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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밥' 이 해양동물 없다? 4년전 중도 하차한 불운의 멤버

 
고래밥에 들어있는 해양동물. 오리온 블로그

고래밥에 들어있는 해양동물. 오리온 블로그

"고래가 먹는 밥인데 왜 고래가 들어있지?"

[한국의 장수 브랜드] 55.고래밥

  
1984년 3월 세상에 나온 오리온 고래밥은 출시 당시 수많은 동심을 궁금하게 했다. 이름이 고래밥으로 지어진 이유가 고래밥에 들어있는 동물 중 고래가 가장 크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었다. 고래밥이라는 단순하고 직관적 제품명은 오리온 사내공모를 통해 결정됐다. 해양동물 모양의 과자인 제품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리면서, 쉽고 재미있게 부를 수 있어 채택됐다고 한다.  
 
80년대는 각 제과사에서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를 명작 출시가 이어지던 ‘과자 황금기’였다. 고래밥은 짭짤한 양념 맛과 바삭한 식감의 해양동물 모양으로 나오자마자 주목받았다. ‘재미로 먹고 맛으로 먹는’이라는 고래밥 캐치프레이즈는 이후 36년간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맛 변주로 고정 팬을 확실히 붙잡고 있는 스낵이다.   
1992년 고래밥 포장. 초기 고래밥 메인 캐릭터 라두는 붉은색과 파란색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노란색 고래로 바뀌었다. 사진 오리온

1992년 고래밥 포장. 초기 고래밥 메인 캐릭터 라두는 붉은색과 파란색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노란색 고래로 바뀌었다. 사진 오리온

오리온은 80년대 초 일본 모리나가 제과와 기술 제휴하고 ‘중간이 비어있는 구운 과자’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고래밥이 모리나가의 ‘오토토(おっとっと)’를 베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오리온 측은 “오토토를 만드는 설비에 대한 조언을 받았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오토토는 일본어로 감탄사('아이고'란 뜻)이고 해양생물 시리즈 외에 포켓몬, 채소, 공룡 등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일본 것은 맛도 마요네즈 맛, 다코야키 맛 등으로 고래밥의 기본 맛인 ‘볶은 양념 맛’과는 차이가 있다. 고래밥은 독자적 제품이라, 모리나가에 로열티 지급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중도에 하차한 ‘불운의 멤버’ 피시따  

고래밥 초기 캐릭터는 모두 9종이었다. 모두 이름이 있다. 주인공 고래 ‘라두’가 이끄는 해양동물은 ‘징어징가’(오징어), ‘스타피’(불가사리), ‘엔돌핀’(돌고래), ‘여보게’(꽃게), ‘요리보고’(복어), ‘메탈부기’(거북이), ‘따랑해’(다랑어)가 있다. 여기에 이후 ‘문어크’(문어)로 개명한 ‘대모리’와 중도 탈퇴한 ‘피시따’(열대어)까지 9종이 원년 멤버로 꼽힌다. 문어 대모리는 대머리를 희화화한다는 지적에 따라 2016년 리뉴얼을 계기로 보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름을 얻어 문어크가 됐다. 피시따의 하차 이유에 대해선 오리온 측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유도 모른 채 중도 하차당한 ‘불운의 멤버’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상어가 고래밥에 ‘샤크진’이라는 이름으로 합류했다가, 중간에 사라지고 몇 종의 해양 동물이 들고나면서 시대에 따라 구성 멤버는 조금씩 다르다.    
상어밥과 '인수합병' 뒤 고래밥 캐릭터. 고래밥 캐릭터 이름은 고래밥 상자에 표기돼 있다. 사진 오리온

상어밥과 '인수합병' 뒤 고래밥 캐릭터. 고래밥 캐릭터 이름은 고래밥 상자에 표기돼 있다. 사진 오리온

현재 고래밥 해양동물은 총 16종으로 대폭 늘었는데, 여기에도 사연이 있다. 2018년 오리온은 고래밥급 과자로 키우겠다며 ‘야심작’ 상어밥을 출시했다. 상어 대장을 주인공으로 고래밥과 라이벌 구도를 펼치는 세계관 마케팅을 시도했지만, 반응은 거의 없었다. 결국 1년이 좀 지나 상어밥은 고래밥에 ‘인수·합병’(M&A)됐다. 상어밥의 해양동물이 고래밥에서 더부살이하게 되면서 상어 ‘후크’를 필두로 ‘나팔소라’(소라), ‘파리지엥’(해파리), ‘집에가재’(가재), ‘누구새우’(새우), ‘아네모네’(흰동가리), ‘솜망치’(망치상어) 등이 멤버로 합류했다.   
2018년 오리온은 신제품 상어밥을 내고 고래밥과 라이벌 구도를 시도했다. 맛은 거의 똑같았다. 상어밥은 얼마 뒤 고래밥이 인수합병했다. 사진 오리온

