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희옥의 한반도평화워치] 미·중 경쟁 속 한국 외교 다양한 포트폴리오 필요

미·중 전략 경쟁과 한국 외교

미·중 경쟁이 격화하며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압력도 커지고 있다. 2018년 9월 뉴욕에서 열린 한·미 FTA 서명식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왼쪽 사진).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뉴스1]

미·중 경쟁이 격화하며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압력도 커지고 있다. 2018년 9월 뉴욕에서 열린 한·미 FTA 서명식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왼쪽 사진).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뉴스1]

트럼프 정부의 중국 때리기가 거세다. 백악관은 지난 5월 ‘미국의 대중국 전략 보고’에서 중국을 ‘민족주의적 일당독재’ 국가로 명시했다. 나아가 7월 23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닉슨도서관에서 한 연설에서 “중국이 바뀌기 전에는 세계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면서 시진핑 주석을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신봉자”로 규정했다. 그는 이어 두 차례 천안문 운동을 각각 주도하고 미국에 망명한 웨이징성(魏京生)과 왕단(王丹)을 그 자리에서 일어나게 했다.
 

G2 경쟁 상황서 한국 외교 방향 놓고 백가쟁명식 해법 분출
미·중이 아닌 한국의 국익을 중심에 두고 외교 펼쳐야
다른 생각 용인하는 집단지성에 의지해야 외교적 결기 가능
우리 문제에 대한 중심성 잃지 않아야 미·중에 휩쓸리지 않아

이것은 그동안 미국이 중국을 잘못 보았다고 성찰하고 향후 거친 방식으로 체제 경쟁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실제 미국은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을 넘어 기술·제도·이념·가치·체제 등 전방위적으로 전선을 확대했다. 남중국해에서의 국지 충돌 위험이 예사롭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19세기 후반 중국에 진출할 때부터 미국의 오랜 꿈은 중국을 국제사회에 편입시켜 기독교화·민주화·개방화·자유화 국가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명목 GDP는 2019년 말 기준으로 미국의 3분의 2까지 추격했고 코로나19 이후 그 격차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 꺾으려는 미국 vs 내 길 가는 중국
 
이렇게 되자 미국은 중국과의 공진(共進)을 접고 중국이 변할 때까지 주저앉히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메이드 인 미국’, 조 바이든 후보를 ‘메이드 인 중국’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한 이유는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를 막론하고 미국 내에서 사회주의 중국의 부상을 위협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미국의 공세가 오는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접고, 당대 책사들을 불러모아 순응·적응·대응 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1840년 아편전쟁을 계기로 강제로 열린 근대에 대한 ‘백년 치욕’의 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밀레니엄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민족 자부심과 결합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지도부도 ‘나의 길을 간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시진핑 사상을 ‘21세기 마르크스주의’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학습 열기를 고취하고 있다. 사회주의 중국에 대한 미국의 날 선 비판에 대해서도 대대적으로 반격했다. 지난달 26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세 면을 할애해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을 26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중국공산당은 미국의 압력으로 무너질 만큼 약하지 않으며, 미국 스스로 자유 세계의 수호자로 간주하고 이데올로기 전쟁을 벌이는 것은 역사적 착오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력을 과시하면서 미국과 지구전을 준비하고 있다. 7월 30일 열린 당 정치국회의에서 시 주석은 “국내 대순환을 주체로 삼아 국내와 국제 순환을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중 순환(dual circulation)을 강조했다. 이것은 최대한 몸을 낮추면서도 아시아 내부순환과 최종 소비재 시장을 통해 국제 상품과 핵심 자원을 끌어들이는 중력장을 만들어 미국의 총공세를 견디고 자유주의 진영의 공동 전선을 흩트려 놓겠다는 계산이다. 내년부터 시작될 제14차 5개년 규획은 그 첫 단추다.
 
이러한 미·중의 이념과 체제 경쟁은 그동안 서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의도적 오독’의 결과였다. 미국은 중국을 국제사회에 편입시켜 ‘협력적 중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강대국을 향한 중국의 내장된 열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회주의 중국을 공격하기에는 트럼프 스스로 훼손한 미국 민주주의가 상처로 얼룩져 있다. 화웨이를 옥죄어 중국을 주저앉힌다고 해서 미국의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중국도 미국이 금융 위기를 겪자 자본주의 자정 능력을 비판했지만, 미국 사회에 넓게 퍼진 중국위협론과 힘을 통한 협상을 사용하는 패권 국가의 속성을 과소평가했다. 무엇보다 중국이 엄청난 자본을 투자해 공공외교를 전개했으나, 주변국의 마음을 얻지 못했고 우군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한·중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 시험대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클라크의 말처럼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고 합리적이며 도덕적이라는 생각”이 1차 대전을 불러왔듯이 미·중의 이념적 디커플링(탈 동조화)은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고 한반도에도 여과 없이 밀려들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막기 위해 새로운 민주주의 동맹을 요구할 태세이고, 중국도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에서 한국을 빼내기 위해 가용한 외교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외교의 방향을 두고 가치 외교, 국익 중심 실용 외교, 사안별 지지와 반대, 중견국 연대, 다자주의 등 백가쟁명식 해법이 분출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상인들은 잘 팔리는 물건, 안 팔리는 물건만 묶어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 다양한 외교 현안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외교적 기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다른 생각을 용인하는 집단지성의 힘에 의지해야 외교적 결기를 만들 수 있다. 우리 문제에 대한 중심성(issue ownership)을 잃지 않아야 편승의 위험도 극복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열릴 한·중 정상회담은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때 한국 외교의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하는 첫 리트머스 테스트가 될 전망이다.
 
폼페이오가 중국 악마화하자 인민일보는 “냉전적 사고” 반박
지난 7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연설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EPA=연합뉴스]

지난 7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연설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EPA=연합뉴스]

지난 7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닉슨도서관 연설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선전 포고의 결정판이다. 그 내용은 중국에 대한 이념적 적의가 가득 차 있다. 괴물 프랑켄슈타인이 된 중국에 대해 포용정책 대신 압박정책을 예고했다.
 
과거 대소련 정책에 적용한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 대신 중국에 대해 ‘신뢰하지 말라, 그리고 검증하라’고 주문했다. 나아가 ‘중국이 입만 열면 거짓말하기 때문에 오직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착취·유린·잔혹·습격·절취·폭정 등의 언어로 중국을 악마화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홍콩·대만·남중국해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정면에서 문제 삼고 행동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리고 옛 소련과 달리 자유 세계에 뿌리내린 중국의 도전을 미국 홀로 물리치기 어렵다고 보고 민주주의 국가들이 동일한 원칙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 신민주주의 동맹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지난달 26일 ‘폼페이오의 대중국 연설의 황당무계와 진상’이라는 3만 자에 달하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폼페이오 연설은 미·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반중국 동맹을 통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는 냉전적 사고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자본 지상주의에 젖어 수많은 인간의 생명을 사지로 내모는 미국의 방역 거버넌스를 문제 삼는 한편, 인종과 소수민족 차별, 극심한 빈부 격차, 안보라는 미명으로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국가가 어떻게 ‘자유의 등불’인가를 반문하고 있다.
 
또 ‘독재와 민주’ 이분법으로 매카시즘(반공산주의 선풍)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자국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재의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국제질서의 파괴자가 되었으며, 유럽 등 우방국에조차 품위와 지도력을 잃고 있다는 점을 서방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반박했다.
 
결국 미국 민주주의 위기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 자체에서 온 것이며, 건국한 지 겨우 250년 된 국가가 4000여 년의 문명 대국인 중국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