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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자비에 돌란 영화, 왓챠 등 국내 OTT서 못 보게 된 이유

국내 OTT. [중앙포토]

국내 OTT. [중앙포토]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비롯한 영국 ‘블루칼라의 시인’ 켄 로치 감독의 영화들, 작가주의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자비에 돌란, 셀린 시아마의 대표작과 ‘아트버스터’로 사랑받은 ‘캐롤’ ‘스포트라이트’, 그리고 컬트팬을 거느린 액션영화 ‘존 윅’까지….  
 

수입배급사들, 국내 OTT 정산 방식 비판
"합당한 대가 받을 때까지" 영화 400여편 중단

이는 왓챠‧웨이브‧티빙 등 국내 온라인 스트리밍(OTT) 플랫폼에서 이미 볼 수 없게 됐거나 곧 서비스가 중단될 외국 영화 일부다. 왓챠에 따르면 그 편수가 400여편에 이른다. 그린나래미디어‧누리픽쳐스‧더쿱 등 국내 수입‧배급사 13곳이 소속된 영화수입배급사협회(이하 수배협)가 국내 OTT에 영화 콘텐트 서비스 중단하기로 하면서다. 
 
수배협은 지난달 17일 공청회에서 국내 OTT에서의 영화 콘텐트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문제 삼은 것은 월정액제로 관람료를 결제하는 국내 OTT의 수익 배분 방식이다.  
 

"OTT서 영화를 드라마·예능과 똑같이 정산하면 불리"

영국 거장 켄 로치 감독의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 수입배급사협회가 국내 OTT에 콘텐트 공급 중단을 결정함에 따라 왓챠, 웨이브, 티빙 등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사진 영화사 진진]

영국 거장 켄 로치 감독의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 수입배급사협회가 국내 OTT에 콘텐트 공급 중단을 결정함에 따라 왓챠, 웨이브, 티빙 등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사진 영화사 진진]

IPTV처럼 영화를 한편 볼 때마다 결제하는 기존 TVOD(건별 영상 주문 방식)와 달리 OTT를 포함한 SVOD(예약 주문 방식)는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모든 영상 콘텐트를 무제한 관람할 수 있다. 콘텐트 제공자에겐 'RS(Revenue Share) 방식'으로 정산한다. 매월 전체 영상 콘텐트 이용 시간 대비 해당 콘텐트의 시청 시간 비율에 따라 정산하는 방식이다.
 
수배협은 “TV드라마‧예능의 경우 전편을 관람하기 위해 여러 회차를 봐야하지만 영화는 2시간 단 한번의 관람으로 끝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IPTV에선 건당 3000원에 결제되는 영화가 국내 OTT에선 편당 100원 이하 수입이 발생할 수 있어 자칫 소비자에게 영화는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영화 콘텐트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거나 영화만을 위한 개별 과금 시스템 마련 및 투명한 정산 시스템을 공개할 때까지 콘텐트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OTT 버리고 IPTV 서비스 하란 말인가" 

이에 왓챠는 6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 수배협은 콘텐트 이용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구독형 OTT 서비스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면서 “‘영화만을 위한 개별 과금 시스템을 마련하라’는 수배협 주장은 구독형 OTT 모델 자체를 버리고, IPTV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  
 
왓챠는 “공정하고 투명한 정산을 해왔다”면서 “수배협이 언급한 건당 3000원은 극장 개봉 이후 3~6개월 사이 IPTV를 비롯한 TVOD에서 유통되는 초기 시점 가격이다. 이후 구작으로 분류돼 500~1200원 정도로 건별 결제 가격이 낮아지고 판매량도 현저히 떨어진 시점에서 왓챠 같은 월정액 플랫폼이 각 영화가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영화관 이용 줄고, OTT 이용 늘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영화관 이용 줄고, OTT 이용 늘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부 OTT 정책, 창작자 권리 안 챙겨" 

수입배급사들도 속사정이 있다. 이렇게 목소리를 낸 배경으로 먼저 지난 6월 정부가 낸 ‘디지털 뉴딜’을 들었다. 이 정책엔 국산 OTT를 넷플릭스처럼 글로벌 규모로 장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배협 회장인 정상진 엣나인필름‧아트나인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산 OTT를 대여섯 개 만들어야 한다지만 정작 창작자에 돌아가는 금액에 대해선 챙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로 가장 먼저 국내 OTT에 콘텐트 제공을 중단한 영화사 진진의 김난숙 대표는 “정부가 현재 시장에서의 한국형 OTT의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 반문했다. 정부의 OTT 장려책이 콘텐트 제공자와 플랫폼을 모두 고려하지 않고 후자에 치우쳐있다는 불안감을 드러낸 것이다.  
 
