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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내가 포퓰리스트? 내 정책이 국민 피해준 게 뭐 있나" [인터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수도권 공급정책을 담은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에 대해 “지금은 부동산 투기 압력이 너무 높기 때문에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이) 자칫 분양 광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지사는 “분양용으로는 몇십만 세대를 공급해도 활활 타고 있는 불구덩이에 장작을 던지는 것과 똑같다”면서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통한 ‘수요 통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높아진 부동산 세금에 대해선 “실거주 1주택에 대해서는 비싸도 용인해주자”고 했다.
 

8·4 부동산 대책 뭐가 부족한가
“지금은 투기 압력이 너무 높아
장기 공공임대 통해 수요 통제해야 ”

민감한 이슈 끊임없이 반응하는데
“조직·후광·학연·지연 나는 제로다
국민이 인정 안 해주면 사라진다”

최근 통합당을 어떻게 보나
“김종인 위원장 잘하고 있다고 본다
극보수와 관계 끊으니 지지율 올라”

지난 21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이 지사는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의원을 누르고 1위에 오른 것과 관련 “지지율이라는 것은 정말로 바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잠깐 봄바람 분다고 거기에 맞춰 노래하다가 갑자기 한겨울이 올 수 있다”고 했다. “모의고사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실력이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이 지사는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김 위원장이 극보수와 관계를 끊으면서 잘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속한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하는 게 제1의 바람이지만, 1당 독재화가 되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고 본다”며 “합리적 견제와 균형 상태를 이뤄야 국가 자원이 최대 효율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4 부동산 대책에 ‘1%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지금은 부동산 투기 압력이 너무 높기 때문에, 1% 내지 0.1%의 빈틈만 있어도 부동산 투기가 이뤄진다. 미세한 투기 가능성도 봉쇄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 부족했다. 자칫 모든 부동산 정책을 망가뜨릴 수 있다.”
 
정부가 국유지는 청년·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고 했다.
“어쨌든 팔겠다는 것 아닌가. 서울 양재역 외교안보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분양하면, 청년·신혼부부도 대출규제 때문에 다 자기 돈으로 사야 한다. 결국 자금 조달할 수 있는 사람이 구매할 거다. 게다가 분양가 상한제를 하니 실제 시세와 차이가 얼마나 많이 나겠나. 무조건 몇억원이 남는 ‘로또’다. 땔감 하나 던져줘서 분양 광풍을 불러올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수요를 통제해야 한다. 집을 안 사고도 살 수 있게 해주면 된다. 아주 좋은 교통 요지에, 충분한 규모의 영세서민용이 아닌 중산층용으로, 평생 살 수 있는 임대아파트를 공급해주자. 기본 30년에 원하면 30년을 추가해서. 그게 제가 주장하는 기본주택(장기공공임대주택)이다.
 
불로소득 환수도 주장했는데, 이미 부동산세 반발이 심하다.
“제 생각은 실거주자와 투자용 소유자를 철저히 구분하자는 거다. 1주택이나 다주택이냐, 비싸냐 싸냐가 아니고. 이게 핵심이다. 지금은 고가주택을 자꾸 누르지 않나. 집값이 오르는데 자꾸 누르면 반발이 얼마나 심하겠냐. 실거주용 여부를 먼저 따지고, 그다음에 다주택 여부와 가격순으로 순서를 바꾸자는 얘기다. 실거주 1주택에 대해서는 비싸도 용인해주자는 거다. 주사를 놓을 때도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
 
이재명 지사는 “부동산 정책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어릴 적 함석공장 소년공으로 일하던 시절의 일화를 꺼냈다. 그는 “함석이 휘었을 때 망치로 때려서 펴면 결국 울퉁불퉁해진다”면서 “정책도 마찬가지로 땜질하면 안 된다. 투기 압력이 분출한다고 그 구멍만 때우면 또 다른 곳을 뚫고 나온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왼팔이 오른팔에 비해 굽어 있다. 초등학교 졸업 후 경기도 성남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 기계에 눌리는 산업재해를 당하면서부터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왼팔이 오른팔에 비해 굽어 있다. 초등학교 졸업 후 경기도 성남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 기계에 눌리는 산업재해를 당하면서부터다. 임현동 기자

