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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의 리플레이] 박용택의 은퇴 투어 논란이 남긴 씁쓸함

 
박용택(41·LG)의 '은퇴 투어'를 놓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자 박용택은 "정말 감사하지만 사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은퇴 투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팀에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내린 결정이다.

'현역 최고령' 박용택 올해 끝으로 유니폼 벗어
은퇴 투어, 찬반 여론 팽팽하게 맞서

 
미국 메이저리그(MLB) 문화인 '은퇴 투어'는 2017년 처음 KBO리그에서 선보였다. 주인공은 '국민 타자' 이승엽(전 삼성)이었다. 당시 이승엽은 9개 구단과의 마지막 원정 경기마다 상대 팀이 준비한 이벤트와 함께 추억이 깃든 선물을 받았다. 이승엽은 팬들의 응원에 감사하며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레전드를 대우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KBO리그 역사에 의미 있는 출발점이었다.
 
지난 2017년 열린 이승엽의 은퇴투어 행사에서 박용택이 기념 액자를 건네고 있다. IS포토

지난 2017년 열린 이승엽의 은퇴투어 행사에서 박용택이 기념 액자를 건네고 있다. IS포토

 
최근 LG 구단과 한국프로야구선수협(선수협)은 올 시즌 후 은퇴를 선언한 박용택의 '은퇴 투어'를 추진했다. 만약 그가 '은퇴 투어'를 했다면 KBO리그의 두 번째 주인공이었을 것이다.

 
'은퇴 투어' 개최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다. 그렇다 보니 팬들 사이에서는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박용택의 '은퇴 투어'를 반대하는 팬들은 2009년 타격왕 경쟁을 소환했다. 당시 박용택은 시즌 막판 홍성흔(당시 롯데)과 치열하게 타격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고 있었다. LG는 9월 25일 롯데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홍성흔을 상대로 고의가 의심되는 볼넷을 내줬다. 경쟁자의 타율이 오르는 것을 막은 것으로 보였다. 홍성흔은 이 경기에서 네 번째 타석까지 볼넷을 얻었고, 마지막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 타율 0.3709로 시즌을 마감했다.
 
박용택은 이 경기에 결장했다. 그리고 다음 날(9월 26일) 최종전에 선발 출장했고, 5회까지 3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교체됐다. 박용택은 타율 0.3717로 시즌을 마쳐 개인 첫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당시 "LG가 박용택을 고의로 타격왕을 만들어줬다"는 비난이 거셌다.
 
고의 여부를 떠나 박용택은 고개를 숙였다. 2013년 페어플레이상 수상자로 나선 그는 "사실 내가 페어플레이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생각했다. 저 스스로 쑥스럽다"며 "야구를 좋아하시는 팬이라면 2009년 사건을 잘 아실 것이다. 페어플레이해야 할 위치에 있었는데, 그 시기에 그렇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어리석은 일을 했다"고 사과했다. 박용택은 용기를 내어 스스로 과거 논란을 끄집어낸 뒤 고개를 숙였다.
 
또 일부 팬들은 "박용택이 국가를 위해 뛴 경험이 거의 없다"며 그의 '은퇴 투어'를 반대했다. 박용택이 성인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한 건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유일하다. 국가대표로 여러 차례 헌신한 선수들도 누리지 못한 '은퇴 투어'를 박용택이 하는 건 지나치다는 논리였다.
 
박용택의 은퇴 투어를 찬성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KBO리그에 빛나는 기록을 남겼으며, 선수 생활이 모범적이었다는 이유였다.
 
박용택은 '기록의 사나이'로 통한다. 2002년 입단 후 19년간 KBO리그 그라운드를 누비며 개인 통산 최다 안타(2478개) 1위 기록을 달성했다. 또 한 명의 레전드 양준혁(2318개, 역대 2위) 기록을 넘어섰다. 부상에서 회복해 곧 1군에 복귀할 예정인 그는 역대 최다 출장 2위(2178경기)에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 역대 1위 정성훈(2223경기)의 기록도 뛰어넘을 수 있다. 2루타(436개)와 득점(1254개)은 이승엽-양준혁에 이어 역대 3위다. 역대 최초로 10년 연속 3할 타율, 7년 연속 150안타를 기록한 꾸준함도 지녔다. 통산 타율은 0.308다.
 
 
박용택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팀이 치른 2411경기의 88.7%인 2139경기에 출장했다. 전 경기에 출장한 시즌도 네 차례나 됐다. 현역 최고령 선수로 등록된 올 시즌엔 크고 작은 부상으로 39경기 출장에 그치지만, 타율은 0.317를 기록하고 있다. 덕분에 FA 계약을 세 차례나 맺었고, 19년째 LG의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박용택은 늘 심판과 기록위원의 판정에 승복하는 태도를 선보였다. 그라운드에서 다른 선수와 부딪히거나 갈등한 적도 없다. 또 개인사로 논란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팬 서비스도 최고로 손꼽히는 선수다.
 
요즘 KBO리그에서는 각종 사건·사고가 빈번히 발생해 리그의 명예를 떨어트리는 경우가 많다. 박용택의 선수 생활은 야구 꿈나무들의 모범이 되기 충분했다. 박용택은 "나도 술을 잘 마시고, 잘 놀 줄 안다. 하지만 (LG가) 인기 팀이기 때문에 더 절제했다"며 "리그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를 보면 거의 술과 관련된 일이었다. 술은 적당히 먹기 어렵다. 컨트롤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서면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2014년 12월 9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외야수 부문 후보로 참석했다. 그해 타율 0.343, 9홈런, 73타점을 기록한 그가 상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작았다. 실제 그는 외야수 5위(총 유효표 321표 중 72표)에 그쳐 수상하지 못했다.
 
당시 박용택은 "내가 받으면 큰일 난다"고 웃으며 "내가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하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영화제를 보면 상을 사람만 오는 것 같지 않았다. 모두가 참석해 함께 즐기더라. 우리 선수들은 그런 인식이 없는 것 같다. 일부러 더 (턱시도까지 갖춰 입고) 신경 써서 왔다"고 배경을 밝혔다. 그는 리그 문화와 품격까지 생각했다. 그만큼 팬들에게 감사하며 보답하려 노력했다. 누구보다 팬들에게 사인을 열심히 해줬으며, 자신을 향한 야유도 웃어넘길 줄 아는 선수였다.
 
 
'은퇴 투어' 논란은 박용택의 의사와 관계없이 진행됐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박용택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박용택의 고사로 구단과 선수협이 민망한 상황에 처했다.
 
박용택의 '은퇴 투어'는 KBO 공식 행사로 기획된 게 아니었다. 특정한 자격이나 기록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논란만 커졌다. 스타가 떠날 때도 예우해주지 못하는 KBO리그의 현실이 씁쓸하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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