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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릎 꿇린채 뒷수갑 찬 엄마, 10살 아들은 지켜봤다

지난 5월 26일 서울 금천구 한 아파트에 사는 A씨(43)가 경찰관들에게 수갑이 채워져 체포된 모습. 오른쪽은 A씨의 초등학생 아들이 쓴 일기. 경찰관들이 엄마를 체포하는 모습을 보고 일기에 적었다. [사진 A씨]

지난 5월 26일 서울 금천구 한 아파트에 사는 A씨(43)가 경찰관들에게 수갑이 채워져 체포된 모습. 오른쪽은 A씨의 초등학생 아들이 쓴 일기. 경찰관들이 엄마를 체포하는 모습을 보고 일기에 적었다. [사진 A씨]

"불법 체포" VS "공무 집행"

서울 한 아파트단지에서 이웃과 말다툼을 벌인 40대 여성이 초등학생 아들과 남편, 90대 시어머니가 지켜보는 앞에서 경찰관 4명에 의해 이른바 '뒷수갑'이 채워진 채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과잉 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슈추적]
서울 한 아파트 40대 여성 현행범 체포
이웃과 말다툼하다 경찰 등 모욕 혐의
남편·아들·시어머니 앞 뒷수갑 채워져
"불법체포로 인권 짓밟혀" 인권위 진정
경찰 "질서 위한 정당한 공무집행" 반박

 모욕 혐의로 약식기소된 이 여성은 "죄는 인정하지만, 불법 체포로 인권이 무참히 짓밟혔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해당 경찰관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을 냈다. 반면 경찰 측은 "법과 절차에 따른 정당한 공무 집행"이라는 입장이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A씨(43·여)는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심장이 멈출 것 같다. 너무 치욕스럽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시 사건을 A씨가 인권위에 낸 진정서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사건은 지난 5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10시쯤 A씨는 외출을 했다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운동하고 있던 이웃 여성 B씨(50대)와 딸(20대)을 만났다. B씨 모녀가 "○○○○호에서 아줌마가 자꾸 쳐다보고 사진을 찍는다"고 하자 A씨는 해당 층에 사는 C씨에게 "왜 남의 사진을 함부로 찍고 그러냐. 찍지 마라"고 항의했고, 말다툼으로 번졌다. 
 
지난 5월 26일 서울 금천구 한 아파트에 사는 A씨(43)가 주민과 말다툼을 벌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수갑이 채워져 현행범으로 체포된 모습. [사진 A씨]

지난 5월 26일 서울 금천구 한 아파트에 사는 A씨(43)가 주민과 말다툼을 벌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수갑이 채워져 현행범으로 체포된 모습. [사진 A씨]

이웃과 말다툼이 경찰 출동까지…

 
 잠시 후 C씨가 서 있던 창문 쪽에서 다른 층 주민 D씨가 나타나 A씨에게 "이 X년아, XX 같은 년"이라고 욕설을 했다. 이에 흥분한 A씨도 D씨에게 욕을 하면서 말다툼이 심해졌다. 
 
 주민 신고를 받고 금천경찰서 모 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A씨는 E경위에게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아무 일도 아니니 그냥 가셔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E경위는 "소란이 없는 것 같으니 신고자와 통화만 하고 가겠다"고 했다. 
 
 D씨 등 주민 10여 명은 A씨를 둘러싼 채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었다. 이에 A씨는 공격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흥분해 D씨 등에게 욕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자 E경위가 A씨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먼저 신분을 밝혀라. 신분증은 집에 있다"고 버텼다. D씨는 E경위에게 "(A씨를) 모욕죄로 처벌해 달라"고 계속 요구했다. 이에 E경위가 수갑을 꺼내든 상태에서 A씨에게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A씨는 "이름을 밝혔는데도 E경위가 계속해서 신분을 물어 흥분한 나머지 '정식으로 경찰관 신분부터 밝히라'고 항의하며 말싸움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E경위에게 욕도 했다고 한다. 
 
 E경위는 "모욕죄로 처벌할 테니 파출소로 동행해 달라. 임의 동행하지 않으면 강제로 연행하겠다"고 했지만, A씨는 거절했다. 이에 E경위가 동료 경찰관에게 "수갑 채워"라고 말했다. A씨는 "강제로 연행하려면 체포영장을 가져와라" "수갑은 무기다.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며 항의했다. 
 
A씨의 초등학생 아들이 쓴 일기. 경찰관들이 엄마에게 수갑을 채워 데려가는 모습을 보고 일기에 적었다. [사진 A씨]

A씨의 초등학생 아들이 쓴 일기. 경찰관들이 엄마에게 수갑을 채워 데려가는 모습을 보고 일기에 적었다. [사진 A씨]

무릎 꿇린 채 수갑 찬 엄마…10살 아들이 지켜봤다

 양측이 승강이를 벌이는 동안 A씨의 신분증을 가지러 A씨 집에 간 B씨 딸이 A씨 시어머니 등 가족에게 "A씨가 경찰에게 붙잡혀 간다"고 알렸다. 창문 너머로 이 모습을 본 A씨 아들(10)이 전화해 A씨 남편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A씨 남편이 E경위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E경위는 자세한 설명 없이 A씨에게 수갑을 채우려 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가 계속해서 체포를 거절하자 E경위는 무전으로 추가 지원을 요청했고, 경찰관 2명이 추가로 순찰차를 타고 현장에 왔다고 한다. A씨 남편이 경찰관들에게 "내가 남편인데 수갑을 채우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경찰관들은 "남편 되시는 분 양해를 (부탁) 드릴게요. 강제로 할 수밖에 없어요"라면서 체포를 했다고 한다. 
 
