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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드라마도 봉준호 연출 바랐지만 너무 바쁜 몸 됐다”

지난 5월 공개된 드라마 ‘설국열차’. 현재 시즌 2를 제작 중이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 5월 공개된 드라마 ‘설국열차’. 현재 시즌 2를 제작 중이다. [사진 넷플릭스]

“영화 ‘설국열차’(2013)를 아내와 함께 봤어요. 작품이 어땠느냐고 묻길래 TV쇼로 만들겠다고 답했죠. 그때는 그 과정이 그렇게 힘들지 몰랐어요. 그저 영화가 너무나 강렬하고 드라마로 가져올 수 있는 요소가 넘쳐난다고만 생각했죠. 원래 힘들수록 성공하는 법이지만 정말 마음과 영혼을 모두 쏟아부어야만 했어요.”
 

제작 총괄 맡은 마티 아델스타인 BCWW서
“열성 팬덤, 가족 서사 모두 갖춘 아시아 IP
전 세계 공감 이끌어내면서 관심 높아져”

지난 5월 미국 TNT와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 드라마 ‘설국열차’의 탄생 비화다. 미국 제작사 투모로우 스튜디오의 마티 아델스타인 대표는 “‘설국열차’ 원작의 팬이 상당히 많은 데다 기후 변화처럼 현재와 연관된 주제를 다루고 있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TNT에서 첫 화 공개 당시 330만명의 시청자가 몰려들고 넷플릭스 ‘오늘의 톱 10 콘텐트’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난 25년간 할리우드에서 에이전트, 매니저, 프로듀서로 일하며 ‘프리즌 브레이크’ ‘아쿠아리우스’ 등을 제작해왔다.
 

“‘기생충’ 수상으로 우리 작품도 함께 주목”

8일 국제방송영상마켓에 특별연사로 참여한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 투모로우 스튜디오의 마티 아델스타인 대표(오른쪽). C21 미디어 마이클 피카드가 진행을 맡았다.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8일 국제방송영상마켓에 특별연사로 참여한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 투모로우 스튜디오의 마티 아델스타인 대표(오른쪽). C21 미디어 마이클 피카드가 진행을 맡았다.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7~11일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에서 특별연사로 참여한 아델스타인은 8일 ‘뉴노멀 시대, 아시아 방송 콘텐츠 르네상스의 도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연사를 초청하는 대신 사전녹화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그는 “앞으로 코로나19 역시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지 않겠냐”며 “‘설국열차’ 시즌 2도 촬영 종료를 4일 앞두고 셧다운돼 아직 마무리를 못했다”고 밝혔다.  
 
2015년 ‘설국열차’ 드라마화 작업을 시작한 그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맡길 바랐다”고 말했다. ‘설국열차’는 1982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고 체코에서도 영화로 제작됐지만, 한국판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 봉 감독과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우린 봉 감독의 비전을 가져와서 더 길게 확장한 것이니까요. 봉 감독이 캐나다 밴쿠버 세트장에도 두어번 왔었는데 너무 바빠졌죠. 천재적인 영화(‘기생충’)를 만드는 바람에 외국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에 올랐으니까요. 덩달아 우리 작품도 더 주목받게 됐죠. 높은 관심에 감사하면서도 걱정되기도 했고요.”
 

“기차 공간 숨 막히지 않도록 꾸미려 노력”

드라마로 만들어진 ‘설국열차’의 나이트 카에서 공연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어진 ‘설국열차’의 나이트 카에서 공연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넷플릭스]

전직 형사 출신으로 꼬리칸의 혁명을 주도하는 레이턴 역을 맡은 다비드 디그스와 열차의 실질적인 관리를 맡고 있는 멜라니 역의 제니퍼 코넬리. [사진 넷플릭스]

