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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용노동전문기자

상사 괴롭혀야 내가 안괴롭다···또 필요해진 ‘재택근무 노하우’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근로자 [중앙포토]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근로자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이 재택근무를 다시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재택근무의 경험을 살려 인사관리 지침을 재정비해서 적용하는 등 분주하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은 올 상반기 경험을 하고도 여전히 인사·근무·평가 방침조차 정비하지 못했다. 이런 기업엔 재택근무 체계가 달가울 리 없다. 방심하다 허를 찔린 셈이다.
 
근로자도 우왕좌왕하긴 마찬가지다. 요령은 늘었지만 여전히 효율적인 재택근무 방법이나 회사·동료와의 관계 유지 방안을 놓고 혼란스러워한다.
 
근로자로선 사무실 근무 때보다 자율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염려할 수밖에 없다. 무엇으로 평가하고, 근태 관리를 하는지, 그 기준이나 원칙은 무엇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회사에 명확한 규칙이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법이나 취업규칙을 준용하는 정도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의 가이드라인과 사례를 중심으로 재택근무 대처법을 소개한다.
 

통신망 접속 유지 중요…업무 시작·종료 등 근태 관리 도움

메디블록은 "재택근무를 할 땐 업무 시작과 종료, 휴식과 점심시간 등 동선을 상사와 동료에게 알리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이런 경우 초과근무 여부를 판단하고, 수당을 청구하기도 쉽다. 대체로 초과근무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무실 업무와 재택근무의 업무가 같은지 여부다. 같다면 통상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한다.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에 따른 해석이다. 사용자 지시로 야간근무를 했다면 야간 근로수당은 당연히 받게 된다.
 
롯데쇼핑은 7월부터 거점 오피스인 '스마트 오피스'를 롯데백화점 노원점과 일산점, 인천터미널점, 평촌점, 빅마켓 영등포점 등 수도권 일대 5곳에서 운영한다.   롯데쇼핑의 HQ(헤드쿼터)와 백화점, 마트, 슈퍼 등 본사 직원 3천여명은 본사 사무실 대신 가까운 스마트 오피스를 선택해 근무할 수 있다.   사진은 롯데쇼핑 스마트오피스 내부. 연합뉴스

롯데쇼핑은 7월부터 거점 오피스인 '스마트 오피스'를 롯데백화점 노원점과 일산점, 인천터미널점, 평촌점, 빅마켓 영등포점 등 수도권 일대 5곳에서 운영한다. 롯데쇼핑의 HQ(헤드쿼터)와 백화점, 마트, 슈퍼 등 본사 직원 3천여명은 본사 사무실 대신 가까운 스마트 오피스를 선택해 근무할 수 있다. 사진은 롯데쇼핑 스마트오피스 내부. 연합뉴스

회사의 연락망이나 통신망의 접속 상태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면 업무 시간의 근태 관리를 할 수 있다. 재택근무는 근무 장소가 회사와 분리돼 있어서 직원 간의 온라인 연결이 업무의 시작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 업무 시간이 끝난 뒤에도 접속이 유지된 채 방치되면 오히려 근무 태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 필요하면 각 팀, 부문별로 별도의 채널을 만들어 업무를 공유하고, 종료하는 게 좋다. 업무 시간이나 내용에 대한 집단적 동의를 얻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집 이외의 장소에서 근무하면 복무위반으로 걸릴 수도

집에서 근무하다 보면 유아를 돌보다 상사에 딱 걸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복무위반으로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하기에 십상이다. 그러나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최소한의 활동으로 간주해 양해된다.
 
의외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복무위반으로 분류되는 일도 있다. 자택이 아닌 카페와 같은 곳에서 근무할 때다. 자택 이외의 장소에서 근무할 경우에는 사전에 회사나 팀이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관리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태 불량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월 재택근무에 돌입한 SK텔레콤의 콜센터. 서울 고척 고객센터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월 재택근무에 돌입한 SK텔레콤의 콜센터. 서울 고척 고객센터 모습. 연합뉴스

 
재택근무를 하다 갑자기 설사가 났다. 또는 샤워를 하다 다쳤다. 이런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을까. 산재로 보지 않는다.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만 산재로 인정된다. 업무 수행 중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근로자에 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재택근무 중 다친 경우 심사를 해서 산재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업무 수행 중 다쳤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태 상황 수시로 보고하고, 상사의 주문엔 즉각 응답…자가 근태 관리 중요

재택근무를 하면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 음이나 상사의 닦달이 귀찮다는 반응도 많다. 한데 불이익을 예방하려면 역으로 상사를 괴롭힐 필요가 있다. "식사하고 오겠습니다"처럼 자신의 상태를 수시로 알리는 식이다. 상사로선 매번 울리는 통신음 소리에 짜증이 날 수도 있지만 근로자로선 불이익을 예방하는 길이다.
 
상사의 주문이나 조치,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불응은 재택근무의 특성상 중대한 일탈 행위로 간주되기에 십상이다. 온라인상의 불응이라면 그 과정이 고스란히 저장되기 때문에 변명하기도 쉽지 않다. 스마트 워치를 통신망과 연결해 사용하는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재택근무 규정 안 지키면 징계 가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재택근무 규정 안 지키면 징계 가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고용부 관계자는 "갈수록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한 근무체계가 확산할 것"이라며 "재택근무에 필요한 세부 규정과 규칙을 만들어 전 직원이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대면 업무체계에 맞게 성과평가 방법 등 전통적 방식 확 뜯어고쳐야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한 근무형태는 갈수록 확산할 수밖에 없다. 상품시장에서만 비대면 시장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도 비대면이 확산한다. 심지어 인력 채용을 할 때도 비대면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추세다.
 
기업으로선 이런 추세에 맞춘 인사·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당장 성과평가 방법부터 개선해야 한다. 전통적인 평가방식에서 탈피해 산출물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분쟁이 안 생긴다. 소통과정, 이슈, 과제 등에 대해선 철저히 문서로 남길 필요도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재택근무를 기회로 직무분석 등을 정밀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업무 분류 등을 하는 게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조직 내외의 인간·사회관계 구축을 위한 기업 내 문화 점검과 개선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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