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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휴거'의 종말 ?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휴거’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천상에서 신을 만나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고 ‘휴먼시아 거지’라는 뜻입니다. 휴먼시아는 과거 주택공사가 공급한 임대주택의 브랜드입니다. 여기에 거지라는 단어가 붙어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사람을 낮춰 부르는 말이 휴거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지금까지 저소득층용으로 보급했습니다. 지을 때마다 적자가 쌓이니 주택공사는 임대주택의 품질을 높일 수 없었죠. 관리도 부실했습니다. 임대주택 때문에 주변의 부동산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한다는 인식도 강합니다.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이 섞여 공생하는 ‘소셜 믹스’가 잘 안 되는 이유입니다.  
 
국민주권행동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매국적 외국인 우대 자국민 역차별 부동산정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주권행동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매국적 외국인 우대 자국민 역차별 부동산정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공공임대주택을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도 비슷한 개념의 기본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중산층도 적절한 임대료에 30년간 살 수 있는 임대주택입니다. 굳이 빚내서 집 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앞으로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이런 임대주택을 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는 용적률 최대 500%를 허용한다는 조건으로 제안한 공공 재건축ㆍ재개발 때도 질 좋은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한 구역에 중산층 이상과 저소득층이 공존하는 ‘소셜 믹스’도 안착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상은 찬란합니다. 이젠 현실을 따져봐야 할 차례입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임대주택을 지으면 한 채당 대략 1억원 정도 적자가 생긴다고 합니다. LH가 짊어진 부채의 상당 부분은 임대주택 건설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공기업 평가에서 부채가 많으면 좋은 점수를 못 받습니다. 고품질의 임대주택이 시장에 공급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LH는 공공택지를 개발한 뒤 민간업체에 팔아 적자를 메웠습니다. LH는 과거에는 조성 원가를 기준으로 택지를 개발해 민간업체에 팔았습니다. 지금은 훨씬 비싼 공시 가격으로 땅값을 정합니다. LH가 공공택지를 비싸게 파는 땅장사를 하는 까닭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비싸게 분양된 택지에 민간 업체가 아파트를 지으니 분양가가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이치죠. 임대주택은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공공택지를 활용한 분양주택은 분양가가 비싸지고. 이런 조건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없죠.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뉴스1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뉴스1

핵심은 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적자를 탈피할 방법이 있느냐입니다. 임대료를 비싸게 받으면 되지만 이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비싼 임대료 내고 임대주택에 들어갈 사람도 없을 겁니다. 차선책은 적자가 나더라도 이를 보전할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기본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경기주택공사는 용적률 상향, 공공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통한 기본주택 구매 등 정부가 역할을 해주면 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제안을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적자를 메우기 위해 납세자가 낸 세금을 쓰자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세금으로 임대주택 건설에 따른 적자를 메워주려면 사회적 동의가 필수입니다. 정부는 납세자를 설득해야 하지만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그동안의 헛발질을 보면 납세자가 흔쾌히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중산층도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대의는 바람직하지만, 바탕에 깔린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휴거’의 종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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