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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화합 상징 화개장터, 물난리 원인 놓고 여야 갈라섰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사람, 윗마을 구례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1988년 5월, 가수 조영남씨가 발표한 ‘화개장터’ 노랫말의 도입부다. 경남 하동군과 전남 구례군 사이에 위치한 오일장인 화개장터의 지리적 요건으로 인해, 한데 섞일 수밖에 없던 영ㆍ호남 주민들의 모습을 경쾌한 리듬과 함께 노래로 풀어냈다. 노래를 만든 배경은 당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했던 영ㆍ호남의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작사가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를 지낸 소설가 김한길씨다.
 

화개장터 홍수 원인 두고 갈라진 여야

화개장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화개장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러나 10일 영ㆍ호남 교류와 화합의 상징으로 꼽히는 ‘화개장터’의 홍수 원인 분석을 두고 여야가 갈라졌다. 재난안전건설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9일 오전 10시 기준 430mm 비가 내린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는 섬진강 지류 화개천이 범람하면서 일대 상가 208동이 침수되고, 130여명이 사전 대피했다.
 
화개장터가 지역구인 미래통합당 하영제(사천-남해-하동) 의원은 섬진강이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에서 빠졌던 점을 홍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하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4대강 사업 당시 섬진강을 비롯해 인근의 지류ㆍ지천의 유역을 모두 정비했다면 이 같은 대규모 홍수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방 정비를 통해 범람을 막고, 강 밑바닥을 준설해 섬진강이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넓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섬진강은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 등과 함께 ‘5대강’으로 불렸다. 하지만 강수량이 적어 사업의 시급성이 적고 환경단체 반대 등의 영향으로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4대강 사업의 대상에선 제외됐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빠졌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번 홍수를 겪으면서 결국은 그것도 잘못된 판단 아니었나 생각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 함께 전남 구례군의 비 피해 현장을 찾은 주호영 원내대표는 “4대강 아닌 섬진강 쪽에서 가장 큰 피해가 생겼다”며 “그 원인은 토사를 준설해야 하는데 안 하니까 (섬진강) 물그릇이 작아져서 그곳에 둑이 다 터졌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을 한 지역은 낙동강 일부 구간의 제방 약한 지역만 그렇지, 4대강 사업 이후 범람이나 물 피해가 없고 사망자 수도 줄었다”며 “그런 과학적 데이터를 놔두고 다시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것은 여당으로서 무책임하다”고 덧붙였다.
 
통합당은 11일 주 원내대표와 당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전남 구례군과 경남 하동군의 화개장터 일대 비 피해 지역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일대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일대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반면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당은 홍수와 산사태로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4대강 예찬론’을 다시 들고나와 수해마저 정부 비난 소재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설 최고위원은 4대강으로 인해 섬진강 홍수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통합당의 주장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며 “(4대강 당시) 22조원의 예산으로 (먼저) 지류ㆍ지천을 정비했다면 홍수로 인한 인명ㆍ재산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하동군과 마주한 전남 구례군의 민주당 서동용(순천-광양-곡성-구례을) 의원도 통합당의 4대강 언급에 대해 “정치적 공세”라고 평가절하했다. 서 의원은 “우선은 피해 복구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4대강 사업 같은 정치적 논쟁보단 실체적 원인 분석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섬진강 일대가 지역구인 무소속 이용호(남원-임실-순창) 의원은 “(섬진강도) 4대강 사업을 했으면 홍수 조절 능력엔 좀 도움이 됐을 거라곤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이 의원은 “현재 물난리가 난 상황에서 피해 복구가 우선이지 정치적 논쟁을 하는 것 적절하지 않다”며 “이번 홍수를 계기로 4대강 이전의 홍수 조절 능력과 이후의 조절 능력을 공적인 기관에서 비교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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