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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연타 기상청, 녹조만 본 환경부···물관리 사령탑이 없다

지난 7~8일 호남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린 가운데 8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서시1교(국도 19호선) 도로 일부가 붕괴해 일대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8일 호남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린 가운데 8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서시1교(국도 19호선) 도로 일부가 붕괴해 일대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가 기후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정부 대응이 허술하고 전략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물 난리에 기상예보와 댐 운영, 하천관리 등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 관리 체계를 서둘러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장마철 강수량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장마철 강수량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물 백년대계 세우자<상>
예보 빗나가 댐 방류 미리 못하고
폭우 쏟아진 후 한꺼번에 내보내
관리 소홀로 제방 붕괴도 잇따라

종잡을 수 없는 날씨…유례없는 장마

5일 폭우로 인한 한탄강 범람으로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일대가 침수됐다. 뉴스1

5일 폭우로 인한 한탄강 범람으로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일대가 침수됐다. 뉴스1

지난 6월 10일 제주도에서 장마가 시작된 이후 이달 11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47개 측정지점)이 909.2㎜에 이른다. 평년 중부지방 장마철 평균 강수량(366.4㎜)의 두 배가 넘는다. 전국 연평균 강수량 1300㎜의 70%가 두 달 사이에 쏟아졌다. 최근 20여 일 동안 하루에 150㎜ 이상 비가 내린 날도 15일이나 기록됐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오재호 명예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오르면서 제트 기류가 처지고 찬 공기가 내려온 탓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지 못하고 장마가 길어졌다"며 "제트기류가 북반구에서 어느 쪽으로 내려오느냐에 따라 폭염과 가뭄이 들 수도 있고, 홍수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날씨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올 여름 기후 전쟁도 그런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이 폭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집계에 따르면 8월 들어 발생한 이재민이 7600명을 넘어섰고, 사망·실종 42명에 시설피해 1만8000여 건, 주택 4000채가 물에 잠기거나 토사에 매몰됐다. 농경지 침수도 2만㏊나 된다.
 

"댐 방류가 피해 가중" 논란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9일 오후 전북 임실군 한국수자원공사를 방문해 집중호우로 인한 섬진강댐 운영상황과 댐 방류량 조절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9일 오후 전북 임실군 한국수자원공사를 방문해 집중호우로 인한 섬진강댐 운영상황과 댐 방류량 조절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섬진강댐·용담댐·남강댐 등 많은 지역 주민들은 댐 수위를 조절하지 못 하고 방류한 탓에 피해가 커졌다고 정부나 한국수자원공사 등을 비판한다.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인 지난달 25일 전국 주요 다목적댐의 수위는 예년(2011~2019년 평균) 같은 시기보다 높았다.
지난 6월 10일부터 이때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이 507㎜로 이미 예년 장마철 강수량을 웃돌았기 때문이었다. 
주요댐 수위 상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댐 수위 상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강 상류 대청댐의 경우 예년에는 7월 25일의 수위가 평균 70.2m(해발 기준)였으나, 올해는 76.1m로 8% 높았다. 댐 구조상 저수량은 10% 이상 더 많았던 셈이다.

낙동강 상류 임하댐은 6.4%, 섬진강댐은 6% 더 높았다.
 
주요 댐은 수위가 높았지만, 적극적으로 방류에 나서지 않았다.
8월 들어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위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결국 갑작스럽게 물을 쏟아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한 전문가는 "여름철 녹조를 희석할 물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부가 최근 댐의 물을 최대한 많이 채워두려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댐의 물을 미리 방류하지 않은 배경에는 기상청의 빗나간 장기 예보가 한몫했다.
 
7월 16일과 23일, 30일의 기상청 1개월 예보에서는 8월 초 강수량이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속해서 오보를 냈고 이를 믿고 댐 수위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한달간 기상청의 강수량 관련 예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달간 기상청의 강수량 관련 예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오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장기예보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기상청에서는 되도록 평년에 가깝게 보수적으로 예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예보했을 때 "근거가 뭐냐"고 반박이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같은 원인으로 반복되는 수해

폭우로 남강댐 방류량이 증가함에 따라 경남 사천시가 침수 피해를 입기도 있다. 지난 12일 사천시 축동면 가산교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 연합뉴스

폭우로 남강댐 방류량이 증가함에 따라 경남 사천시가 침수 피해를 입기도 있다. 지난 12일 사천시 축동면 가산교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 연합뉴스

댐 방류로 인한 피해는 올해만이 아니었다.
2002년 태풍 '루사' 때는 남강댐 방류로 경남 사천지역이, 도암댐 방류로 강원도 정선 지역이 침수됐다.