2018년 오리온은 신제품 상어밥을 내고 고래밥과 라이벌 구도를 시도했다. 맛은 거의 똑같았다. 상어밥은 얼마 뒤 고래밥이 인수합병했다. 사진 오리온

화제 풍부한 ‘엔터테인먼트형 과자’  

고래밥이 인기를 끄는 요소 중 하나는 풍부한 이야깃거리다. 마치 탕수육의 ‘부먹파’와 ‘찍먹파’처럼, 고래밥 마니아들도 네모 상자에 부어 하나씩 집어 먹는 ‘상자파’와, 속비닐을 들고 먹는 ‘비닐파’로 양분된다. 고래밥이 상자 포장을 고집해 온 이유는 중간이 비어 있는 과자를 봉지에 넣으면 쉽게 부서지기 때문이다. 하나씩 집어먹다가 막판에는 인내심이 다해 여러 개를 한꺼번에 먹게 되는 데 착안, 2007년엔 과자 크기를 3배로 키운 ‘왕고래밥 볶음 양념맛’이 출시되기도 했다.   
2015년 마리텔에 출연해 재조명된 종이접기 전문가 김영만을 모델로 해 종이접기 시리즈를 선보인 고래밥 포장. 사진 오리온

2015년 마리텔에 출연해 재조명된 종이접기 전문가 김영만을 모델로 해 종이접기 시리즈를 선보인 고래밥 포장. 사진 오리온

고래밥은 재미 요소가 쏠쏠한 과자로 평가받는다. 해양동물이 각 몇 마리씩 들어있는지 ‘탐사’한다고 세어보고, 고래밥에 따라오는 어설픈 종이접기나 빙고 게임 등을 갖고 노는 재미를 제공한다. 고래밥의 게임적 요소는 현재까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종이접기 전문가 김영만 씨와 공동 개발한 ‘해양생물 종이접기’를, 2016년에는 고래밥 캐릭터들의 모험기를 그린 ‘톡톡 퍼즐’을 포장에 넣었다. 최근에는 고래밥 캐릭터 이모티콘을 제작해 카카오톡 서비스를 통해 배포하고, 게임 업체와 협업해 고래밥 캐릭터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도 선보이기도 했다.   
고래밥은 출시부터 '재미있는 과자'라는 콘셉트를 유지해왔다. 모바일 게임 고래밥 버블슈터. 사진 오리온

고래밥은 출시부터 '재미있는 과자'라는 콘셉트를 유지해왔다. 모바일 게임 고래밥 버블슈터. 사진 오리온

중국·베트남에서 K-과자로 인기

고래밥은 중국과 베트남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글로벌 매출 1558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세계에서도 통하는 과자다. 2015년에는 출시 31년 만에 글로벌 매출액 2140억 원을 달성하며 오리온의 4번째 ‘더블 메가 브랜드(연 매출 2000억원 이상)’에 등극했다. 한 해 동안 약 4억 2000만 개가 판매된 것으로, 이를 한줄로 늘어놓으면 지구 한 바퀴 반을 돌 수 있다. 국내에서만 한 달에 약 30억 원어치가 판매된다.   
중국 고래밥 '하우뚜어워'. 사진 오리온

중국 고래밥 '하우뚜어워'. 사진 오리온

글로벌 고래밥은 한국의 고래밥 맛과는 완전히 다르다. 오리온 중국 법인은 현지 소비자 분석을 통해 고래밥(중국명 하오뚜어워) 토마토소스맛, BBQ맛 등을 내놓았다. 중국에선 특히 2015년 출시된 하우뚜어워 허니밀크가 대박이 났다. 중국 소비자가 좋아하는 단맛을 구현하기 위해 허니밀크 시즈닝과 최적의 조화를 이루도록 원재료까지 감자로 바꾼 덕에 성공했다. 하우뚜어워 연간 매출은 1000억원에 달한다. 
베트남 고래밥 '마린보이'. 사진 오리온

베트남 고래밥 '마린보이'. 사진 오리온

고래밥은 베트남에서는 ‘마린보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지난해에는 215억원을 찍고 베트남 진출 이후 최고 매출액을 달성했다. 베트남에선 고래와 상어 캐릭터의 대결 구도를 그린 스토리텔링 중심의 광고ㆍ프로모션으로 인지도를 높인 게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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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밥은 왜 작아졌나

현재의 고래밥은 출시 초기보다 작다. 가격을 올리기 위한 편법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오리온은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고래밥이 한번에 먹기에 양이 많고 보관이 번거롭다는 소비자 의견에 따라 2016년 중량을 56g에서 40g으로 조정하고 가격은 1000원에서 700원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중량으로 따지면 가격은 2%가량 내렸다는 설명이다. 또 어린이 소비자를 고려해 나트륨은 30% 줄이고 DHA(불포화지방산)를 50% 늘리면서 품질과 맛에 변화도 줬다고 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고래밥은 제품 특유의 차별화 된 콘셉트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먹는 재미뿐 아니라 색다른 즐거움을 지속해서 제공해 글로벌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장수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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