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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골칫거리 개똥도 거름이다 생각하니 귀해졌다

기자
권대욱 사진 권대욱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61)

 
모카가 와서 좋은 점이야 많지만, 곤란한 점 또한 적지 않다. 그 하나가 배변 문제다. 훈련이 안되어 온 마당에 저지르고 나는 따라다니며 치우고…. 이 시키, 내가 네 똥 따까리냐 뭐냐 궁시렁 거리다 그러다 문득, 개똥도 약 된다는 말을 생각하고 구덩이 하나 널찍 깊이 파고 옆에다 호박 두 모를 심었다. 이제부턴 개똥 치우는게 아니라 귀한 거름 확보하는 길이다.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며칠간 무언가 찜찜했다. 조용히 마음속을 들여다 보니 그것은 고장난 잔디깎기를 읍내까지 싣고가 수리해야 하는 귀찮음, 깎다 만 잔디밭의 찝찝함, 애써 거치대까지 만든 모니터의 작동 불능, 못치운 모카의 똥이었다. 어제 정 박사 와서 모니터 수리하고, 오늘 아침은 개똥 치우고, 골프 가는 길에 수리 맡기고, 파아란 필드에서 친구들 만나니 다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결코 살고 죽는 일로 찝찝하지 않다. 하루 아침에 사라져갈 근심, 우리는 안다. 분명 내일도 이런 걱정거린 생긴다. 그리고 또 안다. 이 또한 사라질 것임을. 그러니 걱정 말고 살자.
 
여름은 풀과의 전쟁. 예초기가 귀해지는 시절이다. 잘 다뤄야 한다. 쇠날이냐 끈이냐도 잘 선택해야 한다. 만만치 않다. 그래서 오늘은 작심하고 산막 지정 정비창에 들러 첨부터 끝까지 모두 다 배운다. 지금은 다 아는듯 해도 조금 지나면 다 까먹는 나이. 후일을 위해, 그리고 나와 같은 귀촌인을 위해 기록으로 남긴다. 아 얼마나 좋으냐. 잊어버리면 다시 꺼내보면 되는 것을.
 
 
빗소리가 너무 좋다. 산막의 밤비. 인위의 모든 소릴 끊고 오롯이 빗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점점 거세진다. 방안의 모든 불을 끄고 조명을 밝히고 하염없이 비 내리는 산하를 바라본다. 낮에는 풀을 깎았다. 단지 내는 물론 진입도 주변 모두 말끔히 깎았다. 주말에 올 귀한 객들을 생각하며 비 맞으며 홀로 깎았다.
 
덥지 않고 먼지 안나고 사각사각 풀 베는 소리가 좋았고, 내가 풀을 베는지 풀이 나를 베는지 모를 몰입이 좋았다. 비 오는 날, 달리 할 일 없을 때 풀 안 베고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비는 언제나 좋다. 다만, 너무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금년엔 감이 풍성할 것 같다.
 
우르릉 쾅, 번쩍 버번쩍, 밤새 천둥은 치고 비는 퍼부었다. 빛은 1초에 30만km, 소리는 340m 간다. 번개 후 숨죽여 기다리노라면 한참 후 천둥소리가 들린다. 멀리 있다는 이야기다. 언젠가 말했다. 무더위, 천둥, 번개, 소나기, 강풍, 이 모든 것은 자연의 ‘밸런싱’ 과정이라고. 꼬이고 뒤틀려 왜곡된 모든 것을 일시에 정상화시키는 과정.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일거에 봇물 터지듯 토해내는 카타르시스라고. 밤새 뒤척이며 자연의 용틀임을 보았다. 우리네 삶에도 이런 과정이 필요할 듯 하다. 비가 왔다. 아주 많이 왔다. 저 노도와 같은 물살에 이 세상 모든 못된 것 헛된 것 잘못된 것 다 쓸려 가길 바란다.
 
 
산막스쿨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다양한 삶과 꿈이 함께 어우러지며, 지금까지도 잘 살아 왔지만 지금부턴 더 잘 살아야겠다는 각오 하나로 충분한 학교. 누구든 선생이 되고 누구든 학생이 되어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의 교훈을 되 새기는 곳. 무엇이든 과목이 되고, 형식도 체계도 없고 시도 때도 순서도 없지만 무경계의 질서가 살아 있는 학교. 일조지환(一朝之患)으로 일희일비하지 말고 묵직한 종신지우(終身之憂)하나쯤 가슴 속에 품고 살자는 학교.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믿으며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산막스쿨.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한 번 보시는 것만 같겠나? 시가 있고, 노래와 춤과 이야기가 있고, 따뜻한 교감이 있는 곳. 모두가 자신의 주인이요, 반짝이는 별이었던 곳. 지난 십 수 년 산막에 1200여명이 다녀갔다. 이름하여 시도 때도 없고 과목도 없고 누구나 선생님이 되고 누구나 학생이 되는 산막스쿨이라 한다만, 거창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초라하거나 남루하지도 않은 그냥 의미있는 인생학교라 정의한다.
 
때로는 서너 분이, 많게는 50여 분이나 함께 와 하룻밤 좋은 얘기도 듣고 자신의 이야기도 하고 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놀기도 하는 곳이다. 산막스쿨은 오픈 스쿨. 누구나 저희 스쿨의 취지에 공감하시는 분들은 개별적으로 또는 여러 분들과 함께 오실 수 있다.
 
(주)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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