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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의 이코노믹스] 중국이 ‘만리방화벽’ 쌓아올리자 미국도 맞대응 본격화

미·중 기술패권 경쟁, 사이버공간 양분시키나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21세기 스마트폰 시대 중국인 삶의 일부가 된 위챗(WeChat). 그 라이프스타일 혁명의 본산인 텐센트. 중국 선전(深?) 본관 2층 홍보관은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방마다 설치된 초대형 스크린은 지구의 다른 지역을 비추고 있다. 방문객들은 지구 곳곳을 밝히는 초록색 불빛에 신기해한다. 그 불빛은 지금 위챗에 접속해 있는 사용자들이다. 스크린에는 해당 지역의 실시간 접속자 숫자가 표시된다. 위챗 이용자는 11억명이 넘는다. 스마트폰을 가진 모든 중국인이 위챗을 이용한다고 안내 요원은 설명한다. 중국을 뒤덮은 거대한 초록 불빛은 한반도의 남쪽 대한민국에도, 바다 넘어 일본에도 반짝인다. 그 초록 불빛은 미국에도 반짝인다. 중국 유학생, 주재원, 교포 등 세계 곳곳의 중국인을 연결하는 거대 플랫폼 위챗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이버는 경제·안보 새 대결공간
중국이 미국 플랫폼 차단하면서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급성장
미국은 이달 초 위챗 금지령 내려

2018년 3월 초, 미국에서 이 초록색 불빛들이 별안간 대거 사라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해 3월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건의한 헌법 수정건의서를 통과시켰다. 중국 공산혁명을 이끈 마오쩌둥(毛澤東)이 사라진 후, 그간 중국 권력 승계의 불문율로 받들어 오던 ‘국가주석 2연임 금지’ 조항이 삭제되었다.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 뉴스가 전해지자, 미국에 유학 중인 중국 학생들 사이에는 난리가 났다. 그들의 뇌리엔 혁명으로 건국의 아버지가 되었지만, 종신 집권하면서 마지막까지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마오를 떠올렸다. 중국이 다시 암울했던 1인 통치시대로 회귀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들이 사이버 공간에 불만을 쏟아 내기 전,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직감적으로 행동에 돌입한 것은 위챗 탈퇴. 대신 다른 SNS로의 이동. 중국 정부의 검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챗에 남겨진 디지털 지문이 언젠가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음을 그들은 본능적으로 직감한 것이다.
  
안보 리스크 커지자 미국도 통제
 
만리방화벽 그래픽이미지

만리방화벽 그래픽이미지

그로부터 2년여 세월이 흐른 지금, 위챗은 미국에서 퇴출될 운명에 처했다. 이달 초, 미국은 위챗 금지령을 내렸다. 위챗이 중국 대표플랫폼으로 부상한 이면에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of China)으로 불리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 정부의 외국 플랫폼 차단은 반사적으로 중국산 플랫폼의 등장을 촉진했다. 중국판 구글, 중국판 아마존, 중국판 페이스북이 속속 등장했다. 폐쇄된 시장, 중국인의 창업정신, 인구 14억의 삼중주가 엮어낸 결과다.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는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중국의 만리방화벽에도 불구하고, 맞대응하는 차단벽을 설치하지 않았던 미국이다. 이제 그런 미국은 사라지고 있다.
 
패권경쟁을 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사이버 공간은 경제와 안보가 맞물린 새로운 대결공간이다. 미국이 중국플랫폼을 차단하지 않았던 것은 소비자 편리성의 경제적 효용이 안보 리스크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 효용은 경제성과 안보리스트의 덧셈 아닌 곱셈에 더 가깝다. 결국 아무리 경제성이 뛰어나도 안보리스크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면, 그 사회 전체가 누리는 효용은 0으로 떨어진다. 사이버 경제의 신데렐라인 플랫폼의 가치를 소비자 측면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미·중 주요 테크기업 시가총액

