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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탄핵 타깃 권순일, 진보도 놀란 그의 마지막 판결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권순일 대법관(사진)이 8일 퇴임했다. 권 대법관의 후임자는 그가 평판사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했던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권순일 대법관(사진)이 8일 퇴임했다. 권 대법관의 후임자는 그가 평판사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했던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다. [연합뉴스]

권순일(61·연수원 14기) 대법관이 8일자로 퇴임했다. 권 대법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별도의 퇴임식과 퇴임사 없이 법원을 떠났다. 
 

권순일 대법관 퇴임, 중앙선관위원장은 9월 물러나

후임자로 임명제청된 사람은 권 대법관이 1986년 주심을 맡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했던 이흥구(57·연수원 22기) 부산고법 부장판사다. 1990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국가보안법 위반 1호 판사가 됐다. 7일 임명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식 임명만 남겨 놓은 상태다. 
 

朴 임명 권순일, 檢 수사대상 올라  

2014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권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출신의 전통적 엘리트 법관이자 '보수 성향'의 판사로 분류돼왔다. 그는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당시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법관 인사 불이익 문건 작성 관련 공범으로 적시되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던 한동훈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현 검사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2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던 한동훈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현 검사장)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혐의가 중하지 않고 현직 대법관 공소유지의 부담을 이유 등으로 권 대법관을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정의당 등 진보진영에선 권 대법관의 탄핵을 요구했다. 권 대법관은 주변 인사들에겐 결백함을 밝혔지만 이 사건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말하진 않았다. 
 

진보도 놀란 그의 마지막 판결들  

권 대법관은 진보진영의 비판을 받았지만, 임기 말 남긴 판결들은 오히려 진보에 더 가깝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파격적이었다. 일부 보수 진영에선 실망감을 드러내며 그를 '변절자'라 부를 정도였다.
 
권 대법관은 지난 7월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9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에서 모두 다수의견에 섰다. 이 지사 무죄 의견에 섰고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고 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고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7월 판결 선고 뒤 경기도청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뉴스1]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고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7월 판결 선고 뒤 경기도청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뉴스1]

허위사실유포 혐의를 받은 이 지사 사건(주심 노정희 대법관)에서 권 대법관은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다른 대법관들에게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권 대법관이 퇴임사를 대신해 발간했다는 『권순일 판결 100선, 공화국과 법치주의』에도 이 지사의 판결은 그가 선정한 '주요 판결' 중 일부로 수록돼있다. 
 

성인지감수성도 최초 언급  

권 대법관은 저서에서 자신이 주심을 맡아 원심을 파기했던 조영남 대작 사기 무죄 판결과 용인경전철 1조 소송 주민 승소 판결, 아이의 천부적 출생등록권리 인정 판결, 성인지감수성 판결 등도 주요 판결에 넣었다.  
 
2018년 '성인지감수성'이란 단어를 판결문에 처음 사용하여, 학생을 성희롱한 대학교수의 복직 판결을 뒤집은 것도 권 대법관이었다.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권 대법관의 판결은 진보나 보수 등 이분법적으로 나누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며 "판결이 나오면 학계에서도 상당한 논쟁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3일 오후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석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하고 있다. [사진 대법원]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3일 오후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석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하고 있다. [사진 대법원]

박정희 긴급조치 손해배상은 인정 안 해 

권 대법관은 재임 중 국가의 배상 사건에 있어선 가장 보수적 입장에 서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사건 판결에선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배상 사건의 경우 유신 상황을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 판단하고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로 시민사회의 반발을 샀다. 현재 하급심에선 권 대법관의 긴급조치 판결을 반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툰 사건인 이승만·박정희 비판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판결도 권 대법관은 "정부의 제재가 정당했다"는 소수의견에 섰다. 권 대법관은 이 판결 중 '긴급조치'와 '백년전쟁 판결'을 자신의 주요 판결에 포함하진 않았다.  
 

진보 우위 대법원의 완성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권 대법관이 법원을 떠나며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 중 3명(박상옥·이기택·김재형)만 남게 됐다. 남은 3명의 대법관 중 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문 대통령 재임 중 임명제청이 이뤄진다.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던 이흥구 대법관(당시 후보자)의 모습. 이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뉴시스]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던 이흥구 대법관(당시 후보자)의 모습. 이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뉴시스]

2022년 9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재형 대법관의 후임자도 대통령은 바뀌지만 6년 임기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행사한다. 
 
이흥구 대법관(임명 예정)을 포함해 현재 대법관 중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 대법관은 6명(김명수·김선수·김상환·노정희·박정화·이흥구)으로 늘어나게 됐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7명)에서 단 한 명이 모자란다.  
 
이 6명의 대법관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중 중도 혹은 중도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법관(안철상·민유숙·이동원·노태악·조재연)을 제외한 숫자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 만에 대법원의 완전한 주류 교체가 이뤄졌다"고 했다.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이 지난 4월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권 대법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9월 인사를 마친 뒤 물러나겠단 입장이다. [뉴스1]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이 지난 4월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권 대법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9월 인사를 마친 뒤 물러나겠단 입장이다. [뉴스1]

중앙선관위원장은 9월 물러날 듯  

대법관과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는 권 대법관은 21일로 예정된 선관위원회 회의를 마무리 짓고 이달 말에 선관위원장 자리에서도 물러날 계획이다. 
 
관례상 대법관 임기가 끝나는 날 선관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났던 전임자들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9월 선관위 회의에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차장 후임자 인선이 있어 이때까진 위원장을 비워둘 수가 없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권 대법관은 선관위원장에서 퇴임한 뒤에는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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