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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다수' 전교조 손 들어준 대법…대법관 2명은 의견 달랐다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회색 양복)과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이 전교조가 승소한 대법원 선고 뒤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옹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회색 양복)과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이 전교조가 승소한 대법원 선고 뒤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옹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성향의 대법관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관 12명 중 10명, "朴정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위법"

전교조 7년만에 승소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일 다수의견(12명의 대법관 중 8명)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며 전교조 합법화의 길을 열어줬다. 당시 정부의 결정이 옳다고 본 1·2심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별개의견을 낸 2명의 대법관도 다수의견과 이유만 다를 뿐 결론은 같았다. 사실상 10(다수+별개):2(반대)의 압도적 결과가 나온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해 다수의견에 선 8명의 대법관은 "법외노조 통보는 근로자의 헌법상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며 "이 결정을 구체적 법률 근거가 없는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근거해 전교조에 통보한 박근혜 정부의 결정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다수 의견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권순일·박상옥 대법관과 현 정부에서 임명된 박정화·민유숙·노정희·김상환·노태악 대법관이 함께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3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석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하고 있다. [사진 대법원]

김명수 대법원장이 3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석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하고 있다. [사진 대법원]

朴정부와 전교조 소송의 시작  

박근혜 정부는 2013년 교육감 선거 불법개입과 국가보안법 및 집시법 위반 등으로 유죄를 받은 해직 교사 9명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 전교조에게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교원노조법상 현직 교사에게만 교원노조 자격이 있다.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할 경우 노동조합을 인정치 않는다. 당시 정부는 해당 법률을 근거로 둔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따라 전교조에게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설립신고서의 보완요구 등'에 따르면 행정관청은 "노조의 설립신고 반려사유가 발생할 경우 30일 내에 시정을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지난 5월 대법원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단체 관계자들이 전교조 합법화 반대, 해체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대법원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단체 관계자들이 전교조 합법화 반대, 해체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관 다수의견의 법리  

대법원 다수의견은 정부 측에서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근거가 된다고 주장한 '노동조합법'과 '교원노조법'에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한 구체적 법률규정이 없음을 주목했다. 노동조합의 자격에 관한 내용은 나오지만 '법외노조 통보'의 요건과 관련한 부분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조합원들의 노동 3권을 박탈하는 중대한 사안이고, 이는 행정부의 시행령이 아닌 구체적 법률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관들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상 근거 없이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하고 있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지적했다. 
 
법률유보원칙이란 인권을 침해하고 보장하는 방법은 법률로만 정해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이다. 다수의견은 이에 따라 "무효한 시행령에 근거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고 봤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5월 20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사건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5월 20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사건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법원 '시행령' 판단의 모순  

하지만 이날 대법원의 판결은 지난 6월 전원합의체에서 최대주주의 주식거래시 양도소득세 할증과 관련해 '시행령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했던 다수의견과는 다소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사건의 주심이었던 권순일 대법관을 포함해 6명의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국회가 법률로 직접 규율하여야 할 사항을 행정입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입법권의 침해"라고 반대했다. 이번 전교조 판결의 법리와 사실상 똑같은 법리였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해 다수의견에 선 7명의 대법관은 당시엔 전교조 판결과 달리 시행령의 폭넓은 적용을 인정했다. 전교조 판결과 이 양도소득세 판결에서 모두 다수의견에 선 대법관은 박정화·민유숙·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각 사안마다 시행령의 범위를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며 "최근 대법 판결은 정말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관계자들이 3일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 전원합의체 선고 공판에서 최종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관계자들이 3일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 전원합의체 선고 공판에서 최종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노동조합법 시행령 악법이라 한 대법  

대법원 다수의견은 또한 이례적으로 이 시행령의 연원까지 따져가며 시행령 자체가 과거 노조를 억압하는데 쓰였던 '악법(惡法)'에 가깝다는 주장도 했다.
 
다수의견은 "이 시행령은 행정관청이 노동조합으로의 지위를 박탈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1987년 노동자의 단결권과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며 폐지됐던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사실상 동일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시행령 조항이 무효가 돼 정부가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부정할 근거가 없어졌다"며 "향후 국회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도 말했다.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았지만 별개의견을 낸 김재형·안철상 대법관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김재형) "전교조의 잘못에 비해 과도한 조치”(안철상)라며 박근혜 정부의 결정은 위법하다고 봤다. 
 
대법관 구성 및 임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법관 구성 및 임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대의견 "완벽한 법체계 무시했다" 

반면 반대 의견을 낸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강력히 반발했다. 두 대법관은 "다수의견은 완벽한 법체계를 애써 무시하면서 입법과 사법의 경계를 허물고, 이 사건 법률 규정에 관한 분명한 해석을 회피한 채 시행령 조항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대법관은 "법이 정한 요건은 지키지 않으면서 그 요건을 충족하였을 때 주어지는 법적 지위와 보호만 달라는 억지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법체계는 법치주의에 기반한 현대 문명사회에서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된다"며 전교조를 강력 비판했다. 다수의견과 달리 해당 법령과 시행령의 조항은 "매우 명확하고 다른 해석의 여지도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이날 판결로 대법원의 진보적 색채가 확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현재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 중 10명의 대법관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다. 8일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자인 이흥구 대법관 후보까지 더할 경우 그 숫자는 11명으로 늘어난다. 
 
지난 7월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던 모습. [뉴스1]

지난 7월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던 모습. [뉴스1]

계속 뒤집히는 대법원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전교조 사건에 앞서 백년전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 결정, 이재명 경기지사 사건 등에서 원심을 뒤집은 파기환송 결정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조국 전 장관과 김경수 경남지사 사건도 대법원에 가면 무죄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 상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결이 한쪽 성향으로 쏠려있다는 우려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로 전교조가 당장 합법 노조의 지위를 회복한 것은 아니다. 파기환송심이 남아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는 무효가 됐을지라도 전교조가 해직교원을 조합원으로 둔 것은 현행법상 여전한 위법이다. 
 
정부는 이번 판결에서 "입법이 필요하다"는 대법원의 의견에 앞서 지난 6월 퇴직 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전교조가 패소했을지라도 전교조의 합법화를 위한 길은 이미 마련해둔 것이다. 정부는 당시 전교조 문제뿐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PO) 기준에 맞춘 법 개정이란 주장을 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로 정부와 176석의 여당은 해당 법안의 입법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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