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 인도공장 사고와 관련한 국제 온라인 토론회가 11일 열렸다. 백도명 서울대 교수(윗줄 가운데)를 비롯해 피해자 5명, 의학전문가 5명 등 패널과 언론사 등 총 40여명이 토론회에 참여했다
5월 24일 이후 주민 케어 활동과 피해 보상 활동 전혀 없어, 대신 실적 홍보에만 혈안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발암물질인 스타이렌이 무려 800톤이나 유출됐지만 경보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더욱 키웠다. 공장에서 반경 5km 내 6개 지역 주민 1만7000가구의 2만여 명이 서둘러 대피해야 했다. 이 지역의 농작물 중 곡물 50%, 파파야 90%는 오염으로 폐기 처분됐다. 상수원의 물 색깔이 적포도주처럼 변하는 등 오염돼 음용수를 별도로 공급하는 등 실생활 전반에 손해를 끼쳤다. 특히 토양 오염이 가장 심각하다. 농작지의 안전기준 스타이렌 검출량은 0.01mg/kg. 그러나 오염지역 내 9곳의 시료 분석 결과 1215mg/kg에서 최대 5950mg/kg까지 농도가 치솟았다.
LG화학은 지난 5월 13일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을 단장으로 한 8명의 지원단을 사고 수습을 위해 현지에 파견했다. 사안이 엄중해 신학철 LG화학 대표가 현장에 갈 계획이었지만 지원단의 예우 등을 이유로 지원단장의 급이 부사장으로 낮아졌다. LG화학 관계자는 “공장 안정화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엔지니어들로 대부분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인도 주정부와 경찰은 LG화학 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지원단의 출국 제한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인도 고등법원에 청원을 제기한 끝에 6월 말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LG화학은 법무부 장관 출신인 고위직 변호사를 고용해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중앙정부 조사기관인 인도환경재판소 조사에 대해서도 중복 조사라는 이유로 회피하고 있다.
인도 시민단체는 “LG화학이 법적 대응 활동에만 집중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기보다는 모면하려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시아직업환경피해네트워크와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LG화학의 책임 있는 자세와 대처를 촉구하기 위해 국제 온라인 토론회를 3차례 개최한다. 첫 토론회인 11일에는 가스 누출 사고의 유가족과 피해자 5명이 발표자로 나와 처참한 ‘건강과 환경 피해 문제’에 대해 털어놔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LG화학에서 신속하고 책임 있는 사태 해결을 위해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만들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과 대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피해자들은 철저히 제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 5월 24일 이후 음식 제공과 현지 콜센터 등의 주민 케어 활동도 중단한 상황이다. LG화학 측은 “주 고등법원의 공장 봉쇄 명령으로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스 누출 사고 이후 계속해서 공장은 봉쇄된 상황이었고, 주민 케어 활동과 공장 봉쇄는 별도라는 지적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5월 1명의 인명사고가 났던 LG화학 대산공장 현장에 헬기를 타고 방문했다. 구 회장은 “잇따른 안전·환경 사고에 대해 모든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 통감해야 한다”며 원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31%(5716억원) 이상 늘어나자 해외 매체와 인터뷰를 하는 등 실적 홍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반면 인도공장의 가스 누출 사고에 대해서는 뒷짐만 지고 있다.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경영실적이 아니라 안전환경과 품질사고 등 위기관리에 실패했을 때 한순간에 몰락하는 것”이라는 구 회장의 경고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