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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빌보드 1위···"국내팬 홀대하나" 갈등 깊어지는 K팝

11일 공개되는 서울관광홍보영상 ‘서울에서 만나요, See You in Seoul’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을 앞세워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서울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함이다. [사진 서울관광재단]

11일 공개되는 서울관광홍보영상 ‘서울에서 만나요, See You in Seoul’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을 앞세워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서울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함이다. [사진 서울관광재단]

K팝의 범주는 어디까지일까.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던진 새로운 숙제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핫 100’)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4연속 앨범 차트(‘빌보드 200’) 1위를 기록 중인 전작과는 달리 영어 싱글 형식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부터 외국어 곡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돼온 라디오 방송 횟수를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해외파 한 명 없는 7명의 멤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 한국어로 노래해온 방탄소년단의 성장 서사와는 배치된다. 지난 7년간 쌓아 올린 정체성과는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성과다.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 흥행 이어
블랙핑크 걸그룹 최고 기록 쓸까 관심
슈퍼엠·몬스타엑스도 영어 곡 승부수
“K팝 고유 매력 사라져” 아쉽단 의견도

이는 비단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3세대 아이돌이 봉착한 공통 과제이기도 하다. 내수 시장을 겨냥했던 1세대 아이돌 H.O.T.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2세대 빅뱅과 달리 3세대는 시작부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 왔다. 특히 2018년 5월 방탄소년단이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중심축은 완전히 옮겨졌다. 금~목요일 성적을 집계하는 빌보드에 맞춰 금요일 오후 1시(미국 동부 시간 0시)가 신곡 발표 시간으로 자리 잡았고, 이들이 신곡을 발표할 때면 유튜브ㆍ트위터ㆍ스포티파이 등에서 신기록이 쏟아져 각종 기네스 월드 레코드를 갈아치웠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큰 팬덤을 구축하게 되면서 한국 가수가 한국어로 노래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온 셈이다.  
 

신곡 금요일 오후 1시 발표하는 이유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블랙핑크의 ‘아이스크림’. 미국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와 협업했다. 2016년 데뷔 이후 걸크러시 콘셉트를 부각해 왔으나 이번에는 귀여운 곡을 들고 나왔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지난달 28일 발표한 블랙핑크의 ‘아이스크림’. 미국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와 협업했다. 2016년 데뷔 이후 걸크러시 콘셉트를 부각해 왔으나 이번에는 귀여운 곡을 들고 나왔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2016년 데뷔한 블랙핑크는 이 같은 변화를 가장 기민하게 받아들였다. 블랙핑크는 2018년 영국의 두아리파와 함께 한 ‘키스 앤 메이크 업(Kiss and Make Up)’을 시작으로 올 초 팝의 여제 레이디 가가와 함께 부른 ‘사워 캔디(Sour Candy)’까지 다양한 여성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면서 ‘걸크러시’ 계보를 구축해 나갔다. 태국 출신 리사 외에도 호주에서 자란 로제, 뉴질랜드에서 유학한 제니까지 지수를 제외하고 멤버 넷 중 셋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도 강점이다.
 
지난달 28일 두 번째로 공개한 싱글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다. 앞서 해외 가수 곡에 가창자로 참여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블랙핑크 곡에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가 참여한 형식이지만 한국어 가사는 “미친 미친듯한 속도 in my La Fera” “Mills Bills 매일 벌음” 등 한두줄에 불과하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프로듀서 테디 외에도 미국 프로듀서 토미 브라운 등이 힘을 합쳤다. 브라운이 프로듀싱한 아리아나 그란데까지 작사에 참여해 추후 협업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 블랙핑크가 지난 6월 공개한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33위를 기록한 데 이어 ‘아이스크림’으로 K팝 걸그룹 최고 기록을 다시 쓴다면 다음 달 2일 발매되는 첫 정규 앨범은 팝적인 요소가 한층 더 강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군무 포기하고 라디오 프렌들리 늘어나

