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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하면 평생 세 살란 얘기냐" 미혼 1인가구의 눈물

미혼 1인 가구는 생애최초 같은 특별공급에 청약 자격도 주어지지 않아 '청약 사각지대'에 갇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간스포츠

미혼 1인 가구는 생애최초 같은 특별공급에 청약 자격도 주어지지 않아 '청약 사각지대'에 갇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간스포츠

 
40대 미혼 여성인 김 모씨. 그는 정부의 부동산 분양 정책을 ‘포괄적 차별’이라고 규정한다. “비혼‧미혼은 평생 전‧월세 난민 생활을 하라는 겁니까”라는 하소연이다. 그는 “결혼 안 해도 딱히 아쉬운 것 없이 살았는데 이제 열패감까지 들게 하는 게 있다. 바로 주택 격차”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최근 본지에 보낸 e메일을 통해, 미혼 1인 가구의 현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①40대지만 부양가족이 없어 청약가점이 30점대. 일반청약으로는 아파트 당첨 어렵다.
②생애 최초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은 결혼해야 가능. 미혼이라 지원도 못 한다.  
③공공분양(전용 60㎡ 이하)도 소득 조건이 걸려. 1인 소득 기준이 최저 임금 수준이라, 고소득자가 아니어도 소득 기준을 넘긴다.  
④기존 아파트를 사려니 가격도 비싸고 대출 한도가 확 줄어서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⑤혼자 벌어서 매월 월세(반전세 거주) 내고 나면 저축은 엄두도 못내. 전세 대출만 늘었다.
 
10가구 중 1가구꼴인 미혼 1인 가구가 ‘청약 사각지대’에 갇혔다.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반공급(가점제)에서 밀리고 그나마 당첨 가능성이 있는 특별공급(추첨제)은 지원 자격도 없다. 정부가 “집 사기 어려워졌다”는 젊은 층의 반발에 부랴부랴 특별공급을 확대했는데, 미혼 가구의 불만은 오히려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 중 미혼 1인 가구 비중은 10%를 넘는다. 배우자 사망 등을 포함한 전체 1인 가구 비중은 29.9%(2019년 기준)이고, 2047년이면 37.3%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종합 패키지를 만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약 제도는 구조적으로 미혼 가구에 불리하다. 청약 가점제는 부양가족 수(가점 상한 35점), 무주택기간(32점), 청약통장가입 기간(17점)을 따져서 점수가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미혼 1인 가구는 부양가족이 없기 때문에 54점 이상은 받을 수 없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 민영아파트 1순위 청약 평균 당첨 커트라인은 57.7점이었다. 지난해 2분기보다 14.8점 올랐다.
 
새 아파트 청약 당첨 커트라인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새 아파트 청약 당첨 커트라인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혼은 생애최초 지원 못해”

특별공급은 아예 대상이 못 된다. 특별 공급은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아 가점제를 보완하는 제도다. 다자녀, 노부모 부양, 신혼부부,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이 대상이 된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미혼 1인 가구에 대한 고려는 없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특별공급이다. 세대 구성원 모두가 집을 보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를 위한 공급 방식이지만, 단서가 붙는다. ‘혼인 중이거나 이혼했을 경우 주민등록표상 미혼 자녀가 있어야 한다’ 항목이다. 재혼했거나 결혼은 하지 않았어도 자식이 있는 미혼모‧미혼부는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 7·10대책으로 생애 최초 특별공급이 공공아파트뿐 아니라 민영아파트(15%)까지 대폭 확대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졌다. 특별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일반공급 물량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1000가구 민영 아파트의 일반분양 물량이 570가구에서 420가구로 줄어드는 식이다. 이 아파트에 1만명이 청약한다면 경쟁률은 17대 1에서 23대 1로 높아진다. 김씨는 “생애 최초는 말 그대로 태어나서 집을 한 번도 사지 않은 사람이 대상이어야 한다”며“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각종 차별을 하지 말라는 정부가 청약 시장에선 결혼 여부로 차별한다”고 토로했다.
 
커지는 1인가구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커지는 1인가구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노부모 특별공급도 쉽지 않다. 만 65세 이상 부모와 3년 이상 함께 살아야 하는데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여야 한다.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20% 이하여야 한다. 지난해 도시근로자 1인 가구 월평균 소득은 264만5146원이다. 
 
공공분양도 소득조건이 걸린다. 전용 60㎡ 이하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여야 한다. 미혼인 직장인 최 모(45)씨는 “소득 기준을 최저 임금 수준으로 해놓은 것은 그냥 평생 남의 집에 세 살라는 얘기”라며 “‘싱글세’라는 말이 있을 만큼 세금도 많이 내는데 청약 제도는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분양시장에서 전체적인 공급을 늘리지 않고 생애 최초 특별공급 신설로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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