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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로 나간 7조…'실패한 딜' MRG, '뉴딜펀드'로 또 꺼낸 정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현장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현장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딜 펀드, 실패한 MRG 사업 재판? 

정부가 연 3%대 수익률을 내건 ‘뉴딜 펀드’를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뉴딜 펀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데이터센터 건립 등 한국형 뉴딜 사업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면서 나랏돈(재정)으로 수익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목돈을 쥔 투자자의 재테크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보니 당장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인천공항철도 등 인프라 건설용 민자 조달을 위해 추진했다가 2009년 재정 부담으로 폐지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사업의 재판이란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MRG 사업은 폐지한 뒤에도 여전히 적자가 계속되다 보니 민간자본의 수익 보전을 위해 매년 수천억원대 재정이 나가고 있다.
 

수익 보전에 나랏돈 얼마나 썼나

14일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MRG 사업 투자자 수익 보전을 위해 나간 재정 규모는 7조4109억원에 달한다. 2009년 재정 부담으로 폐지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수익 보전 약속을 지켜야 하다 보니, 지난해에도 3382억원이 지출됐다. 제도 폐지 이후 10년(2010년~2019년)간 나간 재정 규모만 5조7979억원이다.
 
18년간민자사업최소수익보전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8년간민자사업최소수익보전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MRG 사업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위해 도입한 제도다. 경기 부양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재정이 부족하다 보니 민자 유치를 위해 만들었다. 정부는 고속도로·교량 등 SOC 운영에 적자가 나더라도 사업자에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하는 계약을 맺었다. 맥쿼리도 부산 백양·수정산터널, 부산 신항만 2·3단계, 인천대교 건설 등에 투자금을 대기도 했다. 이 제도 역시 도입 초기 논란이 일었다. 사업자들이 위험 부담을 지지 않고 국민 세금으로 이를 떠안는 것이 공정하냐는 논란이다. ‘뉴딜 펀드’ 발표 이후 나타난 논란과 흡사하다.
 
수요 예측 실패 등으로 적자가 이어지는 동안 정부가 투자자와 약속한 수익을 보전하려다 보니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의 재정 부담이 커졌다. 이 때문에 MRG 사업은 2009년 폐지됐다.
 
주요 사업별 최소수익보장 보전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요 사업별 최소수익보장 보전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뉴딜 펀드에만 세제 혜택, 불공정" 

전문가들은 뉴딜 펀드 역시 MRG 사업과 구조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인프라 사업 특성상 사업 초기에는 적자를 낼 수밖에 없고, 면밀한 수요 예측 없이 펀드 투자자부터 모집하는 상황에선 나랏돈으로 투자 수익을 보전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또 뉴딜 펀드 투자금 3억원까지는 수익금에 5%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반적인 펀드는 3억원을 투자해 1200만원의 수익이 생기면, 종합소득세 최고 세율 42%를 적용해 500여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뉴딜 펀드에 대해서는 세율을 대폭 낮춰 60만원의 세금만 부담하도록 세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 주도의 비효율적인 사업에 뭉칫돈 투자를 유도하는 형태의 세제 개편은 시장 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깨트리게 된다"며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상황이라면, 민간 기업에 인건비 보조금이라도 주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꼭 해야 한다면 국채 발행해야"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인프라 사업이라면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되, 향후 운영 수익이나 위험도 국민이 지는 형태가 정공법을 강조하는 전문가도 많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재정이 부족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여야 한다면, '투자 위험은 투자자가 부담한다'는 금융 상품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며 "다만, 공공 인프라 사업은 국채 발행으로 자금을 모아 진행하는 게 정석"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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