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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서인이지만 정적 남인의 딸과 혼인한 송준길

기자
송의호 사진 송의호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82) 

드론으로 촬영한 동춘당 종택 주변. 앞이 동춘당이고 그 뒤가 사당인 ‘송씨별묘’이다. [사진 백종하 사진작가]

드론으로 촬영한 동춘당 종택 주변. 앞이 동춘당이고 그 뒤가 사당인 ‘송씨별묘’이다. [사진 백종하 사진작가]

 
동춘당(同春堂)은 유학자 송준길(宋浚吉‧1606~1672)의 호이자 서재 이름이다. 건물은 대전 대덕구에 있다. 동춘당 뒤쪽에는 송준길을 모신 사당 ‘송씨별묘(宋氏別廟)’가 있다. 배위(配位, 부인) 신주에는 ‘증정경부인진주정씨’로 적혀 있다. 동춘당은 이이, 김장생으로 이어지는 기호학파였다. 그러면서도 동춘당은 당시 대제학을 지낸 영남학파 정경세의 사위가 됐다.
 
요즘으로 치면 여당과 야당의 실력자가 서로 사위와 장인이 된 것이다. 학맥으로는 기호학파와 영남학파, 정치적으로는 서인과 남인의 통혼이다. 이 무렵 서인과 남인은 냉랭한 관계였다. 정경세는 송준길을 한 번 만나보고 그 사람됨을 기특하게 여겨 딸을 시집보냈다고 한다.
 
송준길은 당시 김장생에게 수학하고 있었는데 이때부터 장인 문하도 드나든다. 동춘당은 그렇게 열려 있었다. 동춘당은 특히 학맥을 떠나 퇴계 이황을 매우 존숭했다. 그는 퇴계의 학문적 장점이 정상신밀(精詳愼密)에 있다며 퇴계를 평생 스승으로 삼았다. 동춘당은 세상을 떠나던 해 꿈속에서 퇴계를 뵙고 ‘기몽(記夢)’이란 시를 남긴다.
 
송준길의 친필 시 ‘기몽’. 1672년 동춘당이 꿈에 퇴계 이황을 만난 느낌을 시로 적은 글이다. [사진 대전시립박물관]

송준길의 친필 시 ‘기몽’. 1672년 동춘당이 꿈에 퇴계 이황을 만난 느낌을 시로 적은 글이다. [사진 대전시립박물관]

 
“평생토록 퇴계 선생 공경해 우러르니/세상 떠나셨어도 그 정신 감통했네/오늘 밤 꿈속에서 가르침 받았는데/깨어 보니 달빛만 창가에 가득하네”
 
동춘당은 주자학을 조선 성리학의 근간으로 세운 것은 이황과 이이로 이해했다. 『국역 동춘당집』의 해제를 쓴 이봉규 인하대 교수는 “그는 학문적으로 이황을 가장 존중했지만 이기(理氣) 등 주요 학설은 이이 입장에 섰다”고 분석한다.
 
송준길이 후학을 양성했던 서재인 동춘당. 글씨는 동지였던 우암 송시열이 썼다. [사진 송의호]

송준길이 후학을 양성했던 서재인 동춘당. 글씨는 동지였던 우암 송시열이 썼다. [사진 송의호]

 
송준길은 정치적으로는 김상헌과 그의 자손들, 그리고 민유증을 비롯한 여흥 민씨 집안 학자들과 밀접하게 교류해 노론 세력을 형성한다. 이후 17세기가 되면 당쟁으로 발전한다. 당쟁으로 흐른 원인 중 하나가 이른바 예송(禮訟)이다. 예송이란 왕실 의례 적용을 둘러싼 정파적 논란이다. 예제(禮制)는 성리학 이념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장치였다. 예제 수립은 그래서 성리학자의 주요한 과제가 되었다. 송준길은 예송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노론 입장에 선다. 그는 허목‧윤휴‧윤선도 등 남인 세력의 비판을 방어하는 이론가 역할을 했다.
 
1659년 효종이 승하하자 송준길은 송시열과 함께 상사를 주관한다. 상복(喪服)과 관련해 송준길은 송시열과 함께 장렬왕후(인조 계비)가 1년짜리 기년복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선도 등 남인은 3년복으로 맞섰다. 왕통을 계승한 아들을 위해 모후가 어떤 상복을 입을 것인가의 논쟁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복제 문제가 아니라 효종의 종법적 위상을 장자로 볼 것인가, 차자로 볼 것인가의 문제였다. 즉 효종의 정통성과 직결돼 있었다. 조정은 결국 『경국대전』을 근거로 기년복을 받아들였다. 열려 있는 송준길은 승자가 된다. 그러나 15년 뒤 동춘당이 세상을 떠나자 전세는 역전된다. 노론은 실각한다. 열린 자세의 중요성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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