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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홍수 역대급 장마탓? 전문가 토론회 "중소하천 방치가 주범"

지난달 9일 오전 낙동강 제방 유실로 침수된 경남 창녕군 이방면 일대. 연합뉴스

지난달 9일 오전 낙동강 제방 유실로 침수된 경남 창녕군 이방면 일대. 연합뉴스

경남 합천군은 지난달 연일 쏟아내리는 폭우로 농경지와 농업용 하우스, 주택 등이 물에 잠겼다. 산사태는 8곳에서 발생했다. 결국 막대한 재산 피해와 함께 집을 나온 이재민도 130여명에 달했다. 이러한 피해는 주로 황강 유역에 집중됐다.
 

물관리 일원화에도 관리 주체 분리 여전
펌프 고장, 제방 부실 등 '디테일'도 미비
"유역 단위 관리 필요, 주민 참여도 중요"

단지 '비'의 문제는 아니었다. 전문가 현장 조사 결과 건태마을은 자연 배수를 위한 우수관이 있었지만, 정작 역류를 막아줄 차단문이 설치되지 않았다. 결국 우수관 맨홀에서 물이 역류하면서 홍수가 시작됐다. 
 
상신 지역은 배수 펌프 시설이 있었어도 고장이 나서 제 역할을 못 했다. 현장 관리 주체도 농어촌공사, 합천군, 부산지방국토관리청으로 흩어져 있어 빠른 대응이 어려웠다. 율곡체육공원은 물길을 가로막는 각종 시설이 들어서면서 홍수 피해를 가중시켰다.
지난달 8일 낮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주변 마을과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8일 낮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주변 마을과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과연 합천뿐일까. 가장 긴 장마에 따른 전국 집중호우 피해를 살펴봤더니 지류·지천 방치, 물관리 주체 분산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수차례 지적해온 치수(治水)의 문제점이 물난리로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0년 장마 홍수피해 원인과 바람직한 치수정책'(더불어민주당 이해식ㆍ이수진ㆍ양이원영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주최) 토론회에서 공개됐다.
 
대한하천학회장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주요 하천별로 올해 홍수 원인을 분석했다. 섬진강 홍수는 제방 부실 관리와 옛 교량 보강공사 미비 등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영산강은 보 수위 상승, 낙동강은 제방의 '파이핑 현상'(모래 사이로 물이 새고 구멍이 뚫리면서 붕괴하는 현상)이 주범이었다.
 
박 교수는 "2018년 물 관리 일원화 이후에도 담당 부처가 나누어져 홍수 관리의 한계를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간 책임 전가 등 예산 낭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방 방치 같은 본류·지류 합류 지점의 홍수 대책 취약, 국가하천과 대조적인 지방하천의 정비 미흡, 배수 시설의 유지·관리 소홀 등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꼬집었다. 소규모 하천 단위로 내려갈수록 물난리 방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산강 지류 문평천 제방이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에 붕괴되면서 사후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영산강 지류 문평천 제방이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에 붕괴되면서 사후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합천 지역 수해를 조사한 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방재 시설 부실시공, 지류 정비 계획 늦장 수립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봤다. 피해 지역에서 배수 펌프시설 고장, 파이핑 현상으로 대표되는 제방 부실, 역류 방지 시설 부재 등이 종합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한 황강 제방을 고려한 지천 정비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임 정책실장은 "수자원과 하천시설의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 각종 놀이시설이 들어선 고수부지는 하천기본계획 수립 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하천 정비도 제방 높이기 같은 현재 방식 대신 홍수 범람원 조성 등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는 이번 홍수를 댐 관리의 측면에서만 보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 대신 하천 유역마다 홍수 대책을 조정하고 주민과 소통, 협력하는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봤다. 
2일 열린 '2020년 장마 홍수피해 원인과 바람직한 치수정책' 토론회에서 발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물학술단체연합회]

2일 열린 '2020년 장마 홍수피해 원인과 바람직한 치수정책' 토론회에서 발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물학술단체연합회]

그는 "이번 수해를 계기로 그동안의 치수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새로운 치수 정책은 주민과 지자체의 참여와 주도로 수립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형 홍수 거버넌스는 국가가 거의 무한책임을 지는 모델이지만, 일방향적 정보 제공 속에 주민 참여나 주도적인 역할은 이뤄지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가속화될 기후 변화에 따른 홍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최 대표는 "기후 위기 시대에는 집중호우가 빈발하고 지역별, 시기별 강우 편차도 심해질 것이다. 댐과 제방으로 막을 수 없는 폭우는 하천을 넘어선 유역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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