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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삼성측 시세조종 등 다양한 불공정 행위, 조직적 자행”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왼쪽)가 1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시세조종등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현직 삼성 임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뉴시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왼쪽)가 1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시세조종등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현직 삼성 임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뉴시스]

검찰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기소한 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 전반에서 광범위한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은 삼성의 행위들을 한마디로 ‘사기적 부정거래’라고 규정했다. 그 배경과 목적으로 지목한 건 이 부회장으로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였다.
 

삼바 회계변경 분식회계로 규정
경영권 승계에 불법 있었다 판단
변호인단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경영상 필요 때문, 법적 문제 없어”

수사의 시발점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회계변경은 고의적 분식회계로 규정됐다.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2015년 12월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기업 가치를 2900억원(장부 가격)에서 4조8000억원(시장 가격)으로 바꾼 것에 대한 판단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가치 부풀리기를 정당화하기 위한 조처로 봤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주식 교환 비율은 제일모직 한 주당 삼성물산 3주꼴이었는데, 검찰은 이때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의도적으로 낮게 책정됐다고 봤다.
 
1년 9개월 간 이어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년 9개월 간 이어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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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최대주주였지만 삼성물산에는 지분이 없었다. 그런데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가 고평가된 덕택에 이 부회장은 합병 후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6.5%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당시 삼성생명(제일모직이 최대주주)과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 2대 주주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확고해졌다. 이복현 부장검사는 “이 과정에서 삼성 측이 각종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불리한 정보는 은폐했다”며 “주주 매수, 불법 로비, 시세조종 등 다양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조직적으로 자행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삼성 측이 제일모직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에버랜드 인근 개발계획 발표 등 허위 호재를 공표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주주들이 일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행사 가격 부근까지 떨어지자 주가 부양을 위해 삼성물산 주가와 연동해 움직이던 제일모직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면서 시세조종을 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앞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대거 행사 때문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무산되는 경험을 했었다.
  
검찰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관여”
 
삼성그룹 합병·회계 의혹에 대한 판단 및 입장

삼성그룹 합병·회계 의혹에 대한 판단 및 입장

검찰은 “이 부회장이 이런 과정들에 직접 관여했다”며 삼성 승계 계획이 담긴 ‘프로젝트G’ 문건을 증거로 제시했다. G는 지배구조를 뜻하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머리글자다. 검찰은 “이 문건은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한 제일모직 중심의 승계 계획을 담은 것”이라며 “그 핵심이 제일모직(당시 에버랜드) 상장 후 삼성물산과의 합병 계획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삼성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성을 고려한 조처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이미 관련 민·형사 재판에서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는 분식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도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기준 변경으로부터 7개월 전인 2015년 5월에 이미 산정된 것이라는 반박도 했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 삼성바이오 가치를 높였다는 검찰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과 함께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합병 비율은 법에 정해진 대로 결정되는 것이라 애초에 임의대로 조작할 수 없다”며 “합병 비율 조작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기적 부정거래’라는 결론을 내린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결론에 대해서도 반론이 나온다. 삼성 측에 따르면 당시 에피스 지분 15%를 보유했던 미국 기업 바이오젠은 에피스의 가치가 커지면 추가로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가지고 있었다. 삼성 측은 “당시 에피스의 기업가치 급등으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바이오젠은 2018년 11월 콜옵션을 행사해 가치가 급등한 에피스 지분을 ‘50%-1주’ 확보했다. 현재 에피스의 가치는 20조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삼성이 평가했던 4조80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다.
  
삼성 “프로젝트G 문건은 승계와 무관”
 
‘프로젝트G’ 문건과 관련해서도 삼성 측은 “경영권 승계용 계획도 아니고 이 부회장이 관여하거나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박근혜 정부 때 금산분리, 순환출자 금지,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삼성 맞춤형 규제 도입 움직임이 나오면서 이에 대비해 만든 계획”이라며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한 비밀 계획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재판은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수사 기록이 20만 쪽, 압수한 디지털 자료가 2270만 건(23.7테라바이트) 분량에 이르는 데다 검찰 수사를 받은 관계자들만 300여 명에 이르는 초대형 사건이라서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재판이 끌나려면 최소 5년은 걸릴 것 같다. 대법원까지 간다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광우·김민상·나운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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