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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칼럼] ‘부동산’에 휘청이는 문재인 청와대의 초월적 권력

이하경 주필

이하경 주필

청와대 비서실 수뇌부의 일괄 사표 제출은 충격적이다. 잠실 아파트 ‘꼼수 매물’ 파문을 일으킨 김조원 민정수석을 포함한 수석 세 사람은 수도권 다주택보유자다. 부동산 위선에 성난 민심은 초월적 대통령 권력을 집어삼킬 듯 흔들고 있다.
 

좋은 정책으로 승부해야 했는데
스스로 다주택 정리 약속해 놓고
버티는 청와대 참모들의 위선
문 정부, 진실의 복잡성을 아는가

실정(失政)의 책임은 부동산 대책을 주도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비롯해 김상조 정책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있는데 비서실 참모들만 대역죄인이 됐다. 노 실장의 한마디가 화근이었다. 스스로도 강남에 아파트를 가진 2주택자였던 그는 지난해 12·16 대책 직후 “다주택 청와대 참모들은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8명이 버티기로 나오자 민심의 분노는 청와대의 높은 담을 넘어 훨훨 타올랐다.
 
문 대통령으로선 기가 막힐 일이다. 그는 평생 무욕(無慾)한 삶을 살았다. 사법연수원 수료 성적이 2등이었지만 정보기관 ‘면접’ 때 판사 임용이 거부될 줄 알면서도 양심을 지키기 위해 “(반독재 시위 당시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그를 김앤장에서 고액 연봉에 해외 유학까지 보내주는 조건으로 영입하려 했지만 뿌리치고 무료변론 전단지를 돌리는 고단한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에는 홍은동의 허름한 연립주택에 살았다.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는 참모들의 위선이 전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강남에 고가 아파트 두 채를 가지고 있는 김조원 수석은 지금 팔면 수억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그래서였을까.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비싸게 내놨다 거둬들였다. 한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알 길이 없다. 국민들은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다”는 ‘강남불패’ 신호로 받아들인다. ‘패닉 바잉’마저 쉽지 않은  3040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팔지도, 사지도, 전세를 얻기도 어렵게 만들어 놓았음을 이 불길한 장면에서도 놓치면 안 된다.
 
돈이 최고인 이 나라에서 물신(物神)이 돼버린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복잡한 경제적· 심리적 결정이다. 저 무욕한 대통령조차도 퇴임 후 거처할 사저(私邸) 구입 과정에서 농지 전용 논란을 겪고 있지 않은가. 아파트 한 채에 울고 웃는 범부(凡夫)의 비루한 세계를 위정자가 경멸하면 지구상에 다시 없을 이 끔찍한 부동산 아수라장에서 탈출할 지혜는 영원히 구하기 어렵다.
 
문 정부가 치솟은 집값을 잡으려면 다주택 청와대 참모들의 집을 처분하는 쇼를 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으로 승부했어야 했다. 국민을 확 질려버리게 만든 이중성에 등 돌린 여론은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이 와중에 정부가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대책의 실패를 거울삼아 공급 중심으로 승부하려는 23번째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다. 그런데 여권 내부에서 가장 먼저 반발이 터져나왔다. 여당 소속 단체장과 의원들이 일제히 “왜 우리 동네에 임대주택을 짓느냐”고 펄펄 뛰었다.
 
이건 서민을 위한다는 진보의 정체성을 내팽개친 3류 정치다. 표를 손해보고, 의원직·시장직을 잃더라도 “집값 떨어진다”는 주민들을 설득했어야 한다. 양질의 임대주택을 제공해 사회적 낙인을 없애면서 녹지도 확보하는 절충안을 정부에 제시할 수도 있었다. 일반주택과 임대주택 단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소셜믹스를 제안할 수도 있다.
 
갈등이 소용돌이치는 지점에서 한 패거리의 앞잡이가 되지 않고, 최선의 타협을 도출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다. 국내 임대주택 공급률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 수요가 많은 지역에 임대주택을 더 지어야 주택난이 해소되고 집값도 안정된다. 더구나 서민·청년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확대는 이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데 부끄럽지도 않은가.
 
문 대통령은 3000조원이 넘는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 부분이 아닌 건전하고 생산적인 투자에 유입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일반 지주회사가 벤처캐피털을 소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다”고 발표했다. 올바른 방향이다.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 대기업은 기업형 벤처캐피털을 통해 첨단 벤처기업을 연간 평균 10여 개씩 인수합병해 신기술을 수혈받으며 성장한다. 흉내만 낼 게 아니라 기업 투자환경을 더 과감하게 개선하면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수 있다.
 
난제와 마주한 우리 공동체는 ‘진실의 복잡성’을 인정해야 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나쁜 비판은 진실의 복잡성을 훼손하는 데서 나아가 세상을 양분(兩分)한다”고 했다. 누군가를 회복 불가능의 상태로까지 절멸시켜야만 끝나는 나쁜 비판은 응보적(應報的) 정의를 지향하는 것이다. 복잡한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
 
집권세력과 야당은 서로를 비판하더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특히 초월적 권력자가 된 문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야 문제 해결의 동업자가 될 수 있다. 회복적 정의에 도달하고, 행방불명된 헌법적 가치인 ‘공화(共和)’를 되찾을 수 있다.
 
이하경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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