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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대세는 스가?...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日 자민당, ’담합총리’ 논란

지난 28일 사임 의사를 밝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이번달 중순 열릴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각 파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스가 총리 만들기'에 나선 모양새다.  
 

당내 유력 파벌 지지 선언..의원표 60% 확보
'스가 독주'에 기시다, 이시바는 망연자실
당원투표 생략하는 '약식 선거' 치르기로
"답합 총리" "밀실 총재" 비판도 이어져

일본 자민당의 차기 총재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연합뉴스]

일본 자민당의 차기 총재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연합뉴스]

 
하지만 국민들의 지지와는 상관없이 파벌의 이합집산으로 총리가 선출되는 현 상황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특히 자민당이 이번 총재선거에서 당원 투표를 제외하겠다고 밝히면서 '담합총리'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스가 지지 이미 60% 넘어서  

1일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스가 관방장관은 이미 자민당 의원의 60%에 가까운 지지를 확보했다. 
 
당내 최대파벌이자 아베 총리가 소속된 호소다파(98명)는 30일 간부회의를 열어 스가 지지를 결정했다. 2위 아소파(54명)를 이끄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도 파벌 의원들에게 "스가에 투표할 것"을 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 이끄는 4위 파벌 니카이파(47명)도 총재 선거에서 스가 관방장관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세 파벌의 국회의원 수만 합해도 자민당 국회의원(394명)의 절반을 넘는다. 
 
거기에 파벌에 속하지 않고 스가를 지지하는 이른바 '스가 그룹' 30여명이 가세하는 데다, 아소파와 함께 2대 파벌인 다케시타파(54명)도 스가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갑작스러운 '스가 독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책을 안정적으로 계승해야 한다는 당내 지도부의 생각이 반영됐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정작 스가 관방장관은 아직 출마 선언 전이다. 빠르면 2일 오후 공식 출마선언을 한다.  
 

'닭 쫓던 개' 처지 된 경쟁자들?

자민당 차기 총재 유력 후보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교도=연합뉴스]

자민당 차기 총재 유력 후보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교도=연합뉴스]

파벌들의 신속한 스가 지지로 유력한 총리 후보였던 두 사람은 망연자실한 모양새다. 아베 총리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과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다.
 
애초 기시다 정조회장은 자신이 이끄는 파벌인 기시다파(47명)에 더해 아베 총리의 호소다파, 아소 부총리의 아소파 지지를 얻어내 파죽지세로 선거에 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두 파벌이 모두 스가 쪽으로 쏠리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지난달 31일 오전 총리관저를 찾아 아베 총리를 만났다. "총재 선거에 나가게 됐다.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으나 아베 총리는 "내 입장에서 특정 이름을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거절당한 기시다 회장은 심란한 표정으로 관저를 떠났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오래 전부터 기시다 회장을 염두에 뒀으나 갑자기 사임하게 되면서 코로나19 등 당면 과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스가 장관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당원 선거 생략은 '이시바 죽이기'

소수 파벌(19명) 밖에 없는 이시바 전 간사장 역시 진퇴양난이다. 당초 높은 대중 지지를 바탕으로 니카이 간사장의 지원을 받아 분산된 표를 모으려했지만, 스가 관방장관의 참전으로 의원 표 확보가 어려워졌다.  
 
지난달 28일 사임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사임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선거 방식이다. 자민당 당칙에 따르면 새 총재는 원칙적으로 당 소속 중·참의원(현 394명)과 당원(394명)이 각각 동수의 표를 행사하는 선거로 선출하게 돼 있다. 다만,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국회의원과 각 도도부현(都道府縣ㆍ광역자치단체) 지부 연합회 대표(141명)만 참가하는 '약식 선거'를 치를 수 있다. 
 
자민당은 1일 총무회를 열어 '약식 선거'로 총재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일본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총리 후보다. 아베 총리 사임 직후 교도통신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34.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대중 선호도는 당원 투표를 통해 반영되는 만큼, 자민당이 총재 선거에서 당원 투표를 생략하면 이시바 전 간사장의 당선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민의 무시한 '담합총리' 비판 확산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난 30일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총재를 결정하면 안 된다"며 당의 방침에 항의했다. 이시다파의 한 간부는 "당원 투표를 하지 않으면 '담합 총리(談合総理)'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며 분개했다고 산케이 신문은 전했다.  
 
코바야시 후미아키(小林史明) 자민당 청년국장도 31일 니카이 간사장에게 당원 투표를 포함한 공식 선거로 총재를 선출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제출했다. 140여명의 국회의원이 이에 서명했다. 
 
자민당 내에는 당원들의 이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의원은 "집행부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할 생각밖에 없다. 이렇게 정치를 하면 국민들에게 버림받는다"고 우려했다. 당 관계자도 아사히 신문에 "약식 선거를 치르면 4000엔의 당비를 내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닿을 곳이 없어진다. '밀실 총재'를 뽑는다면 당원 이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당은 2007년 아베 총리가 이번처럼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뒤 약식 선거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재를 선출했다. 후쿠다 총재의 뒤를 이은 아소 총재도 약식 선거로 당선됐다. 후쿠다와 아소 내각은 둘 다 1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막을 내렸다.     
 
자민당은 오는 8일 총재선거를 고시한 후, 14일 투표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후 16일로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표결을 거쳐 총리가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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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윤설영 특파원, 서울=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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