업 개선을 요구하는 학부모의 청원도 등장했다. 공립초 3학년 자녀가 있다는 청원인은 "원격수업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 혼자 유튜브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며 "출석을 부르고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진정한 원격 수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립학교와 일선 학원들은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는데 왜 공교육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거냐"며 "1시간 만이라도 선생님이 소통하는 수업을 보장해달라"고 호소했다.
 

교사들 "지원 부족 여전""눈치 보여 못해"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에서 1학년 국어선생님들이 협업수업을 위한 녹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에서 1학년 국어선생님들이 협업수업을 위한 녹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엇갈린다. 교사들은 원격수업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교사는 "현직 교사 70~80%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데, 교육청에서는 줌이나 구글 클래스룸의 사용법을 가르치는 교원 연수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정부도 아직 쌍방향 소통 기능을 갖추지 않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e학습터' 사용만 권장한다"며 "학교도 웹캠, 마이크 등 장비 구매엔 인색하면서 교사의 역할만 강조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직된 교직사회의 분위기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립 초등학교 교장은 "고참 교사들이 '실시간 수업이 힘들다, 못하겠다'고 하면 경직된 교사집단의 분위기 탓에 실시간 수업을 할 수 있는 젊은 교사도 선뜻 나서지 못하게 된다"며 "그래서 다른 교사에겐 알리지 않은 채 쌍방향 수업을 하는 젊은 교사도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 "무조건 실시간 강조하긴 어려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 겸 사람투자인재양성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 겸 사람투자인재양성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률적인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교육부가 교원 22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수업 가운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4%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수나 기기·콘텐츠를 보급하는 등 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 비율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목이나 학교 상황에 따라 사전 제작 콘텐츠나 과제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한층 효율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실시간 수업을 강조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1학기 실시간 쌍방향 수업 실시 학교 비율이 10% 내외였는데 2학기에는 20~30%까지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또다른 청원에서 청원인은 "미리 녹화된 EBS만 보다가 링크 걸어주는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이 교육부에서 말하는 원격수업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아이들이 등교를 안 한다는 이유로 교사의 주 업무를 안 해도 되는 것인가. 교사들이 비대면이라도 전화 상담 등을 통해 아이들의 안부나 학습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학부모도 "100% 실시간 수업은 바라지도 않는다. 2학기가 됐는데도 동영상만 틀어주는 원격수업은 문제가 있지 않냐"며 "정부가 나서서 상황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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