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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창문에 사망·12만가구 정전…'마이삭' 할퀸 한반도 곳곳 생채기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할퀴고 간 한반도 동쪽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마이삭’이 첫 상륙한 제주를 시작으로 남해안 일대와 부산·영남·강원도 쪽을 지나가면서 전국 12만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다. 특히 부산에서는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려던 60대 여성이 숨지는 등 15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3일 오전 6시까지 태풍 피해 3000여건
부산 1명 사망·14명 부상 등 인명피해
고압선 끊어져…전국 12만 가구 정전

 ‘마이삭’은 지난 2일 오후 제주를 거쳐 3일 오전 2시20분쯤 부산에 상륙한 뒤 이날 오전 6시30분쯤 동해 앞바다 쪽으로 빠져나갔다. 3일 오전 6시 현재 119에 접수된 태풍신고 건수는 제주 814건, 부산 1051건, 경남 484건, 전북 108건에 달했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3일 오전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 지붕 막이 찢어져 있다. [연합뉴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3일 오전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 지붕 막이 찢어져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는 강풍으로 인해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3일 오전 1시35분쯤 부산 사하구 한 아파트에서 60대 여성 A씨가 흔들리는 베란다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려다 유리가 깨지면서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날 오전 2시17분에는 부산 해운대 미포선착장에서 50대 남성이 방파제에 들어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왼쪽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비슷한 시각 해운대구 한 편의점 앞에서는 강풍에 흔들리는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붙잡던 60대 남성이 냉장고에 깔려 기절했다가 구조됐다.
 
 앞서 오전 0시쯤에는 부산 동구 도심 하천인 동천을 지나던 40대 여성이 소지품을 주우려다 동천에 빠졌다. 119 구조대원에게 구조된 이 여성은 경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깨진 유리창에 발을 다치는 등 경찰 추산 부상자는 총 14명으로 집계됐다. 울산에서는 오전 1시55분쯤 남구 선암동에서는 창문이 파손되면서 1명이 다쳤다.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의 영향으로 부산지역에 태풍주의보가 발효된 2일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뉴시스]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의 영향으로 부산지역에 태풍주의보가 발효된 2일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뉴시스]

 제주에서는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49m 이상의 강풍이 불면서 전날 피해가 속출했다. 초속 40m 이상의 풍속은 바위가 바람의 힘으로만 날아갈 수 있는 세기다. 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에서는 LPG충전소 간판이 쓰러지고, 서귀포시 서귀동에서는 조립식 건물의 문이 강풍에 날아갔다. 또 서귀포시 서호동에서 강풍으로 나무가 넘어져 차량 1대를 덮치고, 제주시 일도 2동 4층 건물 옥상에 있던 물탱크가 강풍에 넘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제주도 산지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도로와 차량 8대 등이 침수됐다. 또 한림읍 금악리에서 차량에 고립돼 있던 2명이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경남 양산시 에덴벨리 골프장 인근에 있던 풍력발전기 1대가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사진 독자제공]

경남 양산시 에덴벨리 골프장 인근에 있던 풍력발전기 1대가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사진 독자제공]

 강풍을 동반한 ‘마이삭’의 위력에 고압선이 끊어지면서 전국에서 정전 사고가 이어졌다. 제주 3만6000여 가구를 비롯해 경남 2만1912가구, 부산 4만4363가구, 전북 2400여 가구, 울산 3600여 가구 등 12만여 가구가 정전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었다. 부산에서는 수돗물을 고지대에 끌어올리는 가압장 펌프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단수가 되기도 했다.  
 
 울산은 이날 오전 2시5분쯤 670여 가구 규모의 남구의 한 아파트가 정전된 것을 시작으로 동구 아파트 1300여 가구, 중구 아파트 670여 가구, 북구 아파트 930여 가구 등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가 잇따라 정전됐다. 울산 중부경찰서와 동부경찰서도 1∼2시간 동안 정전돼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3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3호기와 4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연합뉴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3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3호기와 4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연합뉴스]

 이번 태풍은 고리원전 4기의 발전을 멈춰 세우기도 했다. 이날 0시59분 신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신고리 2호기, 고리 3호기, 고리 4호기가 순차적으로 멈췄다. 원자로 정지로 인해 외부에 방사선 영향은 없으며, 정지된 원자로는 안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발전소 밖 전력계통 이상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마이삭’이 스쳐간 전남 여수 등에서도 초속 44.6m 강풍과 시간당 최대 54㎜의 폭우가 쏟아졌다. 전남 곳곳에서 간판 파손과 가로수 전도 등 태풍 피해가 났고, 여수 거문도에는 강풍에 500여 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전북에서는 이날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간판이 떨어지거나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모두 108건의 태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태풍이 빠져나간 강원 동해안도 시간당 30∼50㎜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양양과 고성, 강릉에서는 갑자기 쏟아진 비에 280여 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삼척시 임원항 일대는 피항한 어선 4척이 침몰하는 등 너울성 파도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폭우에 주택·차량·도로 침수나 토사 유출, 나무 쓰러짐 등의 피해 신고가 이어졌고, 하천 범람으로 차량이나 마을이 침수돼 40여 명이 한때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3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해안가 상가와 주택들이 제9호 태풍 마이삭에 동반된 해일파도에 의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뉴스1]

3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해안가 상가와 주택들이 제9호 태풍 마이삭에 동반된 해일파도에 의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뉴스1]

 항공기 결항도 이어져 2일 하루 전국 공항에서 출발하는 국내선 항공기 중 437편이 결항했다.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부산∼김해 경전철은 2일 오후 9시37분부터 운행을 조기 종료했고,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대저∼구포역 구간에서는 초속 27m에 달하는 강풍 탓에 전동차가 거북이 운행을 했다. 코레일은 2일 오후 11시부터 3일 정오까지 경부선 열차 5편의 부산역∼동대구역 구간 운행을 중지한다.
  
 기상청은 태풍의 영향권에서 가장 늦게 벗어나는 강원 동해안은 3일 최고 25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부산·제주·경남·울산·전북=이은지·최충일·위성욱·백경서·김준희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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