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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수해 지원 받지마"…정부 "인도적 협력 지속 추진"

북한이 역대 최악 수준의 홍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외부 지원을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북한은 또 경제 사령관인 내각 총리를 교체하고, '북한 미사일의 아버지' 이병철을 최고권력 기구인 정치국 상무위 위원으로 앉히는 등 비교적 큰 규모의 조직 개편도 했다. 대북제재에 코로나19, 수재까지 '삼중고'가 닥치자 민심이 흔들릴까 우려해 내부 다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정치국 회의를 열고 최근의 수해 상황을 중간 결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내려졌던 개성시 봉쇄 조치는 해제됐으나 비상방역체제를 유지하고 수해 복구 관련 외부 지원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뉴스 1]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정치국 회의를 열고 최근의 수해 상황을 중간 결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내려졌던 개성시 봉쇄 조치는 해제됐으나 비상방역체제를 유지하고 수해 복구 관련 외부 지원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뉴스 1]

 

13일 정치국 회의 열어 '자력 복구' 지시
내각 총리 교체하고 '정면돌파전' 전면에
'미사일 아버지' 이병철, '넘버5' 공식 진입

1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진행된 정치국 회의(7기 16차)에서 큰물(홍수) 피해를 빨리 가시고(없애고) 인민들에게 안정된 생활을 보장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ㆍ결정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큰물 피해와 관련해 어떤 외부지원도 받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집중 호우가 내린 북한 강원도 김화군과 철원군, 회양군, 창도군과 황북 은파군, 장풍군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렉서스 SUV를 몰고 황북 은파군 대청리를 찾아 현지를 둘러본 뒤, 이 지역에 국무위원장 명의의 비상식량 지원을 지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이후 일주일만에 그리고 장마가 끝나가는 시점에 중앙당이 전국적인 피해 규모를 집계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당창건 75년을 맞는 10월 10일까지 피해 복구를 끝내라는 지시도 함께 내린 상태다.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전과 자연재해라는 두 개의 도전과 싸워야 할 난관에 직면했다”며 “당과 정부는 이 두 개의 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립체적이고 공세적인 투쟁에서 세련된 영도예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외부적 지원을 허용하지 말고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매라”고 했다. 
 
외부 지원을 거부하는 이유로는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들었다. “세계적인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코로나 19) 전파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보건ㆍ의료 시설이 열악한 북한은 코로나 19가 확산하자 올해 초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국경을 봉쇄하고 인적 교류를 통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우리 정부는 머쓱해진 분위기다. 통일부가 대북 수해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불과 4일만인 데다, 하루전인 13일에도 경기도의 코로나19와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막기 위한 각종 장비를 지원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간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자연재해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인도적 협력은 일관하게 추진한다는 입장이고 북한의 수해 피해에 대해서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여전히 동일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북한의 행동과 관련해 챙길 건 챙기면서도 김 위원장의 정면돌파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7기 5차)에서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내세웠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 19로 경제적 어려움이 컸다. 최고지도자의 결정에는 오류가 없다는 북한식 논리를 고려하면 리더십의 상처로 남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대폭 축소하고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에게 경제 현장을 맡긴 것도 이와 관련 있다는 지적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지난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조건 없이 재개하겠다던 김 위원장의 신년사와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목표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 19 등으로 성과가 불투명하자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줄였지만, 내부 자원을 동원해 수해복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자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덕훈 신임 북한 내각 총리 [뉴스 1]

김덕훈 신임 북한 내각 총리 [뉴스 1]

 
한편,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당에 새로운 조직을 신설했다고 공개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이익을 수호하고 사회의 정치적 안정과 질서를 믿음직하게 유지담보하기 위해서”라거나 “우리(북한)의 계급진지, 사회주의건설을 철통같이 보위해나가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만 했다. 전문부서라기보다 공안이나 국가 운영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 미사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병철 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 그는 13일 정치국 회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라 당서열 5위 안에 공식 진입했다. [뉴스1]

북한 미사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병철 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 그는 13일 정치국 회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라 당서열 5위 안에 공식 진입했다. [뉴스1]

 
김 위원장은 또 김덕훈 당 부위원장을 신임 내각 총리에 앉히고 김재룡 내각 총리를 당부위원장 겸 부장에 임명하는 등 경제 사령관을 교체했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의 최고 정책 결정기구인 정치국도 정비했는데, 북한 미사일의 아버지인 이병철 부위원장(군수공업부장)과 김덕훈 총리를 상무위원으로 앉혔다. 미사일 발사장에서 김 위원장과 맞담배를 피우는 장면으로 주목받은 이 부위원장은 최근 승승장구하며 당내 서열 5위에 공식적으로 진입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김 위원장을 비롯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당내 최고 권력기구다. 북한은 지난 2월 비리 혐의로 해임됐던 박태덕 부위원장도 복직시키는 등 당의 전열을 정비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연간 1~2차례의 당 전원회의를 열고 방책 방향 제시와 조직·인사문제를 다뤘다. 이날 결정 역시 전원회의에서 다룰 만큼 큰 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전원회의를 열지 않고, 정치국 회의를 활용한 건 당창건 75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열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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