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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소슬바람 풀벌레 소리에 벌써 가을 냄새가 난다

기자
권대욱 사진 권대욱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63) 

연일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다보니 입맛도 떨어지고 점심을 먹기도 귀찮아질 때가 있다. 지인이 을밀대 저녁 번개를 말하니 생각이야 굴뚝같지만 아쉽게도 취소 불능 선약이 있는지라 마음만 함께 한다. 그러다 보니 나는 또 냉면 생각이다.
 
나는 냉면을 좋아한다. 냉면 중에서도 평양식 냉면을 특히 좋아하고, 좋아하는 만큼 맛에도 예민하여 맛있다 하면 불원천리 찾아 기어코 맛을 보고야 만다. 냉면의 맛은 면발과 육수다. 갓 뽑아낸 메밀을 한 젓가락 그득 담아 입 한가득 베어 물었을 때의 그 구수한 맛이 핵심이다.
 
밀가루와 메밀가루의 적절한 조합, 면발의 굵기와 강도가 중요하다. 절대 자르지 않는다. 평양식이든 함흥식이든 마찬가지다. 자르는 순간 맛의 절반이 날아간다고 믿는다. 육수 또한 중요하다. 어쩌면 제일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중요하다. 육수의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지금껏 지키는 원칙이 하나 더 있다. 절대로 아무것도 넣거나 치지 않는다. 그래야 참 육수 맛을 즐길 수 있다 믿는다.
 
면발과 육수, 이 두 가지가 다 실한 집은 찾기가 쉽지 않다. 면발이 좋으면 육수가 약하고 육수가 실하면 면발이 좀 약하다. 개인적 취향이겠으나 벽제갈비, 을밀대, 우면산 버드나무집이 제일 낫다는 생각이다. 버드나무집은 기본 반찬이 정갈하고 정성스럽다. 특히 색깔 고운 열무김치와 가지무침은 압권이다. 을밀대의 얼음 서걱한 냉면과 녹두지짐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수육 한 접시에 소주 한잔하고 냉면 한 사발 걸치면 행복해진다. 벽제갈비의 봉피양 냉면은 담백한 육수와 구수한 면발이 좋고, 평양면옥의 돼지고기 수육과 소주에 곁들인 냉면도 권할만하다. 역시 이야기는 먹방 이야기가 최고다.

 
냉면의 맛은 면발과 육수다. 갓 뽑아낸 메밀을 한 젓가락 그득 담아 입 한가득 베어 물었을 때의 그 구수한 맛이 핵심이다. [사진 권대욱]

냉면의 맛은 면발과 육수다. 갓 뽑아낸 메밀을 한 젓가락 그득 담아 입 한가득 베어 물었을 때의 그 구수한 맛이 핵심이다. [사진 권대욱]

 
이 세상에 쉬운 일 어디 있겠느냐마는 예초작업 하나도 간단치 않다. 예초기 돌리는 일쯤이야 땀 좀 흘리면 되는 일이지만 작업상황에 따라 회전날을 교체하는 건 만만치가 않다. 작업하다 보면 쇠날을 쓸 때가 있고 줄날을 써야 할 때가 있는데 그 교체 작업이 만만치가 않다는 이야기다. 몇번이나 시도하다 하도 힘들어 아예 샤프트 자체를 교체하기로 했는데, 새로 사 온 샤프트에 날 끼우는 게 또한 간단치가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 정 박사의 도움으로 말끔히 교체했다.
 
이제 돌 틈과 계단 사이, 수목 주변과 보도블록 틈 사이로 삐죽 나온 잡풀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겠다. 쇠날로 돌이나 쇠를 치면 불꽃이 튀며 그 충격이 고스란히 팔로 전해지는데, 위험하기도 하고 고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후 해거름 하면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늘 찜찜했던 마음도 풀잎처럼 사라지기를 바란다.

 
 
매일 매일 일을 많이 한다. 있어서도 하고 만들어서도 한다. 풀 베기, 잔디 깎기는 기본이고, 닭장 물청소를 위시로 각 방, 창고, 보일러실, 세미나실, 야외 데크, 원두막, 독서당을 하나하나 정리한다. 작년에 산 청소기가 요긴하다. 흡입기능은 물론 블로어 기능까지 있어 불고 쓸고 빨아 당기고 적절히 활용하며 깨끗이 청소한다. 쓸만한 물건도 많이 나오고 어디 뒀나 오래 찾았던 물건도 꽤 보인다.
 
청소하면 마음이 좋다. 온갖 잡동사니가 잘 정리되듯 산란했던 마음도 깨끗이 정화된다. 울력은 수양이라 수양 삼아 일하면 즐겁지 아니한가.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일한다. 하 원장쪽 창고 하나 남았다. 가을이 깊었구나. 저 하늘 소슬바람 풀벌레 소리가 이미 가을 아닌가 싶다.

 
산막 정리 후 돌아본 세미나실, 가을을 머금은 햇살이 따사롭다.

산막 정리 후 돌아본 세미나실, 가을을 머금은 햇살이 따사롭다.

 
아침저녁으론 바람이 벌써 다르다. 언젠가 우리 산막 앞 임씨 아저씨, 고추밭에 고추 따러 온 아저씨가 묻는다.
 
“여기서 뭐 하세요?”
“학교를 하고 있습니다.”
“학교요? 무슨 학교? 사람도 없구먼.”
“주말이면 와요. 한사람이 올 때도 있고 서른 명 넘게 오기도 하고.”
“뭘 가르쳐유?”
“이것저것 가르쳐요, 같이 배우지요.”
 
그러곤 소이부답(笑而不答) 하니 인생을 설하신다.
 
가을이 깊었구나. 저 하늘 소슬바람 풀벌레 소리가 이미 가을 아닌가 싶다.

가을이 깊었구나. 저 하늘 소슬바람 풀벌레 소리가 이미 가을 아닌가 싶다.

 
“더불어 살아야 돼, 무어든 혼자되는 법은 없어. 내 돈으로 품사서 했다고 말하면 안 돼요. 인정들이 모여 일이 이루어지는 거지. 내 돈 줬으니 내 맘대로 부린다 생각하면 안 되지. 고맙다 생각해야 오래가는 거요. 살아보니 자유가 젤 귀해.”
 
구구절절 옳은 말.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어딜 가도 스승이다. 촌부도 아는 진리를 사람들은 왜 모를까? 그나저나 나이가 궁금하여 올해 연세가 얼마시유? 물었더니 60이란다. 헐~ 나보다 한참이나 어리구먼. 그래도 참 기특하다. 
 
(주)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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