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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

소설가 박경리(1926~2008) 선생을 기리는 한국과 러시아의 애틋한 마음은 중국발 역병도 건드리지 못했다. 서울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온라인으로 연결한 수많은 모니터 화면의 열기는 코로나 19의 그것을 능가했다. 21일 오후 3시(러시아 시간 오전 9시)부터 4시간 가까이 고려대 러시아센터에서 열린 제2회 박경리문학제 얘기다. 

한러대화 주최로 21일 열린 제2회 박경리문학제
양국 수교 30주념 기념하며 온라인 개최

21일 고려대에서 온라인 행사로 열린 제2회 박경리문학제. [사진 한러대화]

21일 고려대에서 온라인 행사로 열린 제2회 박경리문학제. [사진 한러대화]

 
양국의 우호선린을 도모하기 위해 민·관·학·산 협의체로 2008년 활동을 시작한 한러대화(Korea-Russia Dialogue·한국측 조정위원장 이규형 전 주러대사, 러시아측 조정위원장 N.M. 크로파체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총장)는 2018년 6월 모스크바 한러 정상회담에 앞서 현지에서 제4차 KRD 포럼을 개최하면서 사전행사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 박경리 선생의 동상을 건립했다. 지난해 6월 동상 앞에서 제1회 박경리문학제가 열렸고,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 30주년을 맞은 뜻깊은 올해 두 번째 행사가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화상 형식으로 변경됐다. 
21일 고려대에서 온라인 행사로 열린 제2회 박경리문학제. [사진 한러대화]

21일 고려대에서 온라인 행사로 열린 제2회 박경리문학제. [사진 한러대화]

 
이날 이규형 KRD 한국측 조정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문학의 역할은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환경 아래 사는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보편적 가치에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박경리 선생님의 필생의 역작 『토지』를 관통하는 ‘생명사상’은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공유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크로파체프 KRD 러시아측 조정위원장은 우선 지난해 말 타계한 박경리 선생의 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을 추모했다. 이어 “박경리 동상은 위대한 작가가 남긴 경이로운 문학유산과 그가 만물을 향해 품었던 무한한 사랑에 대해 러시아인들이 헌정하는 존경과 찬사”라며 “동상 앞을 지날 때마다 ‘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라고 적힌 작가의 글귀를 읽으며 겉으로 보기에 왜소한 이 여인이 얼마나 대담하고 강한 정신의 소유자였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고 온라인을 통해 전했다. 
21일 고려대에서 온라인 행사로 열린 제2회 박경리문학제에서 한러대화 이규형 한국측 조정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한러대화]

21일 고려대에서 온라인 행사로 열린 제2회 박경리문학제에서 한러대화 이규형 한국측 조정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한러대화]

 
21일 고려대에서 온라인 행사로 열린 제2회 박경리문학제에서 크로파체프 한러대화 러시아측 조정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한러대화]

21일 고려대에서 온라인 행사로 열린 제2회 박경리문학제에서 크로파체프 한러대화 러시아측 조정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한러대화]

녹화영상으로 축사를 전한 이석배 주러시아 대한민국대사와 줌에 직접 접속해 축사를 한 A.B.쿨릭 주한 러시아대사,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의 환영사에 이어 박경리의 창작세계를 조명하는 양국 전문가들의 강연과 발표가 진행됐다. 
이승윤 인천대 교수는 26년간 집필된 『토지』의 여러 판본과 출판 이력 분석을 통해 원문의 왜곡 및 훼손 논란을 소개했고, A.A 구리예바 교수(상트페테르부르크대 한국학과)는 ‘박경리 시 창작을 통해 본 일반인들의 형상’을 주제로 강연했다. 
 
21일 고려대에서 온라인 행사로 열린 제2회 박경리문학제. [사진 한러대화]

21일 고려대에서 온라인 행사로 열린 제2회 박경리문학제. [사진 한러대화]

또 SBS 드라마 ‘토지’ 제작 당시 조연출이었던 신경수 샤이닝파크 대표, 박경리 전기를 집필한 고진하 시인, 많은 한국 소설을 번역한 이상윤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동양학/아프리카학과 부교수, 『토지』 2권을 감수한 M.E. 오세트로바 모스크바 국립외국어대 동양언어학과 부교수, 한국현대소설사를 전공한 K.A. 박 극동연방대 한국학과 조교수가 각각 박경리 작품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1일 고려대에서 온라인 행사로 진행된 제2회 박경리문학제에서 축사하고 있는 이석배 주러시아 대한민국대사. [사진 한러대화]

21일 고려대에서 온라인 행사로 진행된 제2회 박경리문학제에서 축사하고 있는 이석배 주러시아 대한민국대사. [사진 한러대화]

21일 고려대에서 온라인 행사로 진행된 제2회 박경리문학제에서 축사하고 있는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 [사진 한러대화]

21일 고려대에서 온라인 행사로 진행된 제2회 박경리문학제에서 축사하고 있는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 [사진 한러대화]

마지막 세션에서는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러시아 대학의 한국학과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박경리를 비롯해 김수영, 김남조, 오세영 시인의 시를 먼저 한국어로 낭송하고, 그들의 지도교수들이 직접 번역한 러시아어로 읽어내렸다. 행사를 진행한 석영중 KRD 문화예술분과 위원장(고려대 교수)은 “러시아 학생들의 한국 문학에 대한 열정을 실감할 수 있는 감동적인 자리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허승철 KRD 사무국장(고려대 교수)을 비롯해 배우 장우현 러시아연기예술연구소 대표(한신대 교수), 이지연 KRD 문화예술분과위 간사(한국외대 교수), I.V. 최 KRD 러측 사무국장(상트페테르부르크대 교수), E.A. 포홀코바 모스크바 국립언어대 한국어문화연구소장, M.V. 솔다토바 국방부 군사대학 극동언어학과 부교수, 번역가인 A.V. 포가다예바 ‘러시아 한국학 통보’ 편집장, 정인순 모스크바국립대 아시아아프리카학부 부교수, 이형숙 한러대화 사무국 팀장 등 양국에서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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