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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로메오와 줄리에트’ 원작과 다른 오페라 끝 장면

기자
한형철 사진 한형철

[더,오래] 한형철의 운동화 신고 오페라 산책(32)

인류가 존재한 이래로 영원한 테마는 ‘사랑’이겠지요? 그리고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의 상징과도 같은 이야기구요. 세세한 내용을 새삼 풀어놓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가슴 먹먹하면서도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지요.
 
샤를 구노가 1867년 파리 리리크 극장에서 초연한 ‘로메오와 줄리에트’는 세익스피어의 동 희곡을 원작으로 작곡하였고, 프랑스 특유의 우아함과 서정성을 듬뿍 담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답니다.
 
샤를 구노가 활동하던 시기는 이탈리아의 로시니, 도니체티와 독일 출신인 마이어베어 등의 작품이 엄청 인기를 끌던 때랍니다. 당연히 그도 그들의 영향을 받아 독일 음악의 장중함,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프랑스의 다채로운 자유로움을 표현하게 됩니다.
 
카퓰레트가에서 줄리에트 생일을 축하하는 무도회가 요란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가면을 쓰고 참석한 몬테규가의 로메오는 줄리에트의 모습에 한눈에 반하지요. 유모와 결혼이야기를 나누던 줄리에트는 경쾌한 왈츠풍으로 아리아 ‘꿈속에 살고 싶어요’를 부릅니다.
 
 
나는 꿈속에서 살고 싶어요
달콤한 불꽃을 나의 마음속에
마치 보석처럼 간직하고 있을 거에요
이 젊음의 황홀함은
아! 단지 하루밖에 더 지속되지 않겠지요
그 다음에는 눈물을 흘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겠죠…
 
아직 사랑에 빠져보지 못한 어리디 어린 소녀의 노래 같지요? 마냥 신나게 꿈꾸는 듯한 발랄한 아리아랍니다. 로메오가 그녀에게 다가가 사랑을 고백하고, 줄리에트도 적극적으로 그를 받아들이지요. 그가 조심스럽게 훔치듯 키스하자, 그녀의 얼굴이 행복하게 발그레해 집니다.
 
그때 티발트가 나타나 로메오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너는 내가 증오하는, 로메오!”라 외칩니다. 가면 쓴 사람의 목소리만 듣고도 정체를 알아채는 티발트를 보면, 그 두 가문의 적대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지요. 로메오의 정체를 알게 된 줄리에트는 놀라 침통해하고 로메오는 자리를 피합니다. 하프가 우아하게 연주되는 가운데 로메오가 어둠을 틈타 줄리에트의 정원 발코니에 숨어들면서 유명한 발코니 신이 시작됩니다.
 
베로나의 ‘줄리엣의 집’ 발코니. [사진 한형철]

베로나의 ‘줄리엣의 집’ 발코니. [사진 한형철]

 
발코니에서 줄리에트는 로메오가 원수집안이라지만 그를 미워할 수 없다며 사랑에 빠진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그녀의 속내를 알아챈 로메오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요. 로메오는 황홀한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그런 그에게 줄리에트는 승부수를 던집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로메오의 마음이 진실된 것이라면, 내일 신 앞에서 부부의 연을 맺자고 제안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자신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로메오만을 위해 살겠다고 합니다. 그녀의 적극적인 리드에, 로메오도 그녀에게 몸과 영혼을 모두 바쳐 사랑할 것을 맹세하지요.
 
우리가 기억하는 줄리에트는 순종적이고 청순한 이미지랍니다. 올리비아 허세가 연기한 영화 속 ‘줄리엣’ 말이에요. 그렇게 포장된 기존 여성상의 대변신을 우리는 이러한 줄리에트의 적극성에서 발견하게 된답니다. 처음 만나 불꽃 튀는 사랑을 느꼈지만 원수가문 남자임을 알고는 사랑에 빠지기를 주저했던 그녀에게, 이제 너무나도 절실한 사랑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져 버렸네요. 모든 것을 던지는 사랑, 이것이 첫사랑의 위력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잖아요!
 
다음 날 새벽에 로메오는 로랑신부에게 사랑에 빠졌음을 고백합니다. 로랑신부는 두 가문의 오랜 증오가 젊은 사랑으로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증인이 되어주지요. 두 사람은 신 앞에서 엄숙하고 행복한 축복 속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허나 호사다마인가요? 본의 아니게 시비에 휘말린 로메오는 줄리에트의 사촌 티발트를 죽이게 되어 성에서 추방되지요.
 
추방령이 내려진 로메오에게 신부와의 첫날밤이자 마지막 밤, 줄리에트 방의 촛불도 흐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은 꿈 같은 신혼의 밤을 아름답고 서정적인 2중창 ‘신혼의 밤이여’에 담아 노래합니다. 이 밤이 지나고 종달새가 울면 그는 떠나야만 하는데….
 
 
텅 빈 줄리에트 방에서 아버지는 파리스 백작과의 결혼을 서두르고, 그녀는 로랑신부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신부는 가사상태에 빠지는 약을 활용하는 묘책을 알려줍니다. 줄리에트는 막상 독약을 먹으려니 겁이 나기도 하지만 오로지 로메오를 위해 약을 삼킵니다.
 
허나 운명의 장난이었던가요? 신부의 작전을 알리는 편지는 로메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그는 다른 경로로 줄리에트의 죽음을 알게 됩니다. 줄리에트가 죽어있는 적막한 무덤에 달려온 그는 그녀의 시신에 마지막 입맞춤을 하고는 거침없이 독약을 마셔버리지요. 그런데, 정신이 몽롱해져 오는 그의 귀에 “여기가 어디지?”라는 줄리에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는 그녀의 손을 붙잡습니다. 


올리비아 허세 주연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사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포스터]

올리비아 허세 주연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사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포스터]

 
세상에! 그녀의 손에 온기가 느껴집니다. 이럴 수가! 신께 감사드리며 행복한 순간도 잠시, 그녀가 점차 의식이 돌아오는 것과 같은 속도로 로메오의 정신은 희미해져 갑니다. 죽어가는 로메오를 따라 가려는 줄리에트. 그녀는 로메오의 칼로 자신의 가슴을 찌릅니다. 그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그에게 기어갑니다. 그녀가 로메오의 몸 위에 쓰러져 숨을 거두면서 결국 두 사람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샤를 구노는 원작과는 다르게 로메오가 죽어갈 때 줄리에트를 살려내어, 죽음과 삶의 정거장에서 잠시나마 해후하여 사랑을 확인하도록 해준 것입니다. 그들의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게 말입니다. 결국 오페라 ‘로메오와 줄리에트’는 우리들의 사랑과 청춘의 추억을 위로하는 오페라인 것이지요.
 
오페라 해설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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