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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바닥에 웬 원뿔? 광화문식 물난리 없는 수원의 비결

경기도 수원시청 주차장. 빗물이 통하는 투수(透水)성 콘크리트 등을 시공하고 시청 앞 광장엔 빗물정원 등을 만들었다. [사진 수원시]

경기도 수원시청 주차장. 빗물이 통하는 투수(透水)성 콘크리트 등을 시공하고 시청 앞 광장엔 빗물정원 등을 만들었다. [사진 수원시]

 
지난 12일 방문한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의 수원시청사. 청사 주변의 주차 공간 바닥엔 짙은 갈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주차장 바닥엔 사각형ㆍ원ㆍ원뿔 모양의 빈 공간도 보였다. 

물관리 백년대계 세우자<하>
'물의 도시' 수원(水原)의 LID 실험

 
수원시 수질환경과 홍남석씨는 “시청사 주차장과 인근 도로 모두 여느 아스팔트, 콘크리트 재질이 아니다. 작은 틈과 구멍이 있어 빗물이 스며들 수 있는 ‘투수성(透水性) ’ 콘크리트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주차장 곳곳의 빈 곳엔 잔디 등 식물을 키울 예정이다.  
 
청사 광장도 다양한 식물을 심어 정원처럼 꾸며져 있었다. 곳곳에 바닥에 자갈을 채운 도랑이 있었다. 홍씨는 “도랑 바닥의 자갈은 빗물을 흡착해 오염물질을 거르고 물은 땅에 스며들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경기도 수원시청 주차장. 빗물이 통하는 투수(透水)성 콘크리트 등을 시공했다. 물은 토양에 흡수시키고 오염물질은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사진 수원시]

경기도 수원시청 주차장. 빗물이 통하는 투수(透水)성 콘크리트 등을 시공했다. 물은 토양에 흡수시키고 오염물질은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사진 수원시]

수원시는 2014년 장안구청, 2016년 시청과 인근 보도, 주차장에 투수성 보도블록과 콘크리트를 깔았다. 청사 건물 옥상엔 ‘옥상 정원’을, 지상엔 빗물을 모아 배출하는 ‘빗물정원’을 꾸몄다. ‘물의 도시’를 표방하는 수원시가 추진하는 '레인시티 수원' 사업의 일환이다. 
 
물의 순환을 도와 홍수를 막고 오염을 줄이는 저영향개발(LID, Low Impact Development) 기법을 적용한 것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LID를 도입한 결과 시청 부지 내 빗물 침투량은 191% 늘었고 표면 유출량은 16.9% 감소했다"며 "동시에 녹지가 늘면서 공무원은 물론 시민도 휴식공간으로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청에 설치된 침투도랑. 자갈 등이 채워져 오염된 물은 정화돼 땅으로 흡수되는 효과가 있다. [사진 수원시]

경기도 수원시청에 설치된 침투도랑. 자갈 등이 채워져 오염된 물은 정화돼 땅으로 흡수되는 효과가 있다. [사진 수원시]

 
LID는 도시 내 조경 공간과 유수 시설을 확보해 물 순환 상태를 최대한 개발 이전에 가깝게 유지하는 게 목표다. 도심 홍수를 막는 효과도 크다. 도시가 폭우 피해에 노출된 이유 중 하나는 지면이 물을 머금지 못하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구조물로 덮여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우가 내리면 빗물이 아스팔트 도로 등을 타고 한순간 저지대나 하수관으로 모이고 제때 빠져나가지 못해 침수가 발생한다. 서울 도심의 경우 물을 흡수 못 하는 '불투수면'이 지면 전체의 8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저지대인 종로구 광화문과 강남구 양재동에 침수 현상이 잦다. 환경부의 '홍수피해 상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심지 침수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으로 도시화로 인한 불투수층 증가 등이 꼽혔다.
 

폭우 대비는 물론 열섬현상, 수질 개선도

LID 기법은 도시에 물이 침투할 수 있는 지면인 '투수면'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둔다. 물이 흡수되는 보도블록, 투수통을 설치하고 녹지를 확보해 폭우 시 빗물이 자연스럽게 땅에 스며들게 돕는다.
 
식물재배화분 [사진 수원시]

식물재배화분 [사진 수원시]

공주대 김이형 교수(도시교통공학과)는 "LID는 도시의 열섬 현상을 해소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한편 수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LID가 도입된 도시는 여름 기온이 도입 전보다 2도 내려가고 겨울 기온은 2도 올라간다. 온도 완화에 따른 냉난방 감소로 에너지 절약 효과를 볼 수 있고, 지면에 흡수된 물은 하천의 유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데 보탬이 된다. 
 
미국ㆍ독일 등에선 30여년 전부터 도시 개발에 LID 기법을 도입했다. 미국 워싱턴주는 2002년 관련 조례를 제정한 이후 강·호수의 부유물질, 질소·인 성분 등 수질오염이 60% 이상 저감됐다.  
국내엔 2012년에 들어서야 본격 논의되고 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 조성된 '빗물유출제로화단지'도 빗물을 흡수하는 블록, 흙과 자갈로 만들어진 수로 등을 조성한 결과 BOD(생물학적 산소 요구량)를 낮추는 등 효과를 보고 있다.
 
빗물 순환을 위한 레인시티 빗물 인프라 구성도.[사진 수원시]

빗물 순환을 위한 레인시티 빗물 인프라 구성도.[사진 수원시]

저영향개발 [사진 수자원공사]

저영향개발 [사진 수자원공사]

전문가들 "LID 기법 확대해야" 

최근 세종시와 대전시, 울산시도 LID를 적용한 도시 개발을 추진 중이다. 김이형 교수는 "LID 기법을 기존 도시에 도입하면 추가 비용이 필요하지만, 신도시에 적용하면 개발 비용을 오히려 10~20% 줄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저영향개발'을 넘어 '무영향개발'을 목표로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한무영 서울대 빗물센터장은 "영향을 적게 하자는 것보다 아예 물 상태가 도시 개발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도록 하는 ‘제로영향개발’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센터장은 "산이 많은 국내 도시 지형을 고려해 LID 기법을 산지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최모란·편광현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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