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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1명당 정보입력 30분…코로나 폭증 日 '팩스의 저주'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일일 신규 확진자수는 7~8일 연속 1500명을 넘었다. 도쿄에서는 한 달 넘게 세자릿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감염자 규모가 지난 3, 4월의 '제1파' 때보다 훨씬 크다. 
 

[윤설영의 일본 속으로]
日. 재확산 왜 막지 못했나
검사·추적·격리 체계 못갖춰
칸막이·아날로그 행정 여전
각료마다 메시지 제각각 혼란
"정부 출구전략 실패 탓" 지적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파악하는 PCR(유전자증폭) 검사의 양이 늘었기 때문에 확진자 숫자도 늘어난 것이라는 입장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利) 경제재생상 겸 코로나19 담당상은 지난달 22일 “감염자 숫자만 보면 늘고 있는 게 맞지만, PCR 검사의 숫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6월 초 양성률(검사를 받은 사람 중 양성자의 비율)은 1.4%였던 반면, 7월 말엔 양성률이 7%까지 상승했다. 검사를 늘렸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는 급증세가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양성률 5% 미만이 2주 이상 지속되어야 감염 상황을 컨트롤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는데, 현재 일본의 상황은 이 기준에 못 미치고 있다.
 
일본 코로나19 제1파와 현재 비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본 코로나19 제1파와 현재 비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본은 어째서 감염 재확산을 막지 못한 걸까. 도쿠타 야스하루(徳田安春) 무리부시(群星)오키나와임상연수센터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출구전략 실패 탓”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5월 말 긴급사태선언을 해제하면서 ‘검사·추적·격리’ 체계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지금도 일본 전체의 PCR검사 건수는 1일 2만건 수준 (8월 5일 최대 3만9723건)으로, 도쿄도의 경우 신규 확진자 가운데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의 비율이 60%를 넘는다. 이 비율은 7월 초 약 40%에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경로가 확인된 감염자 중에선 ‘가정 내 감염’이 26%로 가장 많은 것은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달 29일 현재 확진자 1686명이 개인 사정이나 시설 부족 등의 이유로 자택에서 대기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2일부터 실시한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은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에 불을 지폈다. 아사히 신문이 ‘고 투 트래블’ 실시를 전후로 일일 평균 신규 감염자 수를 비교했더니 546명에서 1305명으로 2.4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적 관광지인 오키나와현은 1일 신규확진자 1명에서 58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일본 코로나19 신규 발생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nag.co.kr

일본 코로나19 신규 발생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nag.co.kr

칸막이ㆍ아날로그 행정도 발목을 잡았다. 도쿄도청 30층 감염증대책본부에선 팩스 2대로 도내 보건소 31곳에서 들어오는 ‘감염자 발생 신고서’를 취합했다. “실수로 다른 곳에 보내질 수 있다”(도쿄도 관계자)는 이유로 개인정보는 지워진 채로 들어오기 때문에, 도청 직원이 보건소로 전화를 걸어 세부내역을 확인하고 이를 다시 컴퓨터에 입력하기까지 확진자 1명당 약 30분의 시간이 걸렸다.
 
이 같은 불필요한 수작업을 덜기 위해 후생노동성이 전자입력시스템인 ‘HER-SYS(허 시스)’를 도입했지만, 정작 감염자가 수백명 단위로 발생하고 있는 도쿄, 오사카는 8월초까지 이 시스템을 쓰지 않았다. 전국 지자체 155곳 중 43곳은 “독자적인 시스템을 쓰고있다”거나 “외부기관으로 개인정보를 주고받을 땐 전문가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시스템 도입을 거부했다. 일부 지자체에선 “정부의 감시를 받고 싶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정부 각료들의 아마추어적 대응도 혼란을 부추겼다. 니시무라 경제재생상 겸 코로나19 담당장관이 감염증 대책의 주무부처인 후생노동성 장관을 제치고 100일 연속 기자회견을 열면서 “권한 밖의 발언을 너무 많이 하는 것 아니냐”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8월 15일을 전후로 한 오봉(お盆) 연휴 기간 귀성을 해도 괜찮은지를 두고도 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판단이 제각각이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일률적으로 귀성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라는 애매한 입장을 내며 사실상 판단을 국민에게 떠넘겼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 컨트롤 타워’ 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기자회견을 피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월~6월 사이 총 6번의 기자회견을 한 반면, 최근 50일 동안은 정식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이 거세서 아베 총리 스스로가 노출을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인터뷰]도쿠타 야스하루(徳田安春) 무리부시오키나와임상연수센터장
도쿠타 야스하루 [사진=본인 제공]

도쿠타 야스하루 [사진=본인 제공]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은 어떻게 보나 
시중감염이 유행하고 있지만, 폭발적 증가 단계는 아니다. 제1파 때 정부가 검사를 제대로 안해 감염자를 다 파악하지 못했다. 실제론 12배 이상 많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떨어지는 여름인데도 이렇게 감염이 확산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중증환자 비율이 높지는 않다.  
감염자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하면 고령 감염자가 늘고, 중증환자도 금새 늘어난다.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사망자수는 적다.  
비교를 하려면 유전자 체질이나 생활 양식이 비슷한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야 한다. 일본은 아시아 중에선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함께 ‘워스트 3’다. 유럽보다 사망자 수가 적었던 이유는 적극적인 마스크 착용과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생활습관 덕분이었다.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나
진짜 심각한 상황은 올 가을, 겨울에 걸쳐 일어날 수 있다. PCR 검사를 하루 10만건은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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