1일 공개한 슈퍼엠 신곡 ‘호랑이’. 오리엔탈 무드를 가미한 의상이다. 25일 첫 정규 앨범을 앞두고 ‘100’ 등을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데뷔 앨범보다 영어 비중이 높아졌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1일 공개한 슈퍼엠 신곡 ‘호랑이’. 오리엔탈 무드를 가미한 의상이다. 25일 첫 정규 앨범을 앞두고 ‘100’ 등을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데뷔 앨범보다 영어 비중이 높아졌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대중성의 지표가 되는 싱글 차트를 목표로 한 선택이지만, 팬덤 기반으로 움직이는 앨범 차트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2019년 10월 데뷔앨범으로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슈퍼엠(SuperM)이 오는 25일 첫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지난달 공개한 ‘100’ 역시 영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올 2월 몬스타엑스의 첫 미국 정규앨범 ‘올 어바웃 러브(ALL ABOUT LUV)’와 3월 NCT 127의 정규 2집 ‘NCT #127 네오 존(Neo Zone)’이 잇따라 ‘빌보드 200’ 5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2018년 데뷔해 올 초 첫 영어 앨범을 낸 스트레이키즈처럼 데뷔 초반부터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불만도 적지 않다. 해외 시장이 중심이 되면서 국내 팬들을 홀대한다는 이유다. 해외 팬 중에서도 “K팝의 고유한 매력을 해친다” “군무가 돋보이는 예전 스타일이 그립다”며 영어 곡보다 한국어 곡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갈등하는 케이, 팝』을 쓴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K팝이라는 용어 자체가 해외에서 먼저 사용된 만큼 글로벌 시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여기에 한국의 민족주의적 속성이 더해져 태생부터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곡이 영어로 된 스웨디시팝이나 스페인 문화권 전체를 아우르는 라틴팝과 달리 한국을 뜻하는 ‘K’가 붙은 ‘K인디’ ‘K록’ 등으로 세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란 얘기다.  
 

“글로벌 꿈꾸는 민족주의…갈등 계속될 것”

6월 일본에서 프리 데뷔 싱글 ‘메이크 유 해피’를 발표한 니쥬. 여성 아티스트 최초로 오리콘 주간 디지털 앨범 누적 1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11월 정식 데뷔를 준비 중이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6월 일본에서 프리 데뷔 싱글 ‘메이크 유 해피’를 발표한 니쥬. 여성 아티스트 최초로 오리콘 주간 디지털 앨범 누적 1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11월 정식 데뷔를 준비 중이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2009년 원더걸스의 ‘노바디(Nobody)’가 한국 가수 최초로 ‘핫 100’ 76위에 진입한 때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보아의 ‘잇 유 업(Eat You Upㆍ2008)이나 씨엘의 ‘리프티드(Liftedㆍ2016)’처럼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영어로 곡을 만든 것과 달리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는 한국어 곡으로 팬덤을 다지고 그 팬덤이 확장되면서 영어 곡이 필요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팬덤 중심에서 대중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한 단계 레벨업을 하기 위해서도 한 번쯤 해볼만한 시도”라며 “‘다이너마이트’는 코로나19 시대에 전 세계에 던지는 희망적인 메시지와 맞아 떨어지면서 시너지가 났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투 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음악 시장 규모가 6위로 올라섰지만 1위 미국이나 2위 일본과는 크기 차이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규탁 교수는 “일본 음악 시장이 한국보다 7배가량 큰데 미국은 일본의 3~4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1위 시장”이라며 “꼭 영어 앨범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음악ㆍ퍼포먼스ㆍ비주얼 요소 등 K팝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2~3곡씩 영어 곡을 병행하는 형태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하 평론가는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니쥬는 멤버 9명 전원이 일본인이고 일본에서 데뷔했지만 J팝이 아닌 K팝 그룹으로 인식된다. 메인 프로덕션이 한국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영국 음악을 해도 브릿팝 밴드라고 부르는 것처럼 K팝도 장르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K팝의 정의 역시 멤버의 국적이나 언어뿐 아니라 프로듀서ㆍ자본 등 다각도로 살펴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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