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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얼마없다 생각하니 알겠더라…구질구질한 삶 인정하는 게 어른”

에세이집을 낸 허지웅씨는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이 요즘의 관심사“라고 했다. 장진영 기자

에세이집을 낸 허지웅씨는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이 요즘의 관심사“라고 했다. 장진영 기자

2018년 악성림프종 판정 후 지난해 항암 치료를 마치고 복귀한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41)이 새 에세이집 『살고 싶다는 농담』(웅진지식하우스)을 펴냈다. 전작 『버티는 삶에 관하여』 『나의 친애하는 적』에 이어 4년 만의 에세이집이다. 책이 출간된 12일 서울 용산구 서점에서 그를 만났다.
 

허지웅 새 에세이 『살고 싶다는 농담』
항암 치료 뒤 달라진 생각들 고백
“혼자 사는 건 불가능, 함께 살아야”

책 제목 의미부터 물었다. “되게 아팠을 때 간호선생님을 계속 부르기가 미안해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했다. 다음에 책 내면 (제목을) ‘살려주세요’ 해야겠다고 농담했는데…. 삶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들, 다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뭔가 공감할 수 있는 종류의 반어가 아닐까 싶다.”
 
책엔 암 투병 초기 스스로 죽음 직전까지 걸어 들어갔던 ‘그날 밤’의 고백부터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다짐, ‘삶의 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 누군가에게 주고팠던 위로까지 솔직한 마음을 새겼다. 그는 “독자들이 두 가지만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바로 “살아라, 같이 살아라”란 말이다.
 
‘내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썼는데.
“그 문장이 이 책의 동기다. (암이) 재발률이 꽤 높다. 처음 책을 시작할 때 마음이 급했다. 제가 책에 ‘그날 밤’이라고 표현한 힘들었던 순간에, ‘그 밤에 먹히지 않고’ 지나쳐내면서 아, 이렇게 막다른 길에 몰린 다른 사람에게 해줄 얘기가 있는데 이걸 다 못 털어낼까 봐, 시간이 부족할까 봐 서둘러 썼다.”
 
재발하면 치료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도 했다.
“항암 해본 모든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사람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마음이 무엇을 가장 크게 바꾸나.
“삶을 바라보는 태도. 태어났으니까 억지로 사는 것 말고, 힘들어 죽겠는데 하루하루 빨리 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말고, 내 삶을 내 의지에 따라서 살아나간다는 감각. 100명의 독자 중 한 명이라도 이 글을 통해 그 감각을 익히고 살아간다면 저자로선 다 이뤘다.”
 
‘불행이란 설국열차 머리 칸의 악당들이 아니라 열차 밖에 늘 내리고 있는 눈과 같은 것이다’ ‘절망이 여러분을 휘두르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나는 당신이 얼마든지 불행을 동기로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가 몸소 겪고 써내려간 문장들은 굳어진 어깨를 부드럽게 도닥이는 바람 같다. 영화 기자로 시작해 ‘썰전’ ‘마녀사냥’ ‘SNL코리아’ ‘미운 우리 새끼’ 등 방송을 거치며 정치·사회부터 영화와 연애 문제까지 거침없이 비판하던 시절과는 어조가 다르다.
 
“어렸을 땐 뜨거웠다. 글이든 방송이든 거대담론을 건드려서 개별의 삶을 구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못 바꾸더라. 그걸 받아들이고부터 유난스럽게 안 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주변에 영향을 주고 내가 필요한 사람에게 시간과 여력을 쏟을 수 있어서 훨씬 좋아졌다.”
 
그는 “옛날엔 남한테 피해 주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다”며 “산다는 건 구질구질한 거고 피해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인정하는 것부터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사는 것’. 그게 책 전체의 주제란다.
 
그는 “살려면 버텨야 하는데 예전엔 혼자 고고하게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더는 그게 불가능하단 걸 알았다. 공감과 이해,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이 요즘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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