코로나19로 기존 극장 시장이 흔들리고 OTT가 급성장한 것도 한몫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디지털 온라인 시장의 매출 규모는 5093억원에 달했다. 특히 모바일의 확대로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비중이 급등했다. OTT 영화부문 서비스 매출 중 월정액제인 SVOD는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67.4% 성장하며 TVOD 성장세(15.3%)를 크게 웃돌았다. 정상진 대표는 “코로나19 위기를 맞고 그전까지 디테일하게 보지 않았던 콘텐트 제공자의 매출구조‧수익구조를 들여다보니 OTT가 크게 성장했는데 들어오는 수익은 왜 얼마 안 되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고 했다.  
 

"OTT 영화 저작권 논의 이제 첫 걸음"

수배협 손희준 사무국장은 “공청회 때 그간의 국내 OTT 매출을 점검했는데 어떤 영화는 50원도 안 나왔고, 매출이 IPTV의 30분의 1인 영화도 많았다”면서 “싼 것을 찾아 이동하는 소비자 인식도 두렵다. 올3월까지만 해도 IPTV가 제일 탄탄했는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사람들이 새로운 볼거리를 찾으면서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플랫폼이 무섭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저작권자 수입은 줄어드는데 그것에 대한 논의는 이제야 첫걸음”이라고 한탄했다.  
구독형 OTT 월간 순사용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구독형 OTT 월간 순사용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수입배급사들은 디지털 온라인 시장의 안정적인 우위(지난해 기준 매출 비중 79.7%)를 차지해온 IPTV가 급성장한 OTT로 인해 위축될 것도 우려했다. 또 “넷플릭스는 MG(미니멈 개런티)를 주지만 왓챠는 그런 것 없이 영화당 과금만 준다” “왓챠 무료체험 이용자가 콘텐트를 볼 경우엔 정산이 아예 되지 않는다” 등의 이의도 제기하고 있다.  
 

왓챠 "계약 방식은 쌍방합의 하에 결정한 것" 

이에 왓챠측은 9일 본지와 통화에서 “넷플릭스라는 신기루 효과로 인해 OTT 산업 전체가 엄청난 성장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OTT는 아직은 사업 초기 단계”라고 해명했다. 영화 시장이 OTT로 넘어간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디지털 음원스트리밍이 커지면서 복제음반시장이 위축된 것과 달리 홀드백 기간을 두는 영화 SVOD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가 보기엔 시장이 다르지만 OTT 때문에 IPTV를 안 본다고 판단하면 영화를 IPTV에 더 오랫동안 판매하고 더는 소비가 안 될 때 왓챠에 주셔도 좋다고 수배협에도 제안했다”고 했다.  
 
계약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의 목돈으로 판권을 구매하는 넷플릭스의 ‘플랫’ 계약 방식에 대해서는 “왓챠에도 콘텐트에 따라 쌍방합의가 되면 선택할 수 있는 계약 방식”이라 했다. 다만, 전세계 가입자가 2억명에 달하는 넷플릭스와 국내 OTT인 왓챠의 규모에서 오는 차이는 있다고 덧붙였다. 무료 체험 이벤트의 경우 “무료체험 기간 동안 공급사는 콘텐트를 제공하고, 플랫폼은 광고 등 마케팅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콘텐트를 홍보하는 것이 서로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합의가 있어 계약이 체결됐고, 이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원치 않은 회사와는 콘텐트 계약을 못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계-국내 OTT, 담론회서 의견 조율

KT와 지상파 방송 3사가 손잡은 ‘웨이브’에 이어 SK브로드밴드가 최근 출범한 ‘오션’ 등 국내 OTT가 늘어나면서 OTT를 둘러싼 공방도 거세지는 추세다. 음반제작사와 유통사 이익을 대변하는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지난달부터 국내 OTT와 음악저작권료 징수 규정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국내 수입배급사 13곳이 소속된 사단법인 수입배급사협회가 지난달 17일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 수배협]

국내 수입배급사 13곳이 소속된 사단법인 수입배급사협회가 지난달 17일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 수배협]

수배협 손희준 사무국장은 “OTT 서비스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세계적 대세인 건 안다”면서 “플랫폼은 번창하는데 영화 제공자들은 왜 마이너스냐, 대화해보자는 것”이라 강조했다. 정상진 대표는 “상생을 얘기해야 한다”며 “이달 중 새로운 방식의 담론회를 열고 업계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왓챠도 전체 보유 콘텐트 8만여 편 중 이번에 종료될 400여편 영화가 큰 비중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수배사가 요청한 공청회 등 적극 대화와 협의에 나설 뜻을 밝혔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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