 A씨가 결국 "내 걸음으로 가겠다. 자기야 택시 불러, 택시"라고 했는데도 경찰관 4명은 A씨를 무릎 꿇게 한 후 왼손과 오른손을 등 뒤로 비틀어 수갑을 채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바지가 내려가 속옷과 속살이 보였다"고 A씨는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6월 "E경위와 D씨에 대한 모욕죄가 인정된다"며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A씨를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A씨를 약식기소했고, A씨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A씨는 지난 7월 2일 인권위에 "불법 현행범 체포 등 위법한 경찰력 행사에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며 E경위 등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4명에 대한 진정서를 냈다. "경찰관 4명이 사실 경위를 파악하지 않고 주거가 명확한 여성 1명을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어린 자녀와 남편, 시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워 연행한 건 부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취지다.  
 
A씨 병원 진단서. 양측 어깨관절 염죄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사진 A씨]

A씨 병원 진단서. 양측 어깨관절 염죄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사진 A씨]

"신분 확실한데 수갑까지 채우나…치욕적" 

 A씨는 ▶경찰관에게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밝힌 점 ▶사건 현장은 아파트단지 안이기에 A씨가 아파트 주민이라는 것이 명백한 점 ▶A씨 남편이 부인을 체포하지 말라고 분명히 밝힌 점 등을 근거로 "도망 또는 증거 인멸의 염려가 전혀 없어 체포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체포의 비례성의 원칙'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영장 없는 체포의 경우 '범죄의 의미와 그것에 대해 기대되는 형벌에 비춰 상당한 때'에만 허용돼야 하는데 A씨 혐의는 모욕죄로서 비교적 법정형이 경미한데도 경찰관 4명이 달려들어 여성 1명을 수갑까지 채워 체포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A씨는 또 "경찰관들이 체포하기 전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게 아니고 체포 후에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변명할 수 있다'며 형식적으로 고지했다"고 했다.
 
 아울러 A씨는 경찰이 자신을 파출소에 데려간 뒤에도 나무 의자에 한쪽 수갑을 채운 채 20분 넘게 방치했다는 주장도 했다. A씨는 "오른팔에 마비가 오고 숨이 막힌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아는 변호사를 통해 전화로 '수갑을 풀어 달라'고 요청한 뒤에야 수갑을 풀어줬다"며 "명백한 가혹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위에 낸 진정서를 통해 "이 일로 양측 어깨관절·팔꿈치·손목 염좌 등 2주간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고 했다.
 
 A씨는 "당시 엄마가 경찰관들에게 수갑이 채워져 끌려가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아들은 일기에 그날 있었던 일을 적을 정도로 충격을 받아 학교에서 심리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며 "남편도 아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한다"고 했다. 
 

"경찰에 욕하고 덤비는데 가만있나…수갑은 최후수단"  

 이에 대해 경찰은 "정당한 업무를 집행했다"는 입장이다. E경위 등이 근무하는 파출소 소장은 "당시 동영상과 현장에 나간 직원들의 보고를 종합하면 과잉 진압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파트에서 여러 사람이 있는 가운데 경찰에 갖은 욕을 하고 대들면 경찰관이 절차대로 질서를 잡아야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사실에 입각해서 모든 것을 (경찰서에) 보고했고, (체포 당시) 미란다 원칙도 고지했다"고 했다. 
 
 '신분이 확실한데 왜 수갑까지 채웠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양측 얘기를 듣고 설득했다. 그런데도 직원 말을 안 들으니 수갑을 채웠다. 원래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도 된다"고 반박했다. 뒷수갑 논란에 대해서는 "수갑의 앞뒤를 따질 게 아니라 경찰관한테 욕하면서 덤비고 폭력을 행사하려고 하니 질서를 잡기 위해 최후 수단으로서 수갑을 채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출동한 직원과 주민들이 찍은 영상과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 객관적인 자료를 인권위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바로잡습니다.
인터넷 중앙일보는 지난 8월 28일 ‘[단독] 무릎 꿇린 채 뒷수갑 찬 엄마, 10살 아들은 지켜봤다’ 및 8월 31일 후속기사에서, 서울 금천구 아파트 단지에서 이웃과 말다툼을 벌인 A씨가 경찰관들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 무릎 꿇린 채 ‘뒷수갑’이 채워져 과잉 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경찰의 체포과정에 A씨를 무릎 꿇리는 과잉행위는 없었음이 밝혀져 이를 바로 잡습니다.  
또한 서울금천경찰서는 “A씨가 벌금 약식명령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가 위법체포를 주장하지 않고 취하하여 확정되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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