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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 “조선 펑크 25년 대견…앞으로 25년도 재밌길 기대”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크라잉넛.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그대로다. 장진영 기자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크라잉넛.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그대로다. 장진영 기자

“20주년 때는 밴드로 20년을 버텼다는 게 그렇게 놀라운 일인지 잘 몰랐어요. 그냥 우리는 계속 활동하고 있었고 밥 잘 먹고 잠 잘 자다 보면 20년 후딱 지나가는 거 아닌가 했거든요. 물론 이벤트 생겨서 술 먹을 일 더 생긴 건 좋았죠.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한 해 한 해 가는 게 너무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몸도 나날이 안 좋아지고. 그렇게 25주년이 되니까 우리 좀 위대한, 아니 훌륭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초중고 동창서 홍대 터줏대감 된 록밴드
25주년 맞아 베스트앨범·공연·전시 준비
“코로나19로 힘들지만 관객 중요성 느껴
추억 기대지 않는 현재진행형 밴드 될 것”

최근 서울 홍대 드럭레코드에서 만난 록밴드 크라잉넛에게 데뷔 25주년 소감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맏형 김인수가 입을 떼자 멤버들은 일제히 “공감”을 외쳤다. “몸도 소모품이니 언제 고장 나도 이상하지 않다”라거나 “머리숱이 되게 빨리 없어진다. 자꾸 SNS에 탈모 약 광고가 뜬다” 등 하소연도 이어졌다. 서울 동부이촌동 한동네에서 자라며 초·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동네 친구이기에 가능한 푸념이다. 
 

“예전 앨범 가끔 창피…노래보다 짖는 수준”

서울 홍대 드럭레코드 작업실에서 크라잉넛 멤버들이 악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장진영 기자

서울 홍대 드럭레코드 작업실에서 크라잉넛 멤버들이 악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장진영 기자

이들이 25주년을 맞아 베스트앨범을 만들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95년 홍대 클럽 드럭에서 박윤식(보컬ㆍ기타), 한경록(베이스), 쌍둥이 이상면(기타)과 이상혁(드럼) 등 4인조로 데뷔해 99년 김인수(아코디언ㆍ키보드) 합류 이후 멤버 교체 없이 달려온 1세대 밴드로서 그동안 쌓아온 음악 세계를 집대성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동안 발표한 곡 중 16곡을 선별해 눌러 담은 베스트앨범 CD를 24일 공개한 데 이어 LP도 11월 중 발매 예정이다.  
 
6집 ‘불편한 파티’(2009)부터는 작업실에서 녹음해온 이들은 이번엔 보다 좋은 사운드를 만들고자 CJ아지트 튠업 스튜디오에서 전곡을 새로 녹음했다. 박윤식은 “옛날에 녹음한 걸 듣다 보면 일기장 들춰보는 것처럼 창피하다”며 “특히 1집은 기타 튠도 제대로 안 되어있고 노래를 불렀다기보다는 거의 짖어댄 수준”이라며 웃었다. 하여 선공개한 ‘밤이 깊었네’(2001), ‘좋지 아니한가’(2007)처럼 히트곡도 있지만 “다시 녹음하고 싶은 곡들도 넣었다”고. 이상혁은 “옛날엔 진짜 악에 받쳐서 ‘말 달리자’(1998), ‘다죽자’(1999)고 외쳤다면 요새는 우리도 많이 유해졌다”고 덧붙였다.  
 

“앨범재킷도 직접 그려…또 다른 재미 발견”

24일 발매된 크라잉넛 25주년 기념 베스트앨범 재킷. 1~8집 앨범 재킷을 이상면이 유화로 다시 그렸다. 멤버들 얼굴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사진 드럭레코드]

24일 발매된 크라잉넛 25주년 기념 베스트앨범 재킷. 1~8집 앨범 재킷을 이상면이 유화로 다시 그렸다. 멤버들 얼굴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사진 드럭레코드]

