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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좋은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 공존하는 댄스

기자
강신영 사진 강신영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36)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서 거대한 건물로 들어섰다가 난생 처음 롤러코스터를 탔다. 왜 돈 내고 이 고생을 하나 후회했는데, 종점에 와서 내리자 갑자기 기분이 확 트이는 것을 느꼈다. [사진 pixabay]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서 거대한 건물로 들어섰다가 난생 처음 롤러코스터를 탔다. 왜 돈 내고 이 고생을 하나 후회했는데, 종점에 와서 내리자 갑자기 기분이 확 트이는 것을 느꼈다. [사진 pixabay]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디즈니월드에 갔을 때 골프공처럼 생긴 거대한 건물이 있었다. 디즈니월드의 상징처럼 카탈로그에도 나오는 건물이다.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여긴 또 뭐가 있나 하고 마침내 이 건물에 들어가게 되었다. 줄이 길었다. 컴컴한 건물 안에서 한참 기다린 끝에 내 순서가 되었는데 기분이 이상해 되돌아 나가려고 했지만 줄이 너무 길고 사람들로 길이 막혀 나갈 수도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며 남들처럼 그냥 탔다. 옆 사람처럼 벨트를 질끈 맸다. 이것이 난생처음 타 본 롤러코스터였다. 야외에 있는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실내 롤러코스터였다. 머리 위로 지근거리에 불빛이 휙휙 지나가고 머리를 조금만 치켜들면 단박에 걸려 대형사고로 이어지며 부서져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을 느꼈다. 앉은 채로 뒤집히기도 하고 갑자기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해서 왜 돈 내고 이 고생을 사서 하는 건지 후회막급이었다. 그렇게 몇십 분이 지났을까, 종점에 와서 내렸는데 갑자기 기분이 확 트이는 것을 느꼈다. 이 기분에 롤러코스터를 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시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지는 않았다.
 
라스베이거스에 갔을 때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본 떠 만든 룩소르 호텔이라고 있었다. 건물이 독특해서 둘러보다가 줄이 길어 서 있었는데 또 롤러코스터였다. 디즈니월드 롤러코스터보다 작은 규모라 공포감은 덜했으나 역시 돈 주고 고생하며 롤러코스터는 다시는 타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여기서도 종점에서 내렸을 때 기분이 확 트이는 기분을 느꼈다.
 
이렇게 기분이 확 트이는 스트레스를 좋은 스트레스인 ‘유스트레스(Eustress)’라고 하는 모양이다. 원래 스트레스란 ‘졸라맨다’ ‘잡아맨다’ ‘압축한다’는 뜻인데, 여기서 확 풀려나니 기분이 확 트이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보통 10분 이내에 원상태로 돌아오면 좋은 스트레스로 본다는 것이다. 좋은 스트레스는 삶을 긴장시키고 활력을 넣어주며, 집중력을 길러줘 일의 능률도 높여준다고 한다. 면역력도 좋아져 질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좋은 스트레스의 경험은 내 댄스 일생에서 여러 번 겪었다.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IDTA(국제댄스지도자협회) 자격증 시험을 볼 때 오랜만에 극도의 긴장감을 느꼈다. 거대한 몸집의 늙수그레한 시험관과 처음 마주치면서 그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었다. 시험이라고는 학창시절 때 학기말 시험이 끝이었는데, 몇십년 지나 나이 들어서 시험을 본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댄스는 늘 시작하기 전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흐르는 음악에 맞춰 첫발이 나가면서 루틴을 틀리지 않게 소화해내야 한다. 더구나 파트너와 같이 추기 때문에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댄스는 늘 시작하기 전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흐르는 음악에 맞춰 첫발이 나가면서 루틴을 틀리지 않게 소화해내야 한다. 더구나 파트너와 같이 추기 때문에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커플댄스가 끝나자 파트너는 내보내고 시험관과 단둘이 골방에 남았다. 그리고 솔로댄스 시범을 보인다. 그다음은 종목별로 남녀 각각의 동작을 말과 동작으로 빠짐없이 체크한다. 오랫동안 공부한 책 내용과 춤동작을 2시간 동안의 시험 기간 동안 기억해내느라고 안간힘을 썼다. 열심히 공부했던 내용이 시험관의 질문으로 이어져 나왔을 때 정답을 줄줄이 대면서 희열을 느꼈다. 시험관과 나 둘만이 있는 골방에서의 2시간이 수백 시간처럼 느껴지며 시험이 계속되었지만 다행히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시험이 다 끝났을 때 내 스승인 준 먹머도 선생이 나를 포옹하더니 바로 바닥에 누웠다. 나도 따라 누웠다. 해냈다는 희열과 극도의 피로감이 겹쳤기 때문이다. 그때 상쾌한 피로와 좋은 스트레스를 느꼈다.
 