전직 형사 출신으로 꼬리칸의 혁명을 주도하는 레이턴 역을 맡은 다비드 디그스와 열차의 실질적인 관리를 맡고 있는 멜라니 역의 제니퍼 코넬리.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로 옮기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1001칸에 달하는 열차의 구현이다. 그는 “다들 기차를 오래 타야 하니 공간이 숨 막히게 느껴지지 않도록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기차를 35칸 정도 만들었어요. 촬영이 끝나면 호텔로 써도 될 정도로 멋진 공간이죠. 기존 파일럿도 아름다웠지만 에피소드가 너무 띄엄띄엄 떨어져 있었어요. 그래서 에피소드 성격을 강화하고 캐릭터를 바꾸는 등 재조정했죠. 그래픽 노블에 프리퀄과 시퀄도 있으니 이 프랜차이즈는 아주 오래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열차 내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추리물 요소를 더한 드라마는 한층 더 크고 화려해진 볼거리를 자랑했지만, 봉준호 특유의 유머가 사라지면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투모로우 스튜디오는 현재 아시아 IP(지식재산권)를 토대로 여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1998~1999)과 ‘원피스’(1999~)를 드라마로 제작해 넷플릭스로 방영할 예정이다. 그는 “‘카우보이 비밥’ 판권을 확보하자 스튜디오 네 군데서 동시에 전화가 와서 어떻게 제작할 거냐고 물어봤을 만큼 관심이 뜨겁다”며 “원작을 아는 사람이 많으면 방송국이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플랫폼에 작품을 팔기가 쉬울뿐더러 평소라면 같이 일하기 힘든 뛰어난 작가들이 팬으로서 자진 참여하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원작 팬들은 엄청나게 열광적이기 때문에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비난받게 된다. 각색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어·영어 반반씩 섞인 작품도 준비 중”

영화 ‘서치’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한국계 배우 존 조.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 ‘카우보이 비밥’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십자인대 파열로 7개월간 휴식을 취한 뒤 최근 뉴질랜드에서 촬영을 재개했다. [사진 소니 픽처스·넷플릭스]

영화 ‘서치’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한국계 배우 존 조.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 ‘카우보이 비밥’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십자인대 파열로 7개월간 휴식을 취한 뒤 최근 뉴질랜드에서 촬영을 재개했다. [사진 소니 픽처스·넷플릭스]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 ‘원피스’도 드라마로 제작돼 넷플릭스에서 방영 예정이다. [사진 넷플릭스]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 ‘원피스’도 드라마로 제작돼 넷플릭스에서 방영 예정이다. [사진 넷플릭스]

한국계 작가 프란시스 차가 쓴 소설 『이프 아이 해드 유어 페이스(If I Had Your Face)』의 드라마화도 준비 중이다. 룸살롱ㆍ고아원ㆍ임신ㆍ성형 등으로 고민하는 여성 4명의 이야기가 주축이다. “한국인의 미의 기준을 이해하기 위해 관련 책도 한 권 샀어요. 한국과 미국에서 촬영해서 애플TV 플러스에서 방영될 예정입니다. 언어도 한국어와 영어가 반반씩 들어갈 텐데 앞으로 이런 제작 형태가 더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이제 사람들은 한 작품에 서로 다른 언어가 나와도 놀라지 않을 테니까요.”
 
그는 “전 세계에 통할 수 있고 오래갈 수 있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 세계 곳곳을 물색 중이지만 아시아에서 특히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2015년 ‘콘텐츠 인사이트’ 연사로 한국을 찾았을 당시 ‘프리즌 브레이크’의 열혈팬들 덕에 얻은 교훈을 언급하기도 했다. “모든 이야기는 가족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전통적인 개념의 가족이 아니더라도 여러 형태의 가족이 존재할 수 있는 거죠. 아시아 작품은 특히 이 주제를 잘 다룹니다. 캐릭터가 서로 관계 맺고 교감하는 과정을 통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는 누구나 집에 와서 보고 싶어하죠.”  
 
한국계 작가 프란시스 차가 쓴 소설『이프 아이 해드 유어 페이스(If I Had Your Face)』 표지. [사진 아마존]

한국계 작가 프란시스 차가 쓴 소설『이프 아이 해드 유어 페이스(If I Had Your Face)』 표지. [사진 아마존]

최근 ‘워크 프렌즈’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IP 기반 작품 비중이 20%였다면 지금은 50% 정도 된다. 보다 안전한 작품을 찾기 때문에 리메이크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즈니 플러스의 출범에 아동용 프로그램 확보가 시급해진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OTT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애니메이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안정적으로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다큐멘터리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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