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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김정은에게 한국은 없다, 美 움직일 힘 상실한 탓"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중앙일보와의 외교·안보 전문가 연쇄 인터뷰에서 11월 미국 대선 전 북한이 도발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며, 미국과 '깜짝 정상회담'을 여는 일도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도발을 하자니 후환이 두렵고, 거래를 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美 대선 앞둔 한반도, 외교·안보 전문가 연쇄 인터뷰⑥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전 외교안보수석
"미·중 타협 불가능…대한민국은 대한민국편에 서야"
“국민 눈높이의 외교 정책, 국익에 반할 때도 있어”

 
미 대선에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다만 그렇다 해도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의 큰 방향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갈등과 관련해선 “타협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관계 격랑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국익을 등대 삼아 항로를 찾아 나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국익을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국민 정서·눈높이에만 외교·안보 정책을 맞추다 보면 도리어 국익에 해를 끼치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에 발목 잡혀 현재와 미래의 국익을 해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한·일관계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천 전 수석과의 일문일답.
 
북한이 하반기 전략적 도발에 나설까.
베팅을 하자면, 11월 미국 대선 전에는 미국을 자극할만한 전략적 도발은 안 할 것 같다. 김정은이 전략적 도발을 해도 득보다는 실이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잘못하면 망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제4차 정상회담을 11월 대선 이전에 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있나?
어렵다.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의 딜이 가능하지 않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딜을 하려고 하겠나. 지금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혹시나 할까 걱정돼서 하는 소리지 가능성이 높아서 말하는 건 아니다. 트럼프에게 호재가 될 수 있는 길을 북한이 내놓을 수 있다면 다음 미국 대통령하고 딜을 할 거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 4년 차를 맞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에 호응할 것이라 보나.
기대하지 않는다. 김정은에게 대한민국은 별 의미가 없고,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은 한국에 미국을 움직이거나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걸 안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우선이고, 한국은 북한 고통 경감이 먼저다 보니 한·미 대북정책 목표는 동상이몽이다. 미국을 움직이는 힘에서 대북 레버리지가 나오는데 우리는 그걸 스스로 포기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가 도움될 일이 하나도 없다.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가 올해 이뤄질까. 한·일관계에 대한 전망은.
현금화가 언제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자산 현금화라는 선을 넘게 되면 일본이 실질적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한·일관계는 악화를 면할 수가 없어 복원하기가 어려워진다. 끝까지 가는 거다. 제일 걱정되는 건 일본에 있는 일반 국민의 반한 감정이다. 서로가 싫다고 멀리 이사를 할 수도 없다. 한·일 협력이 필요한 사항이 늘어나고 있는데 국민감정이 극과 극으로 치닫는다면 양국관계의 미래를 봐서도 불행한 일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은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언제쯤일까?
시진핑 주석이 오고 싶다고 하면 우리는 대환영할 거다. 그러나 국익 차원에서 시 주석 방한은 좋지 않은 일이다. 지난 3년 동안 한·중정상회담을 해서 도움되는 일이 있었나. 별것도 아닌 거로 생색내는 일밖에 없을 거고, 안보 분야에서 중국이 계속 간섭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는 정상회담을 적게 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미·중 양국은 타협할 수 있을까? 그 사이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기본 입장은.
타협 불가능하다. 미·중 경쟁은 미국의 행정부나 정권이 바뀐다고 달라지지 않을 거다. 기존의 패권세력과 패권도전 세력이 천하를 두고 벌이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지금 미·중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냐는 건 옳은 질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편에 서야 한다. 현재와 미래의 안보이해관계, 경제이해관계를 통틀어 우리 이익이 우선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게 무리하거나, 우리 이익에 반드시 부합되는 게 아니라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한·미동맹이라는 최후의 보험만을 믿고 우리가 중국을 함부로 다룰 수는 없다. 리스크를 피해야 할 때는 피해야 한다.
 
주한미군 감축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감축설과 함께 장기 교착상태에 빠진 2020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망은.
주한미군 감축은 다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거다. 동맹에 가치를 두지 않는 트럼프가 재선되면 감축 가능성은 높다. 주한미군 철수는 트럼프를 제외하면 어떤 대통령에게도 급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문재인 정부와 방위비 협상에서 이길 방법은 없다. 현재 한국 정부 핵심 세력들은 미군이 방위비 때문에 제 발로 걸어나가는 게 우리에게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과 방위비 협상을 해서 어떻게 이기겠나. 미국이 방위비를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끌고 가려면 자기네가 양보하고자 하는 걸 들고 와서 협상해야 할 것이다.
 
11월 미국 대선의 승자는 누구일까? 미국의 대외정책 전망은.
바이든에 베팅하겠다.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바이든이 된다면 대통령이 혼자서 결정하지 않고 팀에서 결정하는 전통적 의사결정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다. 민주당은 무력 사용보다는 외교에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많은 국가와 외교를 통해 설득해서 딜을 하려고 할 것이다. 다만 미국의 외교·안보정책 방향은 미국의 이익이 바뀌지 않는 한, 대통령이 달라진다고 바뀌는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2년이 채 안 남은 상황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꼭 해야 할 일은 북한 비핵화라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과 힘을 합쳐서 김정은이 핵 폐기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북한의 한반도 평화 파괴능력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남은 2년 동안 북한에 잘 보이기 위해, 김정은이 좋아하는 일을 하려 하지 말고, 기업 및 개인의 제재 이행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해서는 안 될 일은.
국민 정서·눈높이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만들어 국익에 반대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짜자는 말이 근사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외교·안보 분야는 정부 당국자들만 아는 비밀의 영역이 넓은 분야다. 일반 국민은 정확하게 판단할 만한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아 국민 눈높이나 정서에 기초해 결정하면 국익에 해를 끼치기가 쉽다. 과거에 발목 잡혀 현재와 미래의 국익을 해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천영우 이사장은=주영국대사,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다. 재임 당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일 교섭을 맡은 바 있다. 현재는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천영우TV’를 운영 중이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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