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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美 추월은 일시적 현상…성장성은 한계에 부딪혔다”

미·중 패권 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견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의 수명이 다해간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단순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다.

외교안보 전문가 연쇄 인터뷰④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교수가 지난달 13일 중앙일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김병연 서울대 교수가 지난달 13일 중앙일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새로운 시대가 왔다”며 “한국만의 뚜렷한 전략적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중국의 성장 동력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제한 그는 “제대로 된 원칙을 세우지 못하면 사안마다 중국 등 강대국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에게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과 북한 문제 등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미·중 패권 경쟁의 향방을 어떻게 보나
중국 공산당 체제가 경제적으로 미국을 뛰어넘는 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을 곧 따라잡을 수 있으니 중국 편에 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인구성장을 투사해 중국의 경제를 예측한 건데, 중국 인구는 2030년쯤부터 감소할 것이다. 반면 미국 인구는 이민 등으로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2100년에는 중국 인구가 미국 인구의 2배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경제규모에서 다시 미국이 앞설 것이다. 경제 건전성도 중국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다.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국유기업이 공산당 권력과 유착돼있어 개혁·혁신이 어려운 구조다. 그동안은 거대 자본을 투자해 성장성을 유지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 같은 틀에서 미·중 패권 경쟁을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은 어떤 원칙을 내세워 사안별로 입장을 정해야 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지,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치는지, 행동했을 때 효과가 담보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정책 수립자들이 이 세 가지를 원칙으로 세우고 사안마다 적용하길 바란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화웨이 5G 네트워크 장비는 정보 유출에 따른 안보 침해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으로 세 가지 원칙 모두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사용하지 않는 게 옳다. 홍콩 문제의 경우 보편적 가치로는 홍콩 시민의 손을 들어주는 게 적절해 보이지만 우리가 나선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니고 이득도 크지 않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처지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중국해 문제도 가치와 동맹 관점에서 보면 미국에 동참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게 하면 득보다 손해가 크다. 이처럼 우리의 원칙을 정립하고 사안별 입장을 주변국에 설명,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추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큰 실익이 없을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거리 두기를 하기를 바라는 의도로 시 주석 방한을 추진할 수 있겠지만 한국은 시 주석 방한을 통해 얻어낼 게 많지 않다. 북한 비핵화가 그런 사례다. 지금처럼 미·중 관계가 좋지 않을 땐 중국도 북한 비핵화에 별다른 의지가 없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미·중 관계의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답이 나온다. 중국 입장에선 북한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스스로 레버리지 효과를 약화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 4년 차인 내년엔 남북관계 개선에 호응할까
그럴 가능성은 작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획득이라는 목표 하나로 ‘자력갱생하면서 버티기’, ‘미국과 협상’, ‘도발’이란 세 가지 카드를 자유롭게 쓰길 원하는데, 남북 관계가 지나치게 좋으면 북한 입장에선 도발 카드를 쓰기가 부담스럽다. 남북관계가 좋아져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됐는데 도발을 해 문을 또 닫는다고 해보자. 민심이 이반될 거 아닌가. 북·미 관계가 변화되기 전까지 북한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지금의 남북관계를 이어갈 것이다.
중국 시진핑(왼쪽)과 화웨이 최고경영자(CEO) 런정페이.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시진핑(왼쪽)과 화웨이 최고경영자(CEO) 런정페이. [로이터=연합뉴스]

 
올 하반기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어떻게 예상하나
미 대선 전 도발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미 대선 전 도발 감행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경우 미국 내에선 ‘매드맨’ 북한을 강하게 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거다. 그러면 차기 정부에서 실질적 핵보유국 지위를 얻으려는 북한의 복안이 어려워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북한 경제가 너무 어려워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할 필요가 커질 땐 대선 전에도 도발할 수 있다. 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북한 경제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거다.
 
미국이 11월 대선 이전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은
이 역시 가능성이 작다. 선거 국면에서 외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검증을 받겠다면서 자발적으로 나온다면 트럼프도 환영하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북한은 기껏해야 비핵화 시늉을 하면서 ‘제재를 많이 풀어달라’는 정도로 협상에 임할 거다. 트럼프 재선 가도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현실적 목표를 세우고 외교안보 정책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기 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며 무리하게 경협을 시도하거나 한미동맹에 균열을 초래하는 일을 벌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외교안보 정책에 연속성이라는 개념을 담아 다음 정부에 어떤 과제를 어떤 수준으로 넘겨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병연 교수는=북한 경제 전문가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사회주의 체제 이행을 연구해왔다. 2010년 한국연구재단 우수학자로 선정돼 재단 지원을 받아 7년의 연구 끝에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에서 영문 저서 ‘북한 경제의 베일 벗기기(Unveiling the North Korean Economy)’를 펴냈다. 이행경제학을 전공한 만큼 북한뿐 아니라 다양한 체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서울대 학술연구상과 대한민국학술원상, 2019년 민간 싱크탱크 니어재단의 니어 학술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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