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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장외투쟁 일단 시작하면 물불 안 가리고 끝장 본다”

보수단체 8·15 도심 집회 바라보는 야당의 고민

보수단체 회원 등 시민들이 지난해 8월 15일 비가오는 가운데 광복절 집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보수단체 회원 등 시민들이 지난해 8월 15일 비가오는 가운데 광복절 집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를 그저 바라만 볼 뿐인 속수무책 야당이다. 부동산과 공수처 관련 입법이 속속 처리될 때까지 단 한 번의 브레이크도 걸지 못했다. 반대 토론에 나서 보지만 176석 거대 여당의 힘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여야 간 설전→야당 퇴장→여당 법안 상정 강행의 끝없는 되풀이다. 문제는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에도 이를 타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미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당에 다 내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고, 설사 필리버스터에 나서더라도 범여권이 연대하면 언제든지 중단시킬 수 있다.
 

“장외투쟁 카드 완전 접은 건 아냐
코로나·물난리 겹쳐 지금은 부적절
국민 분노 임계점 달하는 추석쯤
결국 큰 싸움 나서야 할 지 몰라”

미래통합당 내에선 일단 ‘제2의 윤희숙 찾기’에 노력하는 ‘메시지 투쟁론’, 쉽게 말해 ‘여론전’에 힘이 실렸다. 무엇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일방통행을 알리는 각종 발언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쪽이다. 죽어도 안에서 죽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아무런 효과 없는 국회 내 투쟁, ‘밖에도 답은 없다’는 주저함과 망설임이 당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다.  
 
거친 장외 투쟁이 정말로 악영향을 준다면 세련된 장내 투쟁은 긍정적 영향을 보여야 한다. 아직은 미지수다. 민주당이 밟고 지나가도 아무것도 못 하는 무기력한 야당 이미지가 통합당에 좋지 않다는 생각도 많다.
 
최근 조사에선 통합당이 창당 이후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건 마음껏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버린 여권에 악재가 겹쳐 민주당 지지율이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부동산 반사이익이다. 야당에선 ‘숨만 쉬었는데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말까지 나돈다. 그나마 과거엔 여당 지지율이 흔들려도 반사이익이 야당으로 직행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최근 지지율 상승은 원내 정책투쟁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지율이 올라가는 마당에 장외 투쟁으로 싸우기만 하는 극우 정당 이미지를 보탤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광장에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고 여론을 규합하자는 발언이 없는 건 아니다. 어차피 원내에서 발휘할 수 있는 투쟁 카드가 전무한 상황이다. 1년 전인 황교안 대표 때만 해도 툭하면 전국에서 정권 규탄집회를 열었다. 그 전엔 거의 매달 거리로 나갔다. 더구나 이번 주말엔 보수단체의 대규모 광복절 반정부 집회가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다음 목표로 ‘8월 공수처 출범’을 내걸었다. 통합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현행법을 바꿔서라도 출범시키겠다고 으름장이다. 야당의 고민은 깊다. 먼저 김종인 위원장에게 물었다.
 
김종인

김종인

당 지지율이 올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당의 조사로도 그런가.
“우린 띄엄띄엄 조사하는데 최근엔 여론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상승 중이란 얘기는 듣고 있다.”
 
왜 그렇다고 보나.
“여권이 숫자만 믿고 모든 걸 오만하게 처리하니 민심이 떠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통합당이 강력한 대안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어떤 타개책이 있나.
“거대 여당이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생략하고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건 의회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소수당인 우리는 각자 국회의원들이 능력에 맞춰 국민에게 알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장외투쟁에 나서지 않는다고 야성이 없다고 하는데 세상 바뀐 걸 알아야 한다. 옛날식 우격다짐만으로 지지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정권 교체가 불가능했던 시절에나 거리에서 악을 쓰는 것이다. 지금은 얼마든지 선거로 정권을 바꿀 수 있다.”
 
장마를 고려해 장외 집회를 자제하는 것 아닌가.
“전혀 관계없다.”
 
민주당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국회가 정상화 될까.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여당 굴러가는 모습이 친문 중심으로 너무 경직돼 있어 누가 새 대표가 돼도 운영 방식을 바꾸기 어려울 거다. 여당이 국회 절차만 지켜주면 당장이라도 국회는 정상화된다. 하지만 계속 무리하게 나올 거라고 본다.”
 