그 후 댄스 시범이나 발표, 경기 대회에 나갈 때마다 좋은 스트레스를 느낀다. “하다가 틀리면 어떻게 하지?”, “과연 실수 없이 해낼 수 있을까?”,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는 걸까?” 수많은 고민과 갈등이 오가면서도 이런 걸 즐기는 걸 보면 좋은 스트레스의 매력을 즐기거나 잊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스트레스가 건강에 좋다니 보약 먹는 셈 치고 즐기는 것이다.
 
댄스는 늘 시작하기 전에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버튼을 누르면 용서 없이 흐르는 음악에 맞춰 첫발이 나가면서 루틴을 틀리지 않게 소화해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파트너와 같이 추기 때문에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 깊이 들어 있다. 경기대회에 참가했을 때는 더 하다. 심사위원들이 보고 있고 경쟁자들이 있어 긴장이 고조된다. 수많은 관객이 보고 있다. 출전 번호가 불리면 플로오 안쪽으로 걸어나간다. 그렇게 플로어의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음악이 흘러나올 때까지의 긴장은 숨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이윽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해진 시작 박자에 맞춰 춤을 시작하는 것이다.
 
기껏해야 한 종목에 짧게는 1분 30초, 길어야 2분의 시간 동안 춤을 춘다. 한 박자, 한 박자 놓치지 않으려고 숨을 죽이며 춤을 추고 나서 음악이 잦아들면 그 춤은 끝나는 것이다. 5종목 출전이면 다섯 가지 춤을 그렇게 연속해서 춰야 한다. 그리고 플로어를 벗어나면서 느끼는 희열은 롤러코스터의 종점에 내린 것 같은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라틴댄스 중 파소도블레라는 빠른 템포의 춤이 있다. 이 춤은 중간에 하이라이트 부분이 몇 번 있어 그 음악이 나올 때 맞춰 동작을 크게 한다. 여성이 바닥에 크게 엎드리거나 동작을 잠시 멈추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것을 음악에 맞추지 못하면 이 춤은 제대로 못 추는 것이다. 그래서 루틴을 이에 맞게 짠다. 그러므로 바짝 긴장해야 한다. 이 경험은 그 후에 20분짜리 TV 생방송 강의 프로그램에 나가 진가를 발휘했다. 카메라 뒤에서 스태프가 종료 5분 전부터 사인을 주기 시작해 3분 전, 2분 전, 1분 전 사인을 주면 그에 맞춰 강의를 자연스럽게 종료해야 한다. 그러므로 시간에 맞춰 강의 순서를 조정하고 특히 마지막 마무리를 어색하지 않게 그리고 여유롭게 잘해야 한다. 그렇게 딱 맞게 생방송을 성공적으로 맞췄을 때의 긴장과 쾌감도 좋은 스트레스였다.
 
파티 댄스는 정해진 루틴이 없기 때문에 그냥 즐기면 된다. 파트너와 합이 좀 안 맞아도 괜찮다. 그러므로 파티댄스를 출 때에는 스트레스를 별로 안 느낀다. [사진 pxhere]

파티 댄스는 정해진 루틴이 없기 때문에 그냥 즐기면 된다. 파트너와 합이 좀 안 맞아도 괜찮다. 그러므로 파티댄스를 출 때에는 스트레스를 별로 안 느낀다. [사진 pxhere]

 
파티 댄스는 좀 다르다. 정해진 루틴도 없고 춤을 추다가 좀 안 맞아도 그만이다. 늘 같이 연습하던 파트너도 아니므로 좀 안 맞아도 양해가 된다. 그야말로 즐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파티댄스를 추는 것으로는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없다.
 
스트레스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만병의 근원이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바로 소화가 안 되듯이 스트레스는 쌓이면 병이 된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는 전혀 없으면 사람이 너무 느슨해진다고 한다. 스트레스에 훈련이 안 되어 있는 사람은 약간의 스트레스만 받아도 극복하는 데 더 힘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약간의 스트레스는 즐기는 편이 낫다. 그런 면에서 댄스 대회 참가는 바람직한 것 같다.
 
프로선수가 경기에서 이기면 동료들끼리 얼싸안고 환호하며 감독을 헹가래 치듯이 댄스 대회도 춤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파트너를 안아 공중에 띄우고 싶을 만큼 기분이 고조된다. 시범 댄스를 마칠 때 꽃다발을 주는 이유도 그런 것이다. 오랜 연습 끝에 익힌 춤을 숨이 멎을 것 같은 긴장감 속에 한치의 틀림도 없이 춤을 소화해냈다는 성공과 쾌감에 대해 표시를 해주는 것이다. 보여줄 때는 몇 분 안 되는 시간이지만, 그것을 위해서 쏟은 땀과 노력은 크다. 번지점프나 패러글라이딩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과격한 스포츠는 스트레스가 너무 극심하게 왔다가 사라지는 쾌감을 즐기는 편이지만, 댄스는 견딜만하게 긴장이 왔다가 사라진다. 좋은 스트레스다. 나이 들어 댄스가 좋다는 이유 중 하나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강신영의 쉘 위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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