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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사기 피해자에 “엄마 교육 똑바로 하라”는 구글

“엄마 나 OO인데 폰 고장이라서 수리 맡겼어. 부탁할 게 있어서 지금 피씨로 문자하고 있어”
 
60대 여성 A씨의 일상은 이 문자 하나로 흔들렸다. 메신저 피싱 사기꾼이 A씨의 딸을 사칭해 휴대폰이 고장 났다며 “급하게 돈이 필요한데 잠시 편의점에 다녀올 수 있느냐”고 문자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마음이 급해진 A씨는 사기꾼과 문자를 계속 주고받으며 그가 시키는 대로 편의점에 가 15만 원짜리 구글 상품권을 구매해 일련번호를 찍은 뒤 전송했다.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구글 상품권. 플라스틱 카드 뒷면을 긁으면 알파벳과 숫자가 섞인 일련번호가 나온다. 신분증 등 개인정보를 제시하지 않아도 현금만 있으면 누구나 구매가 가능하다. 홍지유 기자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구글 상품권. 플라스틱 카드 뒷면을 긁으면 알파벳과 숫자가 섞인 일련번호가 나온다. 신분증 등 개인정보를 제시하지 않아도 현금만 있으면 누구나 구매가 가능하다. 홍지유 기자

A씨는 “딸이 얼마나 급하면 핸드폰도 망가졌는데 이런 부탁을 할까 싶어 비 오는 날 편의점 6곳을 돌며 상품권 30장(450만원 상당)을 사서 찍어 보냈다”며 “사기꾼은 내게 ‘엄마 고생이 많네. 저녁에 넉넉히 돈 보낼 테니 옷이라도 한 벌 사 입어’라고 문자를 보내며 끝까지 뻔뻔하게 딸인 척 행세를 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올라온 구글 상품권 판매 게시물. 일련번호만 알고 있으면 온라인에서 게임 머니 등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금화가 쉽다. 네이버 캡처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올라온 구글 상품권 판매 게시물. 일련번호만 알고 있으면 온라인에서 게임 머니 등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금화가 쉽다. 네이버 캡처

 
A씨가 사기 피해를 인지한 것은 상품권을 사기 위해 들어간 또 다른 편의점에서 점주가 “요즘 상품권 사기가 많다는데 따님에게 전화는 해보셨냐”며 말해준 뒤였다. 편의점주는 중년 여성이 온라인 게임 머니로 쓰이는 구글 상품권을 여러 장 구매하는 것이 수상해서 물어봤다고 한다. 
 

범인 추적 어려운 상품권 메신저피싱 

가족을 사칭해 메신저로 금품을 요구하는 메신저 피싱 피해가 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기존 메신저 피싱 수법이 가족을 사칭해 송금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면 지난해부터는 상품권의 일련번호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게 경찰청 설명이다. 이러한 유형의 사기는 해킹으로 카드번호를 빼가거나 피해자의 휴대폰에 악성코드를 심는 범죄 등과는 달리, 구매 행위 자체는 상품권 발행사와 피해자 간의 정상적인 거래로 취급된다. 돈이 오갈 때 계좌 송금이나 실명 정보가 불필요하므로 수사기관이 범인을 추적하는 데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린다. 상품권 일련번호는 인터넷을 통해 현금화하기도 쉽다. 범죄를 저지르기 좋은 조건이다.
 
경찰은 올 1~4월 발생한 메신저피싱 피해액수가 12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동기(84억원) 대비 52% 증가한 수치다. 경찰청은 지난 6월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가족을 사칭해 금품을 요구하는 방법이 일반적이고 최근엔 문화상품권의 핀번호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돈을 계좌로 받을 경우 은행에서 이상 거래를 인지해 지급정지를 할 수 있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 자주 이용되는 수법”이라고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통상 금융거래(계좌 이체)를 통한 피싱 사기 피해를 당하면 금융감독원에 신고와 함께 피해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피싱 사기에 상품권이 동원되면 금감원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상품권 거래는 금융 거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문화상품권이 등을 이용한 피싱 사기의 경우 계좌 이체와 같은 금융거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사건은 맡고 있지 않다”며 “이와 관련해 금감원에서는 피해구제를 하고 있지 않다.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피해자들은 구글의 대처에 실망감을 나타낸다. 구글은 기프트카드 사기 신고를 온라인으로만 받는다. 온라인 상담내용도 해당 카드가 실제 이용됐는지 아닌지를 확인해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자가 7일 오후 직접 구글 상품권 피해 접수 창구에 접속해봤다. 온라인 채팅 외에는 상품권 피해를 신고할 창구가 없다. 구글 캡처

기자가 7일 오후 직접 구글 상품권 피해 접수 창구에 접속해봤다. 온라인 채팅 외에는 상품권 피해를 신고할 창구가 없다. 구글 캡처

 
기자가 6일 오후 직접 구글 기프트카드 피해 접수센터에 문의한 결과, 범인이 이미 상품권을 썼다면 구글이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아직 상품권을 쓰기 전이라면 피해자 본인의 계정으로 상품권을 등록하면 된다는 답을 받았다. 사기꾼이 상품권을 이용할 수 없도록 도난 처리를 하거나 사기꾼의 구글 계정을 정지시키는 조치는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메신저 피싱 피해자가 주로 50~60대인데도 사고 접수를 인터넷으로만 받는다는 사실도 납득하기 어렵다.  
 
다른 상품권 업체는 어떨까. 문화상품권을 발급하는 컬처랜드는 전화와 인터넷으로 상품권 사기 피해 접수를 받는다. 사기 신고가 접수되면 도난 상품권으로 처리돼 사용처에서 일련번호를 입력해도 물건 결제를 할 수 없다. 분실 신고가 접수된 신용 카드로는 결제가 불가능한 것과 같은 원리다. 컬처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4월 경찰청으로부터 상품권 사기 수사 협조 요청을 받았다”며 “이후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신고 접수를 해도 ‘사기’ ‘도용’과 같은 키워드가 포함돼 있으면 시급한 사안으로 분류해 가장 먼저 답을 남길 수 있도록 상담 가이드라인을 바꿨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제보한 구글 본사와의 채팅 상담 내용. 적극적인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피해자에 구글 본사 측은 "온라인에서 누구도 믿지 말라고 엄마를 교육시키라(You can educate your mother not to trust anyone online)"는 답을 내놨다.

피해자가 제보한 구글 본사와의 채팅 상담 내용. 적극적인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피해자에 구글 본사 측은 "온라인에서 누구도 믿지 말라고 엄마를 교육시키라(You can educate your mother not to trust anyone online)"는 답을 내놨다.

 
A씨의 딸은 “구글 본사에 사기 피해 신고를 하며 소비자 구제 방안이 있는지 물었더니 “‘온라인에서 누구도 믿지 말라고 엄마를 교육시켜라(You can educate your mother not to trust anyone online)’는 답을 받았다”며 “문화상품권도 사기 접수를 하면 도난상품권으로 처리돼 사용이 중지되는데 구글 같은 대기업에서 아무런 대처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게 화가 난다”고 밝혔다.  
 
기자는 피해자들의 입장을 구글코리아 측에 전달하면서 상품권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용자 계정 중지, 상품권 도난 처리 등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지만 구글은 “상품 운영 정책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사기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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