 
이 지사에겐 강압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계곡 정비 사업이 대표적이었다. 
“사람들은 무력을 동원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부순 건 전체 물량의 1%도 안 된다. 어떤 경우엔 이런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그냥 보여준 거다. 대신 대부분 퇴로를 마련해주고 설득했다. 결국 다 스스로 자진 철거했다.”
 
유예해달라는 요청까지 매몰차게 거절했다.
“우아하게 ‘노력해봅시다’, ‘길이 있을 겁니다’라고 말하면 나는 상처 안 받았겠지. 하지만 희망 고문을 통해 결국 그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저항이 세지고 나중엔 휘발유 들고 라이터 들고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전 그런 것 안 한다. 당장 욕을 먹더라도 성과를 보여주면 다 해결이 된다.
 
위악(僞惡)의 정치인가.
“위악적일 수 있다. 전 위선(僞善)은 낯간지러워서 못한다. 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는 고용된 사람이니 월급 주는 주권자를 위해 일해야 한다. 그런데 자기 이익을 위해서 행사하는 것은 배임 범죄다. 그렇게 추접스럽게 살고 싶지 않다.”
 
포퓰리스트라는 지적도 있다.
“일면은 맞다. 엘리트주의에 반하는, 대중의 의사에 부합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전통적 의미의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맞다. 그러나 인기를 얻기 위해, 하면 안 되는 행위를 했다는 의미라면 난 아니다. 내가 펼친 정책 중에 국민에게 피해가 된 게 뭐가 있나.”
 
대중이 민감한 이슈에 끊임없이 반응한다.
“저는 대중을 매우 믿는다. 그냥 표 대상이 아니다. 제 정치적 근거가 무엇인가? 당내 조직, 후광, 학연, 지연 이런 거 나는 제로(zero)다. 국민이 저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지금 이 순간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절실한가. 
“죽을 힘을 다해서 하고 있다. 공직자로서 대의 때문에 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거다. 온 세상 기득권이 똘똘 뭉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제가 힘이 없었으면 이미 죽었을 거다. 그 힘은 국민의 성원이다. 그런데 국민 성원은 그냥 생기나? 결국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지난 2년 재판받으면서 정말 한순간도 안 쉬고 열심히 했고, 아무튼 성과가 의외로 좋았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11~13일)에서 19%로, 비록 오차범위 내지만 이낙연 의원(17%)에 앞선 1위를 기록했다. 올해 초(1월 7~9일) 조사와 비교했을 때 이 지사는 4%→19%로 15%P 올랐다. 
 
23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업체 4개사의 차기 대권 주자 지지도·적합도 조사(20∼22일)에서도 이 지사는 24%로 이 의원(22%)보다 앞선 오차범위 내 1위를 차지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지지율 1위 여론조사에 대해 "정말로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지지율 1위 여론조사에 대해 "정말로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임현동 기자

지지율 1위 여론조사에 대해 ‘입장을 안 밝힌다’고 했다. 
“지지율이라는 것은 정말로 바람이다. 3~4개월 만에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냐. 우리도 전혀 예상 못 했는데 이렇게 된 것처럼, 반대로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잠깐 봄바람 분다고 거기에 맞춰 노래하면 갑자기 한겨울이 올 수도 있다. 정말로 무의미하다.”
 
그렇다고 침묵까지 할 필요가 있나.
“지지율을 입에 올리기 시작하면 불필요한 데 에너지를 낭비해야 한다. 현재 모의고사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실력이 중요한 거다. 최종 진짜 시험이 중요하지 않나. 대선 출마 여부도 마찬가지다. 지금 얘기해서 뭐하겠냐. 지지율 1위 하다가 몇 달 만에 없어진 사람 많다. 국민이 일꾼 쓰는 주인 입장이라면, 맡겨진 일 잘하고 거기서 성과 내는 사람에게 더 큰 일을 시키겠지. 일꾼끼리 편 짜서 우리 숫자 제일 많다고 하면 예쁘겠나.”
 