주호영

주호영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의원들의 생각은 어느 쪽인지 질문했다. 그는 7월 임시국회를 마친 뒤 “민주와 법치가 무너지는 현장에 있었지만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게 참담했다”며 “소수 야당이 할 수 있는 수단엔 한계가 뚜렷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보수단체의 8·15 광화문 집회에 대한 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당 차원의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사람은 참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강력한 장외 투쟁에 대한 목소리가 많지 않나.
“일단 수해가 있고,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계속되고 있다. 조직적 참여엔 어려움이 있다. 장외 투쟁을 하더라도 더위가 좀 가시고 휴가철이 끝난 뒤에 하자는 말들이 만다. 물론 그런 점이 있고, 또 비록 당 밖에서 주최한다지만 시민들이 국정 실패 규탄에 나서는데 야당이 팔짱만 낀 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 지도부는 집회에 참석하나.
“고민 중인데 나는 개인 자격으로 나가려 한다.”
 
당 차원의 장외 투쟁은 접은 것인가.
“접은 것도 편 것도 아니다. 정확하겐 아직 장외로 나갈 결심이 안 섰다. 국민 뜻이 먼저다. 여당이 힘으로만 막무가내 밀어붙이면 국민 분노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는 순간 거리로 나설 텐데 일단 시작하면 물불 안 가리고 끝장낼 거다. 지금 같은 식이면 추석 때쯤 그런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 8월 국회가 열리는데 여당의 공수처 압박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우리가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모법인 공수처법을 바꾸지는 못할 거다. ‘공수처가 대통령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법’이란 비판에 대해 여당은 ‘야당에 추천위원 2명을 주고 2명이 다 동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변명했다. 모법을 바꾸는 건 그런 논리를 무너뜨리게 된다.”
 
9월 정기국회 전에 상임위원장 재협상에 나서나.
“곧 선출될 민주당 새 지도부가 국회 운영의 틀을 정말 협치와 협의로 가겠다고 약속하는 게 우선이다.”
 
통합당은 조만간 5·18 정신 등을 명기한 새 정강·정책을 확정하고 총선 백서를 펴낸다. 4선 연임을 금지하는 ‘국회의원 연임 제한안’을 정치개혁 과제로 선보이고 새 당명과 당의 로고도 공개한다. 강성 극우 이미지를 털어내고 외연 확장을 꿈꾸는 통합당의 시도는 이때쯤 전기를 맞을 것이라고 당에선 보고 있다. 마침 민주당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29일이다.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면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상임위원장 재분배를 포함한 총체적 협상 국면이 전개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현재로선 그렇게 희망한다. 당장 거리로 뛰쳐나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다.
 
성공률 높지 않은 장외 투쟁사
야당의 장외 투쟁을 가로막는 건 코로나와 물난리만이 아니다. 성공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도 고민이다. 밖으로 나가는 건 쉽지만 국회로 돌아올 명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주고받는 정치가 작동할 땐 길거리에 나선 소수 야당에게 다수 여당이 복귀 명분을 만들어주곤 했다. 하지만 지금 여당은 야당이 지쳐서 두 손 들고 국회로 복귀할 때까지 마냥 내버려 둘 기세다.
 
과거에도 장외 투쟁이 획기적인 정국 돌파구를 만들어 낸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인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때 100일 넘게 장외 투쟁을 진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엔 당 차원에서 주최한 아스팔트 집회가 40번에 달했다. 2017년엔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을 저지한다며 장외투쟁에 나섰다가 북한 핵실험이 터지자 일주일 만에 접었다. 지난해엔 광화문에서 8·24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10월 3일 개천절, 9일 한글날 시위로 이어졌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빠짐없이 참석했다. 하지만 잦은 강경 투쟁이 극우 이미지만 강화시켜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당내에선 나왔다.
 
2005년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 철회를 목표로 벌인 장외 투쟁은 노무현 정부로부터 재개정 논의 약속을 얻어낸 성공 사례다. 하지만 당시엔 장외 투쟁을 이끈 박근혜 당대표가 유력 대선주자인 데다 당 지지율도 높았다. 현재 통합당에 비해 장외 투쟁 동력이 훨씬 컸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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