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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 금리 내리자 월세 습격, 가난할수록 타격 더 컸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최근 화제가 된 '5분 연설'에서 "저금리 시대가 된 이상 전세 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다"고 말했다. 고성장 시대엔 임대인은 목돈·이자를 활용했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 집 마련으로 활용했지만, 서서히 월세가 전세를 대체했다는 설명이다. 중앙일보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화 추이와 국토교통부 '주택소유통계'에서 나타난 자가·전세·월세 거주 비율 변화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윤 의원 설명처럼 기준금리 2% 이하 저금리 시대가 본격화한 2014년 이후에는 전세는 줄고 월세는 느는 추세가 뚜렷했다.
 

"전세 소멸" 윤희숙 주장 맞아? 

9일 국토부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수도권의 전세 거주 비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2008년(29.6%)부터 2014년(28.1%)까지 6년간 1.5%포인트 하락지만, 2014년 이후 2019년(21.5%)까지 5년 동안에는 6.6%포인트 급락했다.
소득 수준별 전세 주택 거주 비율(수도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득 수준별 전세 주택 거주 비율(수도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월세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들쭉날쭉한 양상을 보이던 월세 거주 비율은 2014년 이후 꾸준히 올랐다. 2014년 1.2%에서 2019년 3%까지 상승했다. 이런 경향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소득 수준별 월세 주택 거주 비율(수도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득 수준별 월세 주택 거주 비율(수도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월세 전환, 가난할수록 더 빠르다?  

월세 비율은 목돈 마련이 어려운 저소득층이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소득 하위 40% 이하 수도권 저소득층은 2014년(3.2%)에서 2019년(7.4%)까지 4.2%포인트 올랐다. 반면 중간 소득층(상위 50%부터~20% 이하)은 같은 기간 0.4%포인트, 고소득층(상위 20% 이상)은 0.2%포인트 상승했다. 전세는 같은 기간 모든 소득 구간에서 5~8%포인트대에서 크게 하락했다.
 
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주택 소유에 대한 양극화도 심화했다. 수도권 저소득층의 자가 거주 비율은 2012년 37.8%에서 2019년 34.2%로 3.6%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고소득층은 같은 기간 58.7%에서 70.2%로 11.5% 올랐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대출 상환 능력이 좋은 고소득층 위주로 공급돼 이들 계층 위주로 집을 사게 된 결과다.
소득 수준별 자가 주택 거주 비율(수도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득 수준별 자가 주택 거주 비율(수도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전문가들은 '제로금리' 시대로 접어든 국면에선 전세의 월세 전환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관측한다. 예금 금리가 높을 때는 전세로 받은 목돈을 예금해 이자 소득을 얻는 것이 유리했다. 하지만 금리가 떨어지면 직접 월세를 받는 편이 유리해지는 것이다. 월세는 예금과 경쟁 관계에 있는 상품이다.
 
수익을 노리고 주택 시장에 월세 공급이 늘면, 가격도 하락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1년 전국 주택 시장 내 전·월세 전환율은 9.6%에서 올해 6월에는 5.9%로 하락했다. 전세 보증금 1000만원을 월세로 바꾸면 2011년엔 매년 96만원의 월세 소득을 올렸지만, 올해 6월부터는 59만원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전국 주택 전·월세 전환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전국 주택 전·월세 전환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시장에 맡기면 자연스레 월세가 하락하게 돼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여당은 임대차 3법을 통과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에 가속도를 붙게 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월세가 하락하기도 전에 '억지 춘향이' 격으로 전세에서 월세로 살아야 하는 가구가 늘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은 기존 전세 계약에 적용하는 법정 전·월세 전환율을 4%에서 2%대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 같은 가격 통제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 하락기에는 월세 공급이 늘어 가격이 내리게 돼 있지만, 정부가 월세 수익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공급이 줄어 가격이 더 오른다"며 "정부가 정하는 법정 전·월세 전환율은 신규 임대 계약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세입자 보호 효과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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