지지율도 높지만, 반대층도 적지 않다.
“혐오감이 있을 수 있다. 어떤 것이냐면, ‘품격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측면이 있다. 뻔히 다니는 좋은 길로 사뿐사뿐 다니면 옷에 흙이 묻지도 않고 상처를 입지도 않는다. 반면 꼭 가야 하는데 남들이 안가는 길을 만들어서 갔다 오면 긁히고 흙 묻고 옷 더러워져서 보기에 안 좋다. 이쁜 손 가진 일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열심히 일해서 흉한 몰골 된 성실한 일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초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1시간 동안 예정된 인터뷰는 정치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이어지며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임현동 기자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초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1시간 동안 예정된 인터뷰는 정치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이어지며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임현동 기자

 
도지사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이 지사는 후반기 중점 과제로 ‘기본소득의 전국화’를 꼽았다. 경기도 내 농촌 면 단위를 한 곳 정해서 ‘농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지사는 “1인당 10만원씩 3인 가구에 월 30만원을 줘서, 기초연금을 합치면 가구 월수입이 70~80만원 되게 할 것”이라며“그러면 도시에서 일자리 구하느라 고생하지 않고 농촌 가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나 정부에선 기본소득 이전에 ‘전국민 고용보험’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세상이 변했다. 옛날에는 완전고용이 가능한 시대였지만, 지금은 생산물을 인공지능 장착한 로봇이 만들어낸다. 진짜 심각하게 고용절벽 시대가 올 텐데 그걸 전국민 완전 고용보험으로 막을 수 있나. 불가능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노동 종말의 시대에 왜 노동에 초점을 맞춰야 하나?”
 
그래도 일자리 창출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고용을 아무리 밀어 넣는다고 그게 가능한가. 4차 산업혁명으로 이젠 노동력이 필요 없다는데. 미안하지만 단기 일자리는 일자리가 아니다. 그냥 돈을 못 주니까 일한다는 명분으로 주는 것이다. 일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할 게 아니라, 일자리를 얻어야 할 사람이 줄어야 한다. 노동력 공급을 줄여야 한다. 그 방법이 기본소득이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 30만원 지급도 공식 제안했다.
“상반기보다 상황이 심각해졌다. 고용 유지를 위해 돈을 쏟아부어도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가처분 소득을 늘려야 한다. 이것을 안 하면 자영업자 다 망할 것이고, 골목 상권 다 죽는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주장은 이념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라며 “저는 전혀 이념적이지 않고 실용주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진영 논리에 대해서도 “내 편이면 다 옳고, 저쪽 편이면 다 틀렸다는 식의 진영 논리가 나라를 망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급적이면 정치권이 ‘잘하기 경쟁’을 하는 단계로 가면 좋겠다”면서 “야당도 건전한 야당으로 상당한 세력을 확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미래통합당 모습을 어떻게 보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잘하고 있다고 본다. 극보수와 관계도 좀 끊고 하니깐, 지지율 오르지 않냐. 뭘 잘한 건 아니지만. 더러운 걸 털어내고 좀 사람 모양도 되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민주당) 일방 독주라는 이미지를 주니까 ‘견제 세력이 필요하다’고 국민이 생각한 것 아니겠냐. 합리적 견제 세력으로 자리 잡고 성장하면 좋겠다.”
 
야당에 적대적일 거란 예상이 많았는데.
“물론 내가 속한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하고 집권하는 게 제1의 바람이다. 하지만 1당 독재화가 되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고 본다. 자칫 국가 자원들이 잘못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 견제와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 그래야 조심하고, 최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오현석·하준호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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