미·중 주요 테크기업 시가총액

중국은 사이버 플랫폼 통제의 범위를 중국 바깥에서 사용되는 중국산 플랫폼에 외국인이 접속하는 곳으로까지 확장하려고 한다. 통제의 대상이 된 외국인, 그 국가는 강력히 반발한다. 이는 실제 상황이다. 지난 6월 4일 천안문 민주화 시위 31주년을 맞이해 기념행사를 하려던 시도를 줌(ZOOM)은 막아 버렸다. 중국 정부의 요청에 의해, 중국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줌의 설명은 의혹을 더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뉴노멀 시대에 화상회의 플랫폼의 보통명사가 된 줌. 줌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인데, 중국법을 따라야 한다니, 왜 그럴까? 줌의 창업자 에릭 위안(Eric Yuan)은 중국 산둥성 출신이다. 줌의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핵심 기술진과 서버는 중국에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공개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자회사가 3개, 중국 내 개발자가 700여 명인 것으로 줌은 밝히고 있다. 중국 내 개발자에 의존한다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고임금을 회피할 수 있는 경영전략이지만, 동시에 줌이 중국법의 적용을 회피할 수 없는 결정적인 연결고리가 된 이유다. 그 중국법의 요체는 ‘중국에서 운영되는 모든 기업은 데이터를 중국 내에 보관하고, 중국 정부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정보공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린 사회 대(對) 통제사회’ 사이버 경쟁
 
사이버공간에서의 중국발 안보리스크를 부각하고 있는 미국의 공세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개성 발산 대표 플랫폼이 된 틱톡까지 겨냥하고 있다. 15초 짧은 동영상과 손쉬운 필터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틱톡의 주인이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중국명·字節跳動)라는 사실을 미국 소비자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국가는 그럴 수 없다. 사이버 안보가 패권경쟁의 향방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국가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이용자 신상정보가 중국 베이징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 틱톡의 서버가 중국 아닌 싱가포르에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는 천안문에서의 ‘줌 사건’이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사이버 공간을 양분화할 태세다. 열린 사회 대 통제사회의 사이버 공간에서의 패권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시합을 하는 것과 같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기회론을 중국 리스크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유럽 주요국들은 최근 들어 입장을 바꾸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중국 리스크를 방치하면 자유민주체제의 가치가 훼손되고 제도가 위협에 처한다는 인식이 점점 더 확고해 지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나라를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중국은 여전히 기회의 공간으로만 보이는 것일까.
 
보안 우려 증폭시키는 ‘줌 폭탄’ 한국도 안심 못 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지 이제 10년에 가까운 줌. 이용자가 2019년 12월 하루 1000만명 수준에서 2020년 3월 2억명, 4월 3억명으로 폭증했다. 주가는 하늘을 찔렀고, 코로나 팬데믹의 초기 대유행이던 지난 4월에는 줌의 시장가치가 세계 유수의 7대 항공사의 시장가치를 합한 것보다 더 많았다.
 
줌 천안문 사건 이전에도 줌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논란의 전선은 두 곳이다. 첫째는 해킹 우려, 둘째는 데이터가 중국 정부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다. 줌 화상회의에 초대받지 않은 사람이 들어와서 정치적, 반사회적 문건, 동영상을 살포하고, 참석자들의 사생활 관련 동영상·사진을 뿌리는 행위는 ‘줌 폭탄(Zoom bombing)’으로 명명될 만큼 빈번해졌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으로 정보가 유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캐나다 보안업체 시티즌 랩(Citizen Lab)이 폭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티즌 랩은 북미에서 진행된 화상회의 데이터의 전송경로를 실험해 보았다. 그 결과, 회의에 참석한 사람 중에서 중국에 있는 사람이 없는데도 데이터가 중국에 있는 서버로 전송됐다는 것을 그들은 발견했다. 데이터와 함께 이를 해독하는 암호키까지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 서버로 전송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최병일, 『미중 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 미국편』, 개정증보판, 2020).
 
중국당국이 외국에서 벌어지는 화상회의의 자료를 자기 집 안방 들여다보듯이 한다는 것은 보안이 뻥 뚫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택근무 중인 공공기관 직원이 회의에 사용한 자료가 ‘줌’을 타고 중국당국의 책상 위에 실시간으로 올려지는 상황은 악몽이다.
 
독일 외교부, 영국 국방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이 공식회의에서 줌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미국의 뉴욕시·네바다주·로스앤젤레스 등 학교에서도 줌은 금지됐다. 스탠다드차타드는 글로벌은행 중 최초로 ‘줌 금지령’을 내렸다. 한국은 어떤가?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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