 
이번에 댐 방류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제방 붕괴 등 큰 피해를 본 섬진강댐 하류 지역 주민들은 "2011년에도 댐 방류로 인한 피해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댐 관리 주체 혼선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섬진강댐의 유지·관리 주체가 수자원공사이지만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까지 댐 용수를 함께 사용하면서 이해관계가 엇갈렸고, 이로 인해 제때 수위조절을 못 해 피해를 키운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제방 붕괴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9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250m 지점 장천 배수지(2012년 설치)에서 제방이 무너졌다. 유속이 빠른 지점이어서 파이핑 현상을 부추겨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2002년 9월 경남 함안 낙동강 본류의 백산제(堤)가 파이핑(piping) 현상 때문에 무너졌고, 경북 고령의 봉산제도 누수로 붕괴했다. 2003년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경북 고령 낙동강 변의 도진제가 무너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원 국토보전연구본부장은 "이번에 낙동강 제방 붕괴 현장을 다녀왔는데, 2002년처럼 파이핑 현상에 의한 붕괴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파이핑(Piping) 현상은 모래 지반에 물이 스며들고 물의 통로가 생기고 파이프 모양으로 구멍이 뚫리면서 지반이 무너지는 것을 말한다. 배수지 콘크리트 구조물에 닿은 모래 제방이 주저앉고 구멍이 뚫린 탓이다. 
 

문제 찾아내 해결하려는 노력 부족

지난 9일 오전 낙동강 제방 유실로 침수된 창녕군 이방면 일대. 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낙동강 제방 유실로 침수된 창녕군 이방면 일대. 연합뉴스

김 본부장은 "낙동강 제방이 붕괴할 당시 수위가 올랐지만, 제방 계획홍수위(최대 허용 수위)보다는 1m가량 낮아 제방이 넘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붕괴한 것은 제방 결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12월 박근혜 정부 당시 총리실의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제방에 문제가 있는 만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와 시공사는 보고서가 지적한 지점을 조사해 "문제없다"고 결론을 냈고, 2018년 7월 감사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수자원공사는 그 지점만 조사했을 뿐이다. 당시 합천창녕보 상류 제방(이번 붕괴지점 포함)을 충분히 검토했더라면 이번 사고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김 본부장은 "낙동강의 경우 모래를 사용해 제방을 쌓은 경우가 많아 파이핑 현상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차수공을 실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차수공은 물이 제방에 스며들어 통과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철판을 말한다. 
 

불완전한 일원화…콘트롤타워 부재

지난 조명래 환경부 장관(왼쪽)이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홍수 및 태풍 북상 대비 상황점검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조명래 환경부 장관(왼쪽)이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홍수 및 태풍 북상 대비 상황점검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물 관리나 홍수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2018년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물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일원화하면서 홍수 예보와 경보 담당하는 홍수통제소도 환경부로 넘어갔으나, 제방 등 하천 공사와 시설 관리 업무는 여전히 국토교통부가 맡고 있다. 도시 내 홍수관리는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 몫이다. 
 
특히 기상청·홍수통제소·수자원공사 등을 관리하며 홍수의 컨트롤타워를 해야 할 환경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곳곳에 물난리가 났는데도 이달 2일에야 조명래 환경부 장관 주재의 홍수 상황 대응 점검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7월에는 국가 물관리위원회도 설치됐지만, 4대강 보 처리 문제로 별다른 성과 없이 1년을 보냈다.
현재 종합적인 물관리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이고, 결과는 연말쯤 나올 예정이다.
 
건설기술연구원 이동률 홍수대응 골든타임 확보 연구단장은 "물 관리 업무가 불균형을 이뤄 종합적인 홍수 관리에 미흡하다"며 "기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토 관리도 홍수와 가뭄 두 가지 모두 대비할 수 있도록 취약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김성준 교수는 "물 관리가 제대로 되려면 도랑에서 하구까지, 수자원과 수질을 포함하는 일원화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물 관리와 관련한 종합적인 비전과 계획, 즉 그랜드 디자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편광현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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