지난해 왼팔 골절로 활동하지 못했던 이상면은 쉬면서 갈고 닦은 그림 솜씨를 발휘하기도 했다. 1~8집 앨범 재킷을 패러디해서 유화로 그린 작품이 모여 베스트앨범 재킷이 됐다. 이상면은 “악기 연주를 못 하니 할 일이 없어서 그림을 배웠는데 그동안 열심히 만든 걸 재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음악은 순간적인 표현이 중요한데 미술은 좀 더 진득하니 앉아서 하다 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앨범마다 멤버들 얼굴이 표현돼 있어 원작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0월 17일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25주년 기념 콘서트와 함께 전시회도 준비 중이다. 당초 9월 19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로 격상되면서 한 차례 연기됐다. 한경록은 “첫 전시이고 오랜만에 하는 대면 공연이라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했는데 안전이 우선이니 동참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온라인으로라도 관객들과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여러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무관중 공연 마치 벽 보고 노래하는 느낌”

군 제대 후 5집 ‘OK 목장의 젓소’(2006) 발표 당시 모습. [중앙포토]

군 제대 후 5집 ‘OK 목장의 젓소’(2006) 발표 당시 모습. [중앙포토]

7집 ‘플레이밍 너츠’(2013) 발표 당시 모습. [중앙포토]

7집 ‘플레이밍 너츠’(2013) 발표 당시 모습. [중앙포토]

지난 3월 일본 공연이 취소되면서 ‘로큰롤 한일 교류전 무관객 라이브’를 유튜브로 진행하고, 6월 ‘신한카드 디지털스테이지 크라잉넛 25주년 기념 콘서트’ 등 언택트 공연을 몇 차례 진행했던 이들은 “관객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아무래도 같이 놀아주셔야 분위기가 확 뜨는데 벽 보고 노래하는 느낌도 들고, 사람들의 끈끈한 정이 더 고파지더라고요.”(박윤식) “노래가 끝날 때마다 터져 나오던 함성이 없으니 재미가 없어요. 관중 환호성을 녹음해서 사이사이 틀면 좀 나으려나.”(이상혁)
 
코로나19로 각종 공연이 멈춘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면, 가장 융성했던 시기로는 군대 시절을 꼽았다. 2002년 말 동반 입대한 이들은 “정식으로 음악을 배운 적이 없어 악보 볼 줄도 몰랐는데 군악대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국내에서 펑크를 처음 시도하다 보니 비판도 많았어요. 니네가 무슨 펑크냐, 노동자 계급도 아니고, 지금이 공황시대도 아닌데. 그래서 그런 것에 구애받지 말고 우리만의 시대에, 우리만의 음악을 하자는 뜻에서 ‘조선 펑크’라 이름 붙였는데 그때 시야가 많이 넓어졌어요. 관악기에선 저런 소리가 나는구나, 클래식은 이렇게 구성되는구나 하고.”(한경록)  
 

“30주년엔 온가족 손잡고 공연 보러 오길”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멤버들은 ’우리보다 잘하는 팀은 있어도 이렇게 오랫동안 쌓아온 그루브를 낼 수 있는 팀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앞으로 25년의 재미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멤버들은 ’우리보다 잘하는 팀은 있어도 이렇게 오랫동안 쌓아온 그루브를 낼 수 있는 팀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앞으로 25년의 재미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팀 합류 전 군 복무를 마친 김인수 역시 네 사람이 제대 후 발표한 5집 ‘OK목장의 젖소’(2006)를 가장 큰 전환점으로 꼽았다. “그동안 응축된 에너지가 한방에 표출되는 느낌”이라고 평하자 맏형을 향한 동생들의 애정 공세도 쏟아졌다. “형이 음악을 진짜 많이 알아요. 저희는 스트레이트한 펑크에 국한돼 있었는데 형 덕분에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졌죠.”(이상혁) “물ㆍ불ㆍ공기ㆍ흙이 있었다면 제5원소인 사랑이 포함됐죠. 흐흐.”(이상면)  
 
마음에 품고 있는 30주년 목표도 있을까. 한경록은 “추억에 기대지 않는 현재진행형 밴드로 계속 가고 싶다”고 말했다.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땐 클럽 공연도 불법이었어요. 99년에 합법화가 됐죠. 그렇게 오래된 밴드인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19년 전 발표한 ‘밤이 깊었네’가 나오면서 새로운 팬들도 생기고, 올해 신곡 발표도 준비 중이니 감사하죠. 지난 25년이 재밌었으니 앞으로 25년도 재밌었으면 좋겠어요.”(한경록) “보통 30년을 한 세대라고 하잖아요. 엄마 아빠랑 아이들이랑 같이 손잡고 공연 보러 올 수 있는 세대를 뛰어넘는 밴드가 되고 싶습니다.”